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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05. 2020

15. 보고 싶으면 보인다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보고 싶으면 보인다

사랑하면 보인다                                                                                                             

외도물길 걸으면

그대가 보인다

그대 마음이 보인다                        



나의 산책은 오늘도 월대에서 출발한다. 외도물길20리의 출발지 이기도 하다. 월대천의 은어들이 뛰어오르고 빛나는 물고기들이 몰려다닌다. 오늘은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연대마을 쪽으로 간다. 징검다리에서 바다와 월대천이 만난다. 바닷물이 징검다리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아 만조에 가깝다. 징검다리 아래쪽에서 새 한 마리 바다를 보고 명상에 잠겨 있다. 청둥오리들이 지나가도 깊은 명상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좀 더 내려가니 검은 새 한 마리 날개를 펴고 한참동안 있다. 날개를 말리는 것인지 가슴을 말리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나는 저런 모습을 처음 보아서 오래도록 지켜본다. 외도 쪽에는 내도 쪽보다 다양한 새들이 많다. 나는 내도쪽 바다를 더 좋아하는데 새들은 외도쪽 바다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내도와 외도의 지명는 도근천에서 비롯 되었다고 한다. 도근천(都近川) 안쪽이 내도이고 바깥쪽이 외도인 것이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지금은 내도 보다 외도가 더 많이 개발 되었다. 약 20년 전에 외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앞으로는 어쩌면 내도가 더 많이 개발될 것이다. 해안도로가 개통되면 아마도 내도가 많이 변할 것이다. 내도가 지리적으로 시내에 가깝기 때문에 더 번창할 확률이 많다.



노인과 바다 횟집과 펜션을 지나면 코너에 대원암이 있다. 해수관음와상으로 유명해진 절이다. 주지가 꿈을 꾸었는데 관음보살님께서 나투셨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를 바라보니 관세음보살님께서 누워계시고 여러 형상의 불교 관련 짐승 등이 보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대대적으로 선전을 하더니 지금은 유명해져서 대대적으로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닷물이 적당한 높이로 차오르면 겉으로 드러나는 현무암의 모습이 그럴듯하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래도록 염원하여 기도하고 보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언젠가는 보일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담장을 따라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 데크를 지나면 작은 외도항구가 나온다. 이 작은 마을을 연대마을 이라고 한다. 연대마을에는 조부연대가 있어서 연대마을 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조부마을이라고 했다고 한다. 해안가에 띄엄띄엄 집들이 생겼다가 17세기 말에 경주 김씨와 아산 박씨 등이 모여 살면서 설촌한 것이 지금의 연대마을 이라고 한다. 원래는 톳과 미역 같은 해조류 등이 해안가로 밀려들어와 부패할 정도로 많다고 해서 조부(藻腐)마을 이라는 명칭을 썼다고 한다. 조선 초기 삼포왜란을 계기로 왜구로부터의 방어를 위하여 봉화대의 일종일 연대가 설치되면서 연대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이 조부연대(藻腐煙臺)는 수산봉과 도두봉 사이의 중간 봉수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수산연구소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지만 이 길을 걷다보면 가끔 전복 새끼 키우는 광경도 엿볼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이 연구소를 한번 쯤 견학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리고 내가 이 산책길에 자주 오는 이유는 어느 집 마당에 만들어진 텃밭을 보기 위해서다. 집은 들어앉은 방향 등 아쉬움이 많지만 잘 가꾸어진 텃밭이 참 마음에 든다. 나는 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는 좀 더 친환경적인 숲농법을 지향하지만 그래도 이 텃밭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당에 잘 차려진 자연밥상을 받아먹는 기분이 든다. 나는 이 집 주인을 모른다. 연대마을길 26-2 이 집 마당의 텃밭을 보기 위해서 나는 자꾸만 이 산책길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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