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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25. 2021

꿈섬에서 꿈숲으로 간다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5






꿈섬에서 꿈숲으로 간다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5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만든다

집으로 가는 길을 만든다

숲으로 가는 길을 만든다

우리들의 집은  숲에 있다

숲의 집으로 가는 길을 만든다


책상 위에 『이어도공화국 4 꿈섬』이 있다.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다. 나에게는 참 안타까운 책이다. 이 시집을 발행하고 많은 반성과 각별한 각오를 함께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월라봉 아래 황개천 부근에 있었던 이어도사랑밭에서 동하동 이어도오두막으로 이사를 하였고, 퍼물논에 꿈섬을 만들다가 다시 발전소 사택으로 이사를 하였다가, 지금의 동상동에 꿈숲을 구입하여 밤낮없이 돌들을 캐고 나무들을 심다가 너무 무리하였다. 면역력 저하에 따른 패혈증을 심하게 앓았다. 나는 나에 대하여 깊이 알지 못하였고 너무 의욕만 앞서다보니 내 몸을 또한 돌보지 못하였다. 심장수술 환자에게 치명적인 심장내막염에 걸리고 말았다. 단순한 몸살감기로 착각하여 병원에 너무 늦게 찾아가는 바람에 나는 오래도록 제주시 한라병원에 입원하였다. 그 병원 침대에서 나는 세월호 참사 현장을 시작부터 생중계로 누워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은밀하게 심장판막에 달라붙은 세균들이 나의 심장판막을 뜯어먹은 후유증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여 나는 결국 서울대학병원에서 또 다시 무서운 심장대수술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처참하게 고장나버린 심장판막을 떼어내고 반월판막인 대동맥판막은 기계판막으로 교체하였고 승모판막은 성형수술로 일부 수리를 하여 겨우 어렵게 부활할 수 있었다.


모두가 나의 잘못 때문이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기계판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심장뿐만 아니라 뇌졸중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한다. 금속으로 만든 기계판막을 지나가는 피는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흔히 피떡이라고 말하는 이 혈전은 핏줄 속을 돌아다니면서 비교적 가는 핏줄부터 막아버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특히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의 가는 핏줄들을 막아서 뇌가 서서히 죽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기계판막으로 살아가는 심장병 환자들은 뇌졸중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날마다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먹어야만 하지만 아무리 잘 관리하고 아무리 정확한 용량의 와파린을 복용해도 어느 정도의 혈전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아직 이렇게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인 이 꿈숲에서 내가 꿈꾸는 이어도공화국을 다시 만들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꿈 / 20160523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나는 아름다운 산을 하나 가꾸고 싶다

그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 숲 속에 조촐한 집을 하나 짓고 싶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다

그 쉼터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스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아무런 부담 없이 

누구라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 분노한 사람들과 

한 때의 실수 때문에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그들과 함께

그들의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

산에 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그들의 아픈 가슴에도 

또 다른 희망의 나무를 심고

사랑의 씨앗을 뿌려주고 싶다 

산 혹은 자연의 큰 거울 앞에서

희망을 되찾은 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나는

그들과 내가 함께 심었던

그들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안부 편지와 함께 가끔 보내주고 싶다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자라나는 나무를

보기 위하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올 수 없더라도

늘 가슴 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자신의 나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가 끝끝내

함께 가야할 길

겨울이 깊을수록

더 잘 보이는 길

실패한 사람을

함께 이끌어주고

넘어진 사람을

함께 일으켜 세워주고

억울한 사람의 억울함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나는 정말 좋겠다


※ 반월산을 지키고 있는 나의 소나무 두 그루의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 나의 추억이 나를 맞이하는 아침이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꿈을 꿈꾸었고 그 꿈을 실천하기 위하여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면 반월산과 종석산에서 나의 오랜 꿈을 실천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믿고 나의 꿈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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