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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24. 2021

슬픔의 깊이

- 이어도 공화국 5





슬픔의 깊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글이 있다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글이다

어머니의 유품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챙겨 온 유품이다 

아니다 유품이 아니다

아무리 읽어도 끝나지 않는

너무나 긴 유서다

어머니께서는 아마 이 글을

농약을 마시기 직전에 쓰셨을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그 독한 농약이

온몸으로 퍼지고 있는 동안에

자신을 버린

자식들을 떠올리며 쓰셨을 것이다

병원을 몰래 빠져 나오셔서

고향집으로 돌아오셨을 것이다

신음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수건을 입에 물고

치아가 다 으스러지도록 

입을 앙다물고 쓰셨을 것이다

평생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사망 진단서 대신

시체 검안서를 읽으며 

온 몸으로 깊이 울었던 날

평생 잊을 수 없는

2006년 2월 26일 20시 54분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나는 이제라도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만 하겠다

산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

이어도공화국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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