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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24. 2021

생숲길

- 이어도 공화국 6





생숲길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멀고도 긴 순례를 떠난다

30년 넘은 유배생활을 마치고

내 삶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나는 30년 넘게 유배생활을 하였다. 제주도보다 더 먼 이어도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 유배자가 되었다.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스스로에게 벌을 주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바다만 바라보며 살았다. 30년 넘게 꿈만 꾸며 살았다. 하늘만 보며 살았다. 위리안치 속에서도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어도가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유배생활을 마치고 세상 속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꿈속에서 보았던 이어도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어도를 세상으로 옮겨놓고 싶었다. 이제 나는 유배생활을 마치고 세상 속으로 돌아와 천천히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먼바다를 건너가고 있다. 이어도 종합 해양기지를 지나가고 있다. 마라도를 지나가고 있다. 가파도를 지나가고 있다. 나는 이제 막 송악산에 도착했다. 산방산이 아름다워 보였다. 산방산 쪽으로 간다. 사계해안도로가 아름답다. 바다에 떠 있는 형제 섬도 좋다. 수반 위에 올려진 수석을 닮았다. 산방산에 올라가 산방굴사에서 보니 저 멀리 이어도가 보인다. 산방산 정상에 올라 좌정하니 고향이 보인다. 월라봉 쪽으로 떠오르는 달빛이 참으로 아름답다. 지리산과 설악산을 넘어, 백두산을 넘어 몽고를 넘어 인도로 가는 순례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산방산과 월라봉 사이 화순에서 좀 쉬어가기로 한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어도를 옮겨놓기 시작한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어도를 현실로 옮겨놓으니 이어도 공화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내가 옮기고, 내가 만들고 있는 이어도 공화국에서 한동안 머물기로 한다.


이어도 공화국에서 보니 제주도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인다. 아름다운 시인들도 많고 아름다운 작가들도 참 많다. 아름다운 예술가들도 많고 아름다운 농부들도 많고 가슴이 따뜻하고 요망진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꿈속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해서, 그 아름다운 사람들과 같은 길을 동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그 아름다운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며 동행할 수 있을 것을 믿는다. 아직은 나의 유배생활 또한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어서 조심조심 홀로 순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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