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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Nov 02. 2021

창세기 8장

- 이어도 공화국 30





창세기 8장





땅 위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물이 땅에서 마르기까지 까마귀는 왕래하고

비둘기는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돌아온다


제주공항에 시조새와 익룡들이 날아오른다

저 무서운 새들은 우리들의 까마귀일까 비둘기일까

설문대할망의 방주는 오늘도 물 위에 떠 있다


사람들의 홍수에 떠내려간 것들이 있다

아스팔트 홍수에 떠내려 가버린 것들이 있다

제주공항 아스팔트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이 묻혀 있다


물 가운데 섬 하나 만들고 섬 가운데 산 하나 만들고

너무 지쳐서 한라산으로 누워계신 설문대할망

아, 언제 다시 일어나 하늘로 가는 다리를 놓으실까


아직도 탐라국 창세기를 쓰고 있는 탐라국 사람들은

이방인들에게 쫓겨난 인디언들을 생각한다

이방인들과 끝까지 싸워 몰아낸 참파왕국 사람들을 생각한다


정재수와 김달삼과 이덕구는 가고 없지만

화순과 위미에서 몰아냈던 해군기지는 강정에 들어서고 말았지만

공군기지만은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가열 찬 탐라국의 후예들을 본다


탐라국 사람들은 오늘도 설문대할망과 일만 팔천 신들과 함께

아름다운 탐라국을 함께 만들고 있다 하늘로 가는 다리를 놓으려고

아흔아홉 통의 명주실로 설문대할망의 치마를 다시 만들며

마지막 한 통을 더 준비하려고 열심히 누에까지 기르고 있다


이방인, 육지 것인 나는 언제쯤 탐라국 사람으로 편입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한라산이 되지 못하고 제주바다의 물고기로 살아가고 있구나

제주바다에는 아직도 거대한 설문대할망의 방주가 흔들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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