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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06. 2022

생숲길 1~ 33

― 태초에는 ~ 탐라국 창세기















시인의 말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창세기부터 다시 세상을 읽으며

멀고도 긴 순례를 떠난다

30년 넘은 유배생활을 마치고

내 삶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1

― 태초에는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도 없었고 땅도 없었고

하느님도 없었고 말씀도 없었다

태초라는 말도 없었다


빛도 없고 어둠도 없는 허공에

아무도 모르는 씨앗 하나 날아왔다

그 작은 씨앗은 스스로 하나님이 되었다


처음은 그렇게 하나로 시작되었다

하나의 껍질을 벗으니 둘이 되었고

둘은 다시 하나가 되어 넷이 되었다


어느 맑은 날 문득 하늘이 생겼다

하늘은 텅 빈 없음이니 없음이

자꾸만 무엇인가를 낳기 시작했다


먼지를 낳고

바람을 낳고

구름을 낳고

어둠을 낳고

별과 달과 지구를 낳고

뜨거운 태양을 낳았다


하나가 둘이 되면서 빛과 어둠이 생겼고

둘이 넷이 되어 동서남북을 낳아 길렀다

그렇게 세상은 생겨나서 팔방으로 퍼졌다


하지만

처음의 세상은 너무나 뜨거웠다


너무 뜨거운 세상에

구름은 물이 되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물과 흙은 생명을 낳았고

생명들은 물에서 흙으로

흙에서 허공으로 퍼졌다


세상에 태어난 것들은

따뜻함을 중심으로 모였다

손에 손을 잡고 돌기 시작했다

따뜻함은 가득한 사랑이니

사랑은 사랑을 낳아 길렀다

세상은 그렇게 사랑이 되었다


사랑은 시간을 만들고

시간은 인간을 낳았다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신들을 낳았다


공간이 만든 신들은 죽고

인간이 만든 돈이 빛났다

신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인간의 시대도 지나가고

화폐의 시대도 지나가고

지구는 병이 깊이 들었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거나

메타버스를 타고 가상공간으로

서둘러서 떠나가고 있다


인간이 만든 신은 죽었고

스스로 신에 등극한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신과 사람과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옹달샘의 숲이 되어 숲으로 살아간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2

― 제주의 사계(四季)





제주의 봄은 사월에 피어난다

서천의 붉은 노을 꽃으로 피어난다

사월의 영혼들이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부활하고 있다


제주의 여름은 숨비기꽃으로 피어난다

바다 어머니들의 숨비소리로 피어난다

포작(鮑作)이 진상하던 전복을 잠녀(潛女)가 시작한 후

숨비기꽃은 더욱 낮게 엎드려 향기로 깊어진다


제주의 가을은 감귤 향으로 익어간다

천 년을 고통나무로 버티어 한 때 대학나무가 되었던 감귤나무

동학농민전쟁이 벌어졌던 1894년에

비로소 폐지된 진상제도를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제주의 겨울은 한라산으로 온다

구상나무들이 하얗게 옷을 갈아입는다

곰과 사자와 호랑이가 흰 눈으로 나오는 길

설문대할망 자청비 영등신이 드나드는 입구도 보인다

가끔은 신(神)들을 따라 옥황상제가 그 길 따라 내려온다


일만 팔천 신(神)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섬에

다시 사월이 오고 있다 사월의 겨울이 오고 있다

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겨울이 세상을 뒤덮어도

끝내 복수초는 두꺼운 얼음을 뚫고 나오리라

신(神)들이 벗어놓은 발자국마다 얼음새꽃이 따뜻하게 피어나리라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3

― 일주일





하나님께서 가장 잘 하신 것은

일곱째 날에 안식을 하신 일이다

일곱째 날에 반성을 하신 일이다     


하나님께서 가장 못 하신 것은

여자를 흙으로 만들지 않고

남자의 갈비뼈로 만드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잘 하신 것은

일주일을 만들어 주신 일이고

하나님께서 못 하신 것은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하신 일이다     


하나님은 일주일을 만드셨고

달님은 한 달을 만드셨고

해님은 일 년을 만드셨고

해와 달의 사랑이 하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제 

일주일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날마다 쉬지 못하고 밤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많다

2조1교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3조2교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4조3교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5조3교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날마다 놀고먹는 사람들도 많다     


하나님께서 불공평하게 만든 남자와 여자는 모두 떠나고

스스로 이 세상에 공평하게 태어난 여자와 남자들이 산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날마다 나를 창조한다

나는 하나님이 아니므로 

이어도공화국 건설을 위하여 베이스캠프를 먼저 만든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4

― 입춘 무렵





동지섣달 지나고 입춘이 코앞이다

아픈 삶을 지나고 죽음이 코앞이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길이 보인다     


머지않은 세월 지나면

아픈 장기들은 새로운 장기들로 교체될 수 있으리라

기계들의 부품을 새로운 부품들로 교체하듯이     


사람들은 이제 앞으로

손이 아프면 새로운 손으로 바꾸고

심장이 아프면 새로운 심장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그렇게 인간들은 이제 앞으로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렇게 드디어 뇌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면     


뇌까지 인공뇌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나와 새로운 나는

같은 사람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 배가 고픈 좀비들의 세상에서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옹달샘의 물소리로 흐른다     


흐르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수선화와 복수초와 매화꽃들이

펑펑펑 울음을 토하며 피어난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5

― 깊은 밤 산책




깊은 밤 산책을 나간다   

개 짖는 소리 멀어지고

지상의 불빛 모두 사라진다

계곡 물소리가 나를 감싼다

물소리를 짚고 가는 지팡이 소리에

하늘에는 젖은 별빛들이 피어나고

월라봉에서는 노루가 노루를 부른다         


유반석에서 부엉이 소리가 들려오고

달도 보이지 않는데 박수기정에서 

항아가 내려와 샘물 마시는 소리 들린다            


‘김광종영세불망비’ 앞에 앉아서 나는

도깨비들의 춤을 보며 물소리를 받아 적는다

휴대폰 메모장에 물소리와 별빛을 받아 적고

다시 하늘을 보니

그 많았던 별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나는 다시 별빛을 찾아서 계곡으로 돌아가는데

별들은 보이지 않고 동백꽃들만 길가에 내려앉아

깊고도 푸른 물소리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있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6

― 탐라국 입춘 굿




칼바람 추위에 납작 엎드려 있던 쪽파들이

팔을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눈송이인지 수선화 꽃잎인지 매화 꽃잎인지

새하얀 것들이

입춘 하늘을 온통 흔들어대고 있다

탐라국(耽羅國) 신들이 까마귀 궉새들 앞세우고

한라산 구상나무 숲으로 내려온다

동자복 미륵과 서자복 미륵이

용두암에서 헛기침을 크게 한다     


신구간(新舊間)에 하늘 다녀온 탐라국 신들이

관덕정(觀德亭) 앞으로 내려온다

일만 팔천 신들이 시내까지 내려와 둘러보고 있다

제주목관아지(濟州牧官衙址)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신들과 사람들이 깃발 앞세우고 관덕정으로 몰려오고 있다     


자청비가 앞에서 낭쉐를 끌고 온다

새로운 씨앗 뿌리려고 새 씨앗 가지고 자청비가 온다

바람신(風神) 영등할망도 함께 온다

어지러운 세상 한 번 뒤엎으려고 서둘러서 온다

바다도 뒤집고 하늘도 뒤집어 세상 한 번 바꾸려고 온다

천지왕 허락 받아 작심하고 불어온다

바다에도 뿌리고 땅에도 뿌리고 하늘에도 뿌리고

온 세상에 알토란같은 씨를 뿌리려고 풍요신이 온다

천지왕의 두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이 함께 온다

해도 둘 달도 둘 혼돈의 세상

거대한 활로 하나씩 쏘아 없애고 송피가루 뿌려

천지 질서를 바로 잡았던 두 신이

큰 활 둘러메고 보무도 당당하게 씩씩하게 온다

자청비를 따라 문도령도 오고 정이 없는 정수남이도 온다

풍물패와 난장패와 걸궁패와 함께

세경신 세 명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탐라국을 손수 만든 설문대할망이 온다

옥황상제의 호기심 많은 셋째 딸이 온다

자식들 모두 불러 모아 오백장군들과 함께 온다

깃발에 쓰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선명하다

흔들릴 때마다 부자천하지대본(富者天下之大本)으로 펄럭인다

흔들릴 때마다 권력자천하지대본(權力者天下之大本)처럼 펄럭인다

북치고 꽹과리치고 나팔까지 불어대며 춤추며 몰려온다

신은 사람 같고 사람은 신 같이 파도치며 몰려온다

등불처럼 몰려온다 등대불처럼 몰려온다

환하게 불 밝히며 불빛처럼 몰려온다     


신명나는 굿판에서 낭쉐 한 마리

백비 속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남원읍 의귀리 송령이골 지나 백비 속으로 들어간다

그 어둠 속에서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 뼈를 뽑아 뼈를 깎아

뼈의 송곳으로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뼈의 칼로 비문을 새기 듯

깊은 어둠 속에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관덕정(觀德亭) 앞 십자가에 매달려 지금껏 지켜보던 이덕구

신들을 따라 제주목관아지로 들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따라 탐라국 왕궁으로 입궐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꽂혀있던 빛나는 숟가락 던져 버리고

『한라산』시집 한 권 펼쳐 들고 강정으로 달려간다     


온통 하늘을 뒤흔들던 꽃잎들

백록담의 백록이 뛰어 오르고 오름마다 꽃들이 피어난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7

― 대나무와 사랑초




2014년 4월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세월호가 기울어지는 것을 보았다

나의 심장 대동맥판막을 뜯어먹던 세균들을 겨우 몰아내고 돌아와서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 대나무를 심고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


동백나무를 심고 감나무를 심고 매실나무를 심고 감귤나무를 심으면서 나온 돌들은

돌탑을 쌓고 돌담을 만들고 돌길을 만들면서 삐걱거리는 심장소리가 헐떡거렸다

서천꽃밭에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져도 가문장아기의 울음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병,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병

비후성심근증이 재발하여 심실벽이 두꺼워졌다

벽이 두꺼워진 만큼 방은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고장난 문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내 삶의 밤이 가장 길었던

2017년 12월 22일 동짓날

나의 대동맥판막은 칼날 같은 금속판막으로 바뀌었다


째깍 째깍 째깍

반월문 열리는 소리가

나의 시계 소 리가 되기 시작했다


나의 시간은 이제 얼마나 남아 있을까


나는 이제

전면에 배치했던 대나무를 뒤로 옮겨 심는다

죽창 들고 앞장서던 대숲이 뒤로 물러난다


대쪽 같은 절개의 마음으로 퉁소를  불고

때로는 만파식적을 불며

한라산처럼 떡 버티며 

북풍을 막아주는 뻣뻣한 정신이 된다 


빈 앞에는 이제 수선화와 사랑초들이 피어날 것이다

대나무와 소나무는 뒤에서 사철 푸르게 지키고

복수초 사랑초 수선화 향기가 전면에 나선다


가문장아기는 이제 마퉁이를 만나 꽃을 심는다

자청비는 이제 문도령을 다시 만나 씨앗을 뿌린다

백주또는 소로소천국을 만나 자식을 낳고 나무가 된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8

―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월대천 아래 징검다리 건너간다

밤새 떡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온 아들이

가져온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여먹고 산책을 나간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내려온 물이 바다로 간다

월대천의 은어들이 징검다리 사이로 오르내린다

배부른 청둥오리들이 서로의 깃을 다듬어주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기르던 오리들과 소의 눈빛이 보인다

내가 꼴을 베어 먹이던 송아지도 징검다리 아래로 간다

삼기천을 건너 발을 씻으며 갱본으로 가서 햇빛을 하품한다


외도 앞바다에 누워계신 해수관음상을 둘러보고

한라산에서 내려와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몽돌, 해변

내도 알작지의 파도소리에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알작지 해변에는 설날에도 군밤을 파는 낡은 트럭과

반짝반짝 빛나는 캠핑카들이 나란히 바다를 보고 있다

월대천 징검다리 아래로 물을 건너던 황소 한 마리

낭쉐가 되어 관덕정 앞으로 바퀴를 달고 달려간다


바다에도 징검다리가 있다 섬들의 징검다리가 있다

나는 먼바다를 건너간다 코로나19 마스크를 쓰고 간다

그런데 왜 자꾸만

대동맥이 파열되어 통째로 인공대동맥으로 갈았다는

부산에서 대기업 임원을 하였다는 사람이 생각이 날까


대동맥판막을 떼어내고 기계판막으로 바꾼 후부터

나의 심장 속에서는 피 묻은 나비 한 마리 날기 시작했다

금속으로 만든 칼날 같은 날개로 젖은 하늘을 날고 있다

나는 자꾸만 그 날개의 칼날이 대동맥을 찢는 꿈을 꾼다


추자도 거문도를 지나 여수로 날아가는 나비 한 마리

하지만 나는 여수로 날아가지 못하고 하동포구를 지나

섬진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한 마리가 된다

연어의 종착역 표지석이 있는 빈 고향집에 들렀다가

반월산에 나란히 누워계신 어머니 아버지께 절을 올린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9

― 폭낭과 야자수



                       

제주도 팽나무와

워싱턴 야자수가

나란히 서 있다    

 

가지 많은 나무가 허리도 펴지 못하고 그늘을 가꾼다

벌레들에게도 젖을 물리며 숨소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가지 하나 없는 나무가 하늘 높이 탑만 쌓아 올린다

우리들의 하늘을 함부로 들쑤시고 있다     


붉은 해가 솟는다     


워싱턴야자수 그림자가 

폭낭 가슴을 관통한다     


붉은 해가 기운다     


가슴이 넓은 나무가

홀쭉한 나무를 가만히 안아준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10

― 심우도



                       

   

심우도(尋牛圖) 속으로 걸어간다 나의 흰 소는 보이지 않고 검은 소들이 있다     


소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있다 멍에도 코뚜레도 없다 숲에서 뜯어먹은 풀을 되새김질 하며 서로의 눈빛을 본다 서로의 등을 핥아주는 소도 있고 죽비처럼 꼬리로 엉덩이를 치는 소도 있다 새로 발견한 풀밭을 알려주는지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도 있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소도 있다     


나도 소를 길렀다 나는 늘 길을 들이려고 했다 내가 기르는 소는 코뚜레를 하였고 멍에를 하고 쟁기질을 해야 했다 갱본에서 쉬는 동안에도 말뚝에 박혀 있어야 했다 나의 소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보지 못했다     


나는 흰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 생각만 하였다 소와 함께 놀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소를 업어 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텅텅텅 똥을 잘 싼다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풀에게 밥을 준다 나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소들이 들어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소나무가 없어져야 땅값이 오른다며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그해 겨울의 숲처럼 숲은 온통 소나무 무덤이 된다      


숲에 소나무가 없다 소들이 함께 모여서 쉴 곳이 없다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에 찔리며 소들이 서 있다     


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렵게 새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싹에 콧김을 불어넣는다     


나는 심우도(尋牛圖) 밖으로 나와 심우도(心牛圖)를 그린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11

― 심재산방  



    

심재산방에서 보니

나와 식물이 하나로 보인다

마음을 굶겨보니

몸의 속까지 다 보인다

나무의 뿌리는 땅 속에 있고

사람의 뿌리는 가슴 속에 있다

나무의 뿌리는 머리카락처럼 무성하고

사람의 뿌리는 알뿌리처럼 둥그렇다

알뿌리 같은 심장이 땅에 묻혀도

나의 가슴에는 피가 잘 돌아

나의 생각은 나무처럼 무성하게 잘 자랄 것만 같다

너덜너덜한 대동맥판막, 망가진 심장도

땅 속에서는 뿌리를 잘 내릴 것만 같다      


좌망정에 앉으니

계곡에 숨겨놓은 배도 보이고

늪에 감추어둔 그물도 보인다

월라봉에서 날아오는 학의 긴 다리도 보이고

바다로 날아가는 오리의 짧은 다리도 보인다

산방산에 눌러앉은 구름도 보이고

강정으로 실려 가는 마징가 같은 케이슨도 보인다

심재산방 좌망정에 앉아 눈을 감으니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천 년의 강물에 빈 배 하나 

하늘을 향해 가고 있다

빈 배 가득 하늘이 실려 간다








등이 환하다

― 생숲길 12



오랜만에 빈 고향집에 돌아왔다

빈터에 꽃을 심다가 허리를 폈다

깨벅쟁이 친구 어머니가

감나무 아래 샘터에서 목욕을 하고 계신다

어머니와 친구는 오래전 흙이 되어

등목을 할 수 없다

나의 등과 친구 어머니 등에 손이 닿지 않는다

가만히 다시 내려다보니

내가 심은 꽃들이 등을 내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뼈만 남은 저 감나무 말벗이라도 되어야겠다




칡과 등나무

― 생숲길 13



칡꽃이 환하게 피었다

등꽃은 지상을 밝히고

칡꽃은 하늘을 밝힌다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돌며 오르고

칡덩굴은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오른다

시계를 보니 둥그렇게 돌고 있다


시계바늘은 어느 쪽으로 돌고 있는가

(시계바늘은 왜 같은 쪽으로만 도는 것일까)

0시에서 출발하면 오른쪽일까

3시에서 출발하면 아래쪽일까

6시에서 출발하면 왼쪽일까

9시에서 출발하면 위쪽일까


시계바늘은 그냥 둥그렇게 돌고

칡은 칡이 좋아하는 쪽으로 돌고

등나무는 등나무가 좋아하는 쪽으로 돈다


사람들은 칡과 등나무를 보고 

갈등(葛藤)이란 말을 만들었다

갈등이란 말을 만든 사람들은 서로 갈등하고

갈등이란 말을 모르는 칡과 등나무는 

지상과 하늘까지 환하게 밝히며 잘들 살아간다





시집

― 생숲길 14



시집을 읽다가

화장실 다녀오니

시집이 활짝 피었다

시집이 종이 날개를 폈다

한 장 한 장

나무로 살아났다

시집 속

꽃들이 활짝 피었다

시집 속

새들이 날아 올랐다

시집 속

별들이 피어 올랐다


시집 속 

시들의 숨결이

세상을 꽃피우고

세상을 날게 하고

세상을 빛나게 하고

세상에 촛불을 켜고 있구나


시집은 읽다가

가끔은 멈추어야 한다

해찰을 해야만 한다

창밖을 보아야만 한다


시집을 홀로 펼쳐두면

책상이 피어나고

책상이 날아오르고

책상이 젖는다

방안 가득

시의 꽃이 피어나고 

시의 새가 날고

시의 별이 빛나고

시의 향기로 번진다


나는 홀로 시집으로 펼쳐진다




심장의 춤

― 생숲길 15



심장과 함께 걸어 보니 잘 보인다

심장의 춤사위는 참으로 황홀하다

심장은 두근두근 뛰지 않는다

동방결절에서 전기 신호를 받는다

우리들의 심장은 최첨단 발전소다


두방두심 두방두심

심방심실 심방심실

들어옴나감 들어옴나감

드롬나감 드롬나감

나의 심장은 이렇게 춤춘다


심장은 마음이어서 

마음으로 춤춘다

전기로도 춤추고

자율신경으로도 춤추고

호르몬으로도 춤춘다


심장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장은 가슴에도 있고

발에도 있고

손에도 있고

머리에도 있다


심장은 마음이어서

온 몸에 있다

온 몸이 심장이고

온 마음이 심장이다


나의 심장은 나에게만 있지 않다

나의 심장은 이제 너에게도 있다


너는 나의 심장이고

나는 너의 심장이다


나의 심장이 둥둥둥 북을 치며 오고있다




여수 1

― 생숲길 16



거문도 섬 문을 들어서니 섬의 식구들이 정겹구나

다시 만난 식구들이 참으로 반갑구나

그리운 이들은 뒤꼭지만 보아도 반갑구나

일가친척들은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반갑구나

깨벅쟁이 친구들은 오늘도 진똘이와 나이먹기놀이에 정신이 없구나

계집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고 수평선으로도 고무줄놀이를 하는구나

구름들은 새끼줄로 기차놀이하며 섬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는구나


제주도에서는 바다가 섬을 안아주는데

여수에서는 섬들이 바다를 품어주는구나


여수에서는 수평선도 마디가 있어서 더욱 정답구나

수평선 끝의 섬들도 부르면 대답할 수 있을 것만 같구나

수평선이 글쎄 섬들을 이어주는 끈이 될 수도 있었구나


여수의 섬들은 가슴이 따뜻한 여수 사람들처럼

언제라도 나를 안아줄 듯 참으로 따뜻한 가슴이구나


수평선에도 징검다리가 있어 

너에게 갈 수 있어 참 좋구나

네 가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참으로 따뜻하구나


제주도에서는 수평선이 섬을 감싸주는데

여수에서는 수평선에도 섬의 징검다리가 있어

너의 깊은 곳까지 바다를 건너갈 수 있겠구나


거문도의 커다란 섬 문을 들어서니

섬의 식구들이 오손도손 정겹기만 하구나


여수에서는 누구라도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 혼자만의 섬이 아니구나




은하수 뿌리

― 생숲길 17




여수시 소라면 복산리 대곡마을에는

은하수 뿌리가 있다

대곡마을에는 복된 산이 있고 

크고 깊은 골짜기가 있다

그 골짜기의 옹달샘, 오두막에 

아름다운 시인이 살고 있다

바다의 뿌리에서 날아온 

여수의 젖은 나비처럼, 소라면 앞바다의 뿔소라처럼

어느 누구라도 그 곳에 가서 보면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별들이 그 곳에서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그 곳에서 켜졌음을 알 수 있다

그 곳에 가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어

꽃빛을 켜고 별빛을 켠다

대곡마을 은하수 뿌리에서 오늘도 

꽃들이 하늘로 기어오른다

은하수 뿌리에서 오늘도 심장의

꽃들이 피어나 반짝거린다


그대에게 가는 모든 반짝이는 말들이 

뿌리에서 출발하여 먼 은하수를 

지금 막 건너가고 있다


은하수를 건너며 다시 보니

떠내려가는 고무신 한 짝이 보인다

은하수 뿌리에는 내가 징검다리에서

어린시절 잃어버린 고무신 한 짝이

있다 그 고무신 한 짝에 지금도 

각시붕어가 살고 있다




동백과 동박새   

― 생숲길 18



  

나는 작은 동박새입니다 여수는 나를 낳은 어머니이고 나를 살린 첫사랑입니다 젖을 빠느라 동백의 깊은 슬픔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여막(廬幕)을 짓고 삼년을 살았지만 목이 메어 울혈을 토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칠십년 전 사람들이 차마 건널 수 없었던 바다를 건너갔습니다    

 

제주도 새들은 이미 득음을 한 곡비(哭婢)들이었습니다 수의 한 벌 얻어 입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을 위하여 억새와 갈대는 해마다 수의를 장만하고 있었습니다 억새는 산에서 날려보내고 갈대는 물에서 날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봄부터 부지런히 짜기 시작한 베옷 한 벌씩 날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소리내어 울지도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새들은 단풍이 들도록 목 놓아 울었습니다 제주도 새들은 따로 독공을 하지 않아도 득음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란의 뿌리에서 항쟁의 꽃이 피어나려면 백 년은 걸릴 것입니다 칠십년이 지난 지금도 총소리 가득합니다 서로를 향해 쏘아대는 손가락 총이 가장 무섭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손가락 끝은 결국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한라산에서 시작한 통일의 첫걸음도, 지리산에 뿌려진 평화의 붉은 씨앗들도, 알고보면 모두가 삼일운동이었습니다 우리들이 함께 들고 일어났던 삼일정신이었습니다 완전한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한 동백꽃들의 피맺힌 절규였습니다  

   

남도의 붉은 동백꽃들이 목숨으로 살려낸 통일열차가 이제 막 출발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통일열차가 드디어 기적을 울리며 백두산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삼일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제 살을 찢으며 아픈 상처에서 피어납니다 세상의 모든 새들은 오늘도 웃지 못하고 울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슬픔에서 태어납니다 우리들의 산도 우리들의 물도 우리들의 하늘도 눈물이 많아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와 다시보니 여수의 억새밭에서 베 짜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수의 갈대밭에서 하얀 베옷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여수의 동백숲에서 득음을 한 명창 곡비들이 곡을 하는데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빈 젖꼭지를 빨고 있습니다 나는 붉게 우는 아주 작은 동박새입니다                              






한라산 어욱

― 생숲길 19





한라산 어욱은 새가 되지 못하여

봄부터 베를 짜기 시작한다

초가지붕에도 오르지 못하여

베옷 한 벌 장만하기 시작한다


천둥 번개 요란한 여름에도

베틀소리 멈추지 않는다

새 옷 한 벌 얻어 입지 못하고

만가(輓歌)도 없이 숨 죽여 가신 님들     


해 좋은 날, 어욱꽃 마을까지 내려온다

수의 한 벌 챙겨들고

요령소리 앞세우고

잃어버린 마을까지 잊지 않고 찾아온다     


무너진 돌담 하나 대답이 없어

빈 상여 소리에

빈 수의 한 벌 흩어져 날아가고

갈 곳 잃은 바람의 곡비

온몸이 휘청거린다     


뼈만 남은 한라산 억새

흰 눈 내려 헛묘에 묻히고

한라산 자락에는 해마다

메김소리 가득한 오름 하나씩 늘어난다




* 어욱 : 억새의 제주도 말

* 새 : 제주에서는 볏짚 대신 새로 초가지붕을 만들었다





종석산 정읍사

― 생숲길 20





종석산에서 정읍사(井邑詞) 

노래소리 들린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종석산 정읍사(井邑寺)에서

범종소리 들린다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모든 것이 선(禪) 아닌 것이 없다

내 가슴 속으로 들려오는

달빛 종소리, 요것은 도대체 뭣이다냐


옥정호에서 올라오는 물안개 발자국소리다냐

참나무 숲으로 숨어드는 밤의 숨소리다냐

참나무 그늘을 덮고 잠든 산삼들의 잠꼬대다냐

홀로 달아오른 산삼 열매들의 후끈거림이다냐

아. 나는 너무 오래도록 떠돌았던 장돌뱅이였구나

아, 나는 너무 오래도록 보지 못한 청맹과니였구나


제주공항에서 여수공항은 바로 코 앞 이었구나

이륙하고 추자도가 보이더니 바로 착륙이구나

여수에 도착한 나비는 연어의 종착역을 지나

옥정호가 있는 숲으로 날아가는 구나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아, 참으로 먼 세월이 한 순간이구나

종석산에서는 정읍사(井邑詞) 후렴소리 들리고

종석산 정읍사(井邑寺)에서는 운판소리 들려오는데

나의 지친 가슴 속에서 환하게,

꿈꾸던 숲에서 드디어 산삼 꽃이 함께 영그는구나




《악학궤범(樂學軌範)》 정읍사




달문moon

― 생숲길 21




달은 문이다 문은 열리고 달은 하늘에 이르는 길이다 달은 달(達)이고 문은 문(文)이다


가슴을 열고 반월문을 바꾸니 달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가슴에 묻은 사람들 숨소리 들린다


달이 자꾸만 문을 기웃거린다 나는 아직 안토니오 가우디를 모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도 모른다 달빛으로 백 년의 꿈을 심는다


동쪽에는 평화공원이 있고 서쪽에는 평화학교가 있다 생명학교와 함께 있다 그 평생학교에서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인다 가끔은 저 멀리 이어도와 서천꽃밭이 보인다


평생 베옷을 만드는 갈대와 억새가 있다 평생 곡비 노릇을 하는 새들이 있다 백 년을 날려 보내고 백 년을 울어야 비로소 하늘문에 닿을 수 있을까


수의 한 벌 얻어 입지 못하고 떠난 영혼들을 위하여 낮에는 꽃들이 촛불을 켜고 밤에는 별들이 촛불을 켠다 달은 밤새 메밀밭 백비에 비명을 썼다가 지운다 파도는 밤낮으로 절벽에 비명을 썼다가 지운다 그렇게 백 년을 써야만 주춧돌 하나 온전히 세울 수 있을까


폭낭과 워싱턴야자수가 나란히 서 있다 야자수 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키 큰 야자수 그림자가 폭낭 가슴을 관통한다 폭낭 쪽으로 해가 기울어진다 넓은 폭낭 그림자가 홀쭉한 야자수를 안아준다


백 년의 꿈이 낳은 폭낭 가지에 달문이 열린다 초승달 살이 환하게 오르고 있다



* 폭낭 : 팽나무를 제주도 사람들은 폭낭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무등이왓 사람들

― 생숲길 22




# 큰넓궤


평화로 가는 길에 붉은 상사화

무리지어 피어난다

추석날 오후 큰넓궤 찾아간다

큰넓궤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 해 추석을 어떻게 지냈을까

아, 큰넓궤는

끝까지 눈을 감지 못한 어머니의 눈동자

길에서 나를 쏟아버린 어머니의 자궁

서늘한 바람이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싸늘한 정신이 가슴 속을 후벼판다

볼레오름까지 올라갔던 사람들

그들을 두 달 동안 지켜주었던

입구의 종나무

그 종나무와 어울려 살고 있는

단풍나무를 본다

홍단풍은 봄부터 붉고

청단풍은 가을에도 푸르다

아, 입구가 너무 좁다

거꾸로 찍혀있는 발자국처럼 거꾸로 들어간다

흙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눈동자 속으로, 자궁 속으로

기어서 들어간다

멀리서 나팔소리 들려오고

어머니의 심장소리 들린다

어둠이 양수처럼 나를 감싼다 이 곳에서

붉은 상사화 지는 것도 잊은 채

두어 달 어머니와 함께 종나무로 살다가 나는,


# 발자국 밥그릇


눈이 온다 하늘이 온다

하늘의 식구였던 눈이 온다

하늘의 식구였던 하늘이 온다

눈이 쌓인다

하늘이 내려 쌓인다

큰일이다 큰일났다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오려거든

더 빨리 펑펑 쏟아 부어라

우리들이 벗어놓은

발자국 가득 쌓여 넘쳐버려라

거꾸로 벗어놓은 발자국이

차라리 하늘이 되어버려라

큰넓궤에서부터 따라오는 발자국이

자꾸만 우리들의 목숨을 따라오고 있다

왕오름을 지나고

이스렁오름을 지나고

어스렁오름을 지나고

산짐승도 내려가 텅 빈 볼레오름에 다 오도록

우리들의 발자국은 하늘이 되지 못하는구나

고봉밥이 되지 못하는구나

발자국 밥그릇에 하늘을 다 담지 못하는구나

아, 존자암의 염불소리도 

부처님께 올리는 삼시 세 때 공양도

우리들의 발자국 그릇을 다 채워주지는 못하는구나

하늘의 눈꽃만 지상에 피어나

참나무들의 겨우살이 열매 눈빛이 더욱 붉어지더니

덜 채워진 하늘이 결국 붉게 엎어지고 마는구나


# 헛묘


정방폭포로 간다 정방폭포 앞바다로 간다 태평양으로 간다 혹시, 아는 사람이 뼈 한 조각이라도 가져왔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고향으로 간다 동광리로 간다 무등이왓으로 간다 삼밭구석으로 간다 혹시, 살 한 점이라도 붙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또 다시 낭떠러지 위로 간다 절벽의 바위를 뒤진다 폭포 아래 바위를 뒤지고 물속을 뒤지고 바다 속을 뒤지고 바다 속 물고기들을 뒤지고 물고기 뱃속을 뒤진다 혹시, 숨결 하나라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허공 속을 뒤진다 더 높은 하늘을 뒤진다 구름 속을 뒤진다 빗방을 속을 뒤진다


뒤지다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 지상을 떠난 뒤에도, 집 앞으로 몰려든다 죽어서도 몸을 찾지 못한 영혼들이 작은 단서라도 얻어 들으려고 찾아든다 이렇게 찾아와 밤새 이야기하는 영혼들을, 살아있는 사람들은 목백일홍 이라고 말한다 백일홍 나무라고 말한다 배롱나무라고 말한다 그 곁에 있는 충혼묘지에도 백일기도하는 붉은 꽃이 있다 죽어서도 영혼을 찾지 못한 몸들이 있다 그리하여 여전히 순례를 멈출 수 없다





언어와 연어

― 생숲길 23




# 종착역과 출발역


김도수 시인의 글을 읽으면

연어의 종착역이 보인다

언어의 종착역이 보인다

내가

연어의 종착역을 말하면

시인은

언어의 종착역을 말한다

언어와 연어가 만난다

나는 연어를 따라서

언어의 종착역으로 간다


나는 너무 멀리 돌아서

왔다 이제 다시

그 종착역에서 출발한다



# 대설주의보


어제 밤에 대설주의보처럼 꿈을 꾸었다

부처님과 예수님과 주치의 선생님께서

나에게 남은 생명이 5년이라고 말씀 하셨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씀 하셨다

5년의 시한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꿈속에서 고민을 하는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이제 막 새해가 열리는 밤이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낮에 받아서 읽다가 잠든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다시 읽기 시작하니 섬진강이 보이고

진뫼마을이 보이고 반월산이 보이고

연어의 종착역이 보이고 징검다리가 보인다

어제 눈이 많이 와서 한라산을 넘지 못하고

이어도공화국에서 해를 넘기고 있는데

어둠 속으로 새해가 열리듯 방문이 열리더니

반월산에 누워 계신 부모님께서 들어 오신다


아직, 내가 등을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어야 할 흰 소는 보이지 않는다



# 연어의 종착역


고향집 바로 앞에

연어의 종착역 표지석이 있다

나는 연어가 되어

참으로 먼 길을 거슬러 돌아왔다

나도 이제는

붉은 알을 낳아야만 한다



# 언어의 종착역


언어의 종착역에는 어머니의 무덤 하나가 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잃어버린 젖무덤 하나가 있다



* 나는 몸으로 기억한다. 나의 몸이 어머니를 기억한다. 어머니는 나의 하느님이다. 그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 번 그 따뜻한 길을 여행한다. 그 행복과 평화의 길은 나의 길이고 내 아들의 길이고 내 어머니의 길이고 우리들 모두의 길이다. 그 숭고한 길의 힘으로 나는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간다. 

  나의 몸은 아직도 토성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토성(土星)을 진성(鎭星)이라 부른다. 토성은 목성에 이어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크며, 직경은 지구의 약 9.5배, 질량은 약 95배이다. 태양으로부터 14억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약 9.7km/s의 속도로 공전하는데, 이는 지구 시간으로 대략 29.6년이나 걸린다.

  나의 기억이 왜 토성에서부터 출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나는 아직 모른다. 나는 다만, 어쩌면 나의 이름 때문에 기억이 재구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그러니까 그믐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토성은 30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접근하였고 번쩍, 하는 불빛과 함께 우주비가 내렸다. 나는 그 5억 개가 넘는 우주의 빗방울 속에 있었다. 나는 무작정 토성에서 지구를 향해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지구에 도착하여 보니 어느 작은 시골이었다. 그믐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보름달을 이고 가는 도붓장수 여인이 있었다. 커다란 미원박스 안에 바늘, 실, 양말, 동정, 고무줄, 비누… 많은 생활용품들이 담겨있고 그 박스 아래는 생활용품과 물물교환 한 쌀, 보리, 조, 수수, 콩 등이 담긴 자루가 있고 또한, 그 박스 위에도 비교적 가벼운 물건들과 함께 이미 팔려나간 물건들 대신 수숫대 빗자루며 계란 등과 함께 손때 묻은 되가 있었다. 이 모든 물건들을 아주 큰 보자기에 싸서 이고 가는 여인이 있었다. 집을 나설 때에는 빈 헝겊 자루들이 똬리 역할을 했지만, 그 접혀 있었던 자루들이 불룩하게 다 채워지고 네모난 박스 위에도 묘지처럼 볼록해서 보름달이 되어야만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 이었다. 

  그 여인의 몸은 흠뻑 젖어 있었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지천에 피어있는 참꽃들만이 바람결에 맞추어 몸을 눕히고 있었다. 나는 다행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적셨고 무사히 그녀의 몸과 마음속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나의 운명이었고 축복이었다. 나는 그렇게 천만 다행으로 그녀를 만났고 그녀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가기 시작하였다. 어찌하여 나는 그녀를 젖게 했을까? 왜 나는 하필 그런 여인의 몸속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던 것일까? 나는 어찌하여 그렇게 그녀의 아들이 되었던 것일까?






세한도

― 생숲길 24




마포대교


누군가는 저 다리를 건너

역사를 바꾸었고

누군가는 저 다리를 건너

도화낭자를 만났고

누군가는 저 다리를 건너가다

다 건너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다리 난간에 있는

거울 속 사내를 들여다 본다



눈사람


나는 하늘에서 온 사람

나는 하늘로 돌아갈 사람


나는 이제 곧 강이 될 사람

나는 다시 바다가 될 사람


나는 아지랑이로 피어오를 사람

나는 또다시 구름으로 떠돌 사람


그래도 나는 영원히

그대 손길을 잊지 못하는 사람



수선화


꽃이 너무 많다

잔이 너무 많다

독이 너무 많다


독을 마시기에 딱 좋은 금잔옥대

벌써 비워져 있다



달과 소나무


심장내과 복도에는 어둠이 쌓여있다

나의 하느님이신 원장님께서 문을 열고 불을 켠다

잠시 후에 천사들이 들어오며 출근 체크를 한다

피를 뽑아 검사를 하는 동안 나는 세한도를 본다

늙은 한 그루는 소나무가 분명한데

젊은 세 그루는 소나무일까 잣나무일까

나무들보다 둥그런 문이 더 궁금하다

보름달 안에서 반달이 보인다

초승달과 그믐달도 보인다

그 문에서 나의 반월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대동맥판막 반월문에서 시계소리가 들린다

반월산에 나란히 누워계신 반달 두 개도 보인다

엎어놓은 반달의 잔디 위에도 눈이 쌓여 있으리라

아직은 나의 반달문이 잘 열리고 잘 닫히고 있으리라

금속으로 만든 반월 문짝이 빠지는 일도 있으리라

문짝이 칼이 되어 대동맥을 갈라버릴 수도 있으리라

문을 지나가는 피가 떡이 되어 핏줄을 막아버릴 수도 있으리라

혈전이 뇌로 가서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

비트코인처럼 빛나던 문이 악귀의 입처럼 변할 수도 있으리라

아, 나는 이제 심장에서 나가는 문이 가장 무섭다

아, 나는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달이 가장 무섭다

나는 나의 하느님에게 십계명을 받아들고 나온다

세한도 밖으로 폭설은 멈출 줄 모르는데

늙은 소나무 한 그루 아직은 잘 살아가고 있다

장무상망(長毋相忘), 나의 묽은 피로 붉은 낙관을 찍는다               




먹쿠실낭*

― 생숲길 25


   

#  

   

입춘날 아침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제주4ㆍ3평화재단에서 발행한 『4ㆍ3과 평화』를 펼쳐 보았다

열두 살에 사삼이 지나갔다는 강순아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영아 오빠는 한림국민학교에서 총살당해 여드랑밭에 묻히고

영보 오빠는 여드랑밭에서 일하다 끌려가 섯알오름에서 죽고

두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멍은 밭에서 웃통을 벗고 훌떡훌떡 뛰고

나보다 가슴이 더 깊이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며 돌아오는데

멀구슬나무가 자꾸만 나를 붙잡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머니 가슴처럼 쭈글쭈글한 열매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     


봄이 관덕정 쪽에서 총을 맞고 쓰러졌다고 하였다

붉은 동백꽃들이 뚝뚝 떨어졌다고 하였다

감저공출 절대반대 보리공출 절대반대를 외치며

3ㆍ1절 만세를 부를 때에는 아직 미처 알지 못했다

푸른 잎들과 보라색 꽃들이 하늘을 뒤덮을 때였다

새들의 둥지를 품고 밤낮으로 젖을 물리던 때였다  

어느 맑은 날 나는 차마, 끝내, 보고야 말았다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 젊은 청년을 여드랑밭에 묻는 것을 보았다

큰 바람에 밭담이 무너져 무덤이 없어지는 것도 보았다

섯알오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묻혔다는 소문도 들었다

검질을 매다가 웃통을 벗고 훌떡훌떡 뛰는

양쪽 가슴에 두 아들을 묻고 겨우 살아가는 어머니도 보았다

마을들까지 불태워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동쪽 어느 마을에 빈 가슴으로 살아간다는 불칸낭처럼

가슴속이 새카맣게 타버린 나는 그때를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아, 내가 업어서 키운 열두 살 소녀가 돌아왔다

재봉틀소리도 총소리로 들렸다는 그 소녀가 다시 돌아왔다

내 몸으로 염주를 만들어 나를 어루만지며 기도를 하고 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 따뜻한 피가 돌며 또 다른 내가 돋아난다   



                      

* 먹쿠실낭 : 멀구슬나무          




천년폭낭

― 생숲길 26




1


퐁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폭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팽나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당산나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신당나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서낭당나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정자나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


얼굴책에서 우연히 나무 한 그루 사진을 보았다

살아있는 낭쉐 한 마리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뿔로 하늘을 들어올리고 있다

쿵쿵쿵 지축을 흔들며 낭쉐 한 마리 걸어가고 있다

텅, 텅, 텅, 걸어가면서도 똥을 잘 싼다

똥덩이를 보니 ‘상가리 천년퐁낭’이라 쓰여있다

지식의 바다로 헤엄을 쳐서 들어간다

살아있는 낭쉐는 코끼리가 되고 하마가 되고

거대한 전갈이 되고 거대한 하늘소가 된다

코뿔소가 되고 사슴이 되고 노루가 되고 토끼가 되고

백록이 되고 꽃 모자를 쓴 설문대할망이 된다

나는 쇠기둥을 받치지 않은 낭쉐가 더 마음에 들지만

세월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나는 이제

천 년을 넘게 살았다는 그 폭낭을 찾아가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올려야만 하겠다

속을 다 비우고 껍데기로 버티고 있을 나무 한 그루

뼈만 남아서 온 몸이 뼈가 된 나무 한 그루

나이테도 다 버리고 기억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나무 한 그루

넘어지고 얻어터지고 허리가 꺾여서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었을 생에 대한 믿음 한 그루

나는 그 꿈과 삶에 대한 예의를 찾아서 가리라

그 간절한 마음은 꿈속으로도 이어져

연꽃이 있는 꿈속으로 먼저 찾아간다

천년폭낭이 낳아 기른 상가리

이 폭낭 아래서 차씨, 주씨, 현씨 세 사람이 움막을 짓고

생활하기 시작하여 지금의 상가리로 발전하였다는 전설을 따라가니

올레에 조등이 걸려있는 상가에서 도감으로 앉아서

천 년 넘게 돔베고기를 썰고 계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3


나무라고 해서 모두가 나무처럼 사는 것은 아니다

나무로 태어났지만 짐승처럼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

거대한 곤충처럼 기어가는 나무가 있다

울퉁불퉁한 몸뚱이를 이끌고 천천히 하늘로 기어가는 거미가 있다

살아있는 낭쉐 한 마리 하늘로 올라가 하늘소가 되고 있다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 바라보니 진흙소 한 마리 숲으로 간다

바람소리 한 수레 싣고 허공 속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상가리 천년폭낭을 보니 드디어 나무가 보인다

나와 무(無)가 함께 보인다

나보다 무(無)가 더 잘 보인다


4


길을 찾아보려고

홀로

밤새 길을 걸었다

아침에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보니

카톡이 하나 와 있다

아, 오늘이

나의 생일이었구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소중한 사람이 있었구나



5


며칠 전에 겨우 배웠다

천년폭낭 보고 배웠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지금 처한 그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라

바람 불면 바람을 안고

비가 오면 빗물에 젖고

눈이 오면 눈물을 닦고

봄이 오면 하늘을 보고

여름 오면 그늘을 주고

가을 오면 뿌리로 가고

겨울 오면 하늘로 가라

나도 이제 그렇게 산다



6


강산 시인의 꿈삶글을 쓴다

강산 시인의 꿈과 삶과 글을 쓴다

강산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나는 참 아는 것이 없다

나는 참 세상을 모른다

나는 참 사람을 모른다

나는 참 나를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처음부터 다시 세상을 읽는다

나는 세상을 잘 읽어서

아름다운 세상 하나 만들고 싶다

나는 나를 더 잘 읽어서

나의 세상 하나 꼭 만들고 싶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쓴다

세상을 베끼고 세상을 배운다

사람을 베끼고 사람을 배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먼저 집 정리를 하고 메모를 한다


아, 오늘은 식목일이자 한식날 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나무 심기를 좋아하고

찬 음식을 먹는 가난한 시인이었구나



7


제주도 어느 마을이나

폭낭이 많다

내가 사는 화순에도

폭낭들이 참 많다

여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폭낭 아래 모여서 지낸다

자세히 보면

상처가 많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암덩이처럼 울퉁불퉁 하고

오래 전에 잘린 가지들은

속이 텅텅 비어 있다

그렇게 상처 많은 나무들이

새들을 품어 키우고

사람들도 그늘로 덮어주며

모두 모두 함께 잘 자란다

이어도공화국에도 그런 폭낭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8


며칠 전에 보고 온

천년폭낭이

자꾸만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천년폭낭 등에서 자라는

돌나물들이

자꾸만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천년폭낭 등에서 자라는

어린 생명들이

자꾸만 나에게 눈을 껌벅거린다

처음에 보고는

다른 나무가 곁에서 자라나서

함께 합쳐진 연리목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큰 바람에 쓰러질 때

엉겁결에 땅을 짚었던

왼손이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야 할 가지가

땅을 향하여

뿌리처럼 박혀 있는

그 나뭇가지가 자꾸만

내 눈에 밟힌다

쓰러진 몸으로도 잘 사는 폭낭 한 그루

큰 바람에 꺾이어 상체를 다 잃고도

다시 싹을 틔워 살아나

자꾸만 자꾸만 나를 부른다

사람들이 받쳐 준 쇠기둥 다 버리고

온전한 자신의 뼈로 지팡이 삼아

다시 새롭게 부활을 꿈꾸는 폭낭 한 그루

자꾸만 자꾸만 내 몸으로 들어온다

천 년을 넘게 살았다는 폭낭 한 그루

자꾸만 나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준다



9


천년폭낭도 처음부터 천 년을 산 것은 아니다





두부가 된다는 것은

― 생숲길 27



              

콩이 두부가 된다는 것은

콩이 고기가 되는 것이다

콩이 두부가 된다는 것은

원이 네모가 되는 것이다

콩이 두부가 된다는 것은

딱딱함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어릴 적 내 고향에는 밤마다 두부를 만들어 파는 집이 있었다 따뜻한 두부를 먹기 위해서는 저녁밥을 일찍 먹고 서둘러서 가야만 했다 커다란 솥에 미리 갈아놓은 콩물을 은근히 끓이며 저어주어야만 했다 어둠이 눌러 붙지 않게 하려면 끊임없이 저어주어야만 했다 보통 하루에 두 판 정도의 두부를 만들었고 명절에는 더 많이 만들어 팔곤 하였다 인기가 좋아서 늦게 가는 사람들은 두부는 사지 못하고 비지만 얻어올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 때 얻어먹은 순두부와 두부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두부뿐만 아니라 비지의 맛도 잊을 수가 없다


두부를 만든다

이제는 맷돌로 갈지 않고 모터로 콩을 간다

물을 부어가며 콩을 갈아 콩물을 만든다

이왕에 콩물이 있으니 콩국수도 만들어 먹으며 두부를 만든다

두부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은근과 끈기다

은근한 불에 끈기 있게 저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렇다

인생이 눌러 붙지 않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저어주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은 솥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콩물을 저어주고 있다

어떤 사람은 금방 지쳐서 방에 들어가 드러눕는다

어떤 사람은 곁에서 노래를 불러준다

어떤 사람은 국수를 끓이고 김치를 만든다

어떤 사람은 상을 차리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콩이 콩물이 되고 콩물이 다시 엉겨 붙어 두부가 된다

딱딱한 것들은 부드러워지고

둥근 것들은 제 영혼을 갈아서 다시 네모로 부활한다

순두부로 만족하는 두부도 있지만

다시 물을 쪽 빼고 두부가 되고 싶은 콩들이 많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그렇게 모두가 둥그렇게 태어나서 네모로 간다

둥그런 하늘 아래서 둥그런 무덤을 만들고 떠난다

둥그런 무덤 속에는 언제나 두부처럼 네모난 관이 들어있다

(혹은 네모난 상자 안에 둥그런 항아리 속에서 잠든다)               





― 생숲길 28





뱀은 손과 발이 없어도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

뱀은 귓구멍이 없어도

듣지 못하는 것이 없다

뱀은 눈꺼풀이 없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뱀은 수 백 개의 갈비뼈로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땅의 영혼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삼보일배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오체투지 같은 절실한 마음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동안거에 들어가 용맹정진하는 마음으로

큰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소신공양까지 불사하는 뱀들의 마음으로


가장 낮은 자세로

기도하고 수행하는 뱀들의 마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연명할 만큼만 먹고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는 평화주의자의 마음으로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 기어 다니다가

길쭉한 소주 됫병 속에서 비로소

몸 속 사리 같은, 마음 속 모든 독을 토해내고

비로소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서 보는

뱀술 같은 뱀의 운명이여, 또 다른 나의 운명이여


아, 내가 새롭게 만든 에덴동산, 서천꽃밭에

구렁이 한 마리, 나의 발가락 앞으로 지나간다




무화과나무

― 생숲길 29


      


나는 가인의 후예일까 아벨의 후예일까

나는 셋의 후예일까 아담의 후예일까

나는 이브의 후예일까 뱀의 후예일까


세상의 시작은 하나에서 시작하였으니

나는 그 하나님의 자식이 분명하다

태초의 처음은 없음에서 출발하였으니

나는 그 없음의 자식임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만물은 모두가 형제자매가 분명하다 너도 나도 모두가 형제자매가 분명하다 뱀도 그렇고 곰과 호랑이도 그렇고 여우와 늑대도 그렇다 고양이와 돼지도 그렇고 토끼와 사슴과 새들도 모두가 다 한 식구가 분명하다 원숭이와 코끼리와 낙타와 사자도 한 식구가 분명하다 나무늘보와 개미핥기도 우리들의 한 식구가 분명하다 소와 말과 개도 그렇고,


가인과 아벨은 하나님을 너무 몰랐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고 모자란 것이 없다

하나님은 깡패나라의 두목이 아니다

하나님은 푼돈이나 뜯어먹는 양아치가 아니다

하나님은 오직 자식들을 사랑할 뿐

그 어떤 재물이나 예배도 바라지 않는다


하나님은 어떠한 뇌물도 바라지 않는데

인간들은 자꾸만 십일조 뇌물을 바치려고 한다

인간들은 자꾸만 보험용 뇌물을 상납하려고 한다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서로 나누기를 바라는데

인간들은 자꾸만 아부하려고, 하늘에 뇌물을 상납하려고 

형제자매들의 재물을 더 많이 빼앗으려고 한다


아무리 보아도 하늘에는

지상의 재물을 쌓아 둘 창고가 없다


내가 사는 에덴동산에는 이제

하느님도 살고 단군할아버지도 살고 설문대할망도 함께 살아간다

부처님도 살고 공자님도 살고 예수님도 함께 모여서 정답게 살아간다

성경책도 읽고 팔만대장경도 읽고 사서삼경도 읽으며 살아간다

날마다 주기도문을 외우고 반야심경을 외우며 살아간다

가끔은 페이스북 속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며 살아간다     

무화과나무 아래로 모세의 지팡이 같은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나는 모세도 아니고 모세의 지팡이도 없어서

뱀을 집어 들지 못한다

무화과나무 잎이 넓은 그림자를 벗으며 잠시 흔들린다

무화과나무 열매 안쪽에서 꽃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오메기

― 생숲길 30




하늘에서 연자방아를 돌리고 있다

잘 갈아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무등이왓 조 밭이 햇살에 익고 있다

무등이왓 오메기* 밭이 햇살에 익고 있다

잠복학살터 곁에 있는 조 밭에서 술렁거리는 소리 들린다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이란 글자에 녹이 슬어있다

그날, 정방폭포 위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한결같은 오메기 이삭들이 고개를 깊숙이 떨구고 있다


큰넓궤와 도엣궤로 숨었다가, 영실 볼레오름까지 쫓겨갔다가

정방폭포에서 총을 맞고 떨어져 바다가 되어버린 사람들

파도소리 들리는 헛묘의 목백일홍 영혼처럼

조 이삭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오메기 이삭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새들이 먹지 말라고 씌워놓은 푸른 양배추 망들

그 속에 갇혀 있는 조의 모가지들이, 오메기 모가지들이

함께 학살당한 가족들 같아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말 목장의 말들도 보이지 않고

탕건 망건 양태 차롱 만들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의 구름들이 굿판을 벌이고 있다

시인들이 시를 낭송하고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춤꾼들이 춤을 추고 가수들이 노래를 부른다

심방이 굿을 하고 마을 사람들이 극락왕생을 빌고 있다


조 밭에서 오메기떡 냄새가 난다

조 밭에서 오메기술 향기가 난다

조 밭에서 오소리술 향기가 난다

큰넓궤와 도엣궤에서 잘 숙성된 술은

헛묘에 올려질 것이고 정방폭포에 뿌려질 것이고

영실 볼레오름에 뿌려질 것이고 큰넓궤에 뿌려질 것이고

여수로 갈 것이고 광주로 갈 것이고 지리산으로 갈 것이고

오키나와로 갈 것이고 베트남으로 갈 것이고 미얀마로 갈 것이다


그런데 아,

잃어버린 마을, 조릿대들만 무성한 마을에 들어선

저 거대한 건축물은 도대체 무엇이더냐

저 거대한 십자가는 또한 도대체 무엇이더냐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학살되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저 하나님의 궁전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꿈의 사다리이더냐


나는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보며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담 자손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담은 셋을 낳았고

셋은 에노스를 낳았고

에노스는 게난을 낳았고

게난은 마할랄렐을 낳았고

마할랄렐은 야렛을 낳았고

야렛은 에녹을 낳았고

에녹은 므드셀라를 낳았고

므드셀라는 라멕을 낳았고

라멕은 노아를 낳았고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다


나는 아직 나의 계보를 알지 못한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내 피 속에는 하나님의 피가 섞여있다 하느님의 피가 섞여있고 단군할아버지의 피가 섞여있고 설문대할망의 피가 섞여있고 부처님의 피가 섞여있고 공자님의 피가 섞여있고 예수님의 피도 섞여있다 나의 몸속에는 아담의 피도 섞여있고 이브의 피도 섞여있고 루시퍼*의 피도 섞여있다


하늘에서는 연자방아가 돌아

잘 갈아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데

무등이왓에서 돌던 연자방아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이 가득 담겨 찰랑거리고 있다




* 오메기 : 차조의 제주도 말. 제주 4・3의 와중에 잃어버린 마을 동광리 무등이왓에서, 제주민예총 예술가들이 200평의 밭을 빌려 조 농사를 짓고 있다. 조가 잘 여물어 결실을 얻으면 그것으로 제주의 전통술인 고소리술을 빚을 계획이다. 빚어낸 술은 4・3 당시 피난처 중 한 곳인 큰넓궤에서 숙성시킬 예정이다. 술이 익으면 제주와 같은 역사를 지닌 곳과, 여전히 그런 아픔이 진행되는 세상의 모든 현장으로 보낼 계획이다. 바라건대, 술이 잘 익어서, 세상 모든 곳에서 억울하게 숨져간 영혼들의, 마른 목을 축이는 의미 있는 생명수가 되길 기도한다.


* 루시퍼 : 루시퍼는 ‘빛을 내는 자’, ‘새벽의 샛별’이라는 뜻으로, 천계에 있을 때는 신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던 존재였다. 신의 은총을 한 몸에 받으며 모든 천사를 지휘하던 루시퍼에게 점차 ‘오만’의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마음이 신의 분노를 사서 그는 하늘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신을 배반하여 쫓겨난 루시퍼가 뱀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이브를 유혹하여 악마가 되었다고 한다.




노아

― 생숲길 31




우리들의 세상에는 그럴듯하게 잘 짜인 플랫폼들이 많다

카카오와 네이버 플랫폼들이 한국을 통째로 삼키려고 한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세계를 콱 삼키려고 한다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 불교가 사람들을 길들이고 있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듯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였다

탈레반이 다시 한 번 아프가니스탄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

아비규환의 땅에서 아기라도 살려보려고 철조망 위로 던진다

노아의 방주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다


노아의 시대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


최초의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만들었고

새로운 하나님들께서

이 세상을 개조한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그 한 생명은

새로운 하나님이 된다

그러니 결코 자식을

소유하려고 하지 말라

하나님은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하늘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너무 많은 권세를 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너무 터무니없이 믿었다

부모님은 자식을 너무 터무니없이 믿었다

처음부터 생명나무 하나만 주었어야 옳았다

모든 초목과 모든 짐승들을 먹게 해서 망했다

모든 초목들과 모든 짐승들에게 죄를 지었다


인간들이 살기 위해 희생시킨 모든 초목들과

모든 짐승들에게 엎드려 절을 하며 빌어야 하였건만

인간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을 잘못 길들였던

하나님께 희생양을 올리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하나님과 인간들은 함께 망했다

하나님과 인간의 오만방자함이 이 지구를 망가뜨렸다


이제 우리들은 새로운 하나님을 믿어야만 한다

새로 태어나는 우리들의 하나님들께서 망가진 지구를 수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거처 베란다에

손수건 같은 하얀 빨래가 햇살 속에 펄럭이고 있다





노아의 방주

― 생숲길 32




내가 사는 안덕면에 노아의 방주가 있다

이타미 준 선생님이 설계한 방주교회가 있다

유동룡 선생님의 숨결이 숲을 이루고 있다


수풍석 박물관도 있고 두손 박물관도 있고

포도 호텔도 있다 한결같이

내가 사는 산방산 쪽을 향하여 기도를 한다


나는 비가 오는 날에도 방주에 들어가지 않고

비를 맞으며 이어도공화국에서 돌길을 만든다


돌탑을 쌓을 때와

돌담을 만들 때와

돌길을 만들 때는

돌 모양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르다


하늘을 받들 것인가

바람을 받들 것인가

사람을 받들 것인가


우리들은 모두가

자신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될 때

자신의 시신을 치워 줄 수 있는

그런 손길을 은근히 사랑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너를 생각하며

돌탑이 되어 보기도 하고

돌담이 되어 보기도 하고

돌길이 되어 보기도 한다


더욱 깊어지는 푸른 하늘이

푸른 바다 속으로 깊이 걸어서 들어가고

늙어서도 더욱 푸르러지는 청춘 하나

스스로 가을 깊은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

겨울을 덮고 긴 꿈속으로 누워서 잠이 든다





탐라국 창세기

― 생숲길 33




땅 위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물이 땅에서 마르기까지 까마귀는 왕래하고

비둘기는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돌아온다


제주공항에 시조새와 익룡들이 날아오른다

저 무서운 새들은 우리들의 까마귀일까 비둘기일까

설문대할망의 방주는 오늘도 물 위에 떠 있다


사람들의 홍수에 떠내려간 것들이 있다

아스팔트 홍수에 떠내려 가버린 것들이 있다

제주공항 아스팔트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이 묻혀 있다


물 가운데 섬 하나 만들고 섬 가운데 산 하나 만들고

너무 지쳐서 한라산으로 누워계신 설문대할망

아, 언제 다시 일어나 하늘로 가는 다리를 놓으실까


아직도 탐라국 창세기를 쓰고 있는 탐라국 사람들은

이방인들에게 쫓겨난 인디언들을 생각한다

이방인들과 끝까지 싸워 몰아낸 참파왕국 사람들을 생각한다


정재수와 김달삼과 이덕구는 가고 없지만

화순과 위미에서 몰아냈던 해군기지는 강정에 들어서고 말았지만

공군기지만은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가열 찬 탐라국의 후예들을 본다


탐라국 사람들은 오늘도 설문대할망과 일만 팔천 신들과 함께

아름다운 탐라국을 함께 만들고 있다 하늘로 가는 다리를 놓으려고

아흔아홉 통의 명주실로 설문대할망의 치마를 다시 만들며

마지막 한 통을 더 준비하려고 열심히 누에까지 기르고 있다


이방인, 육지 것인 나는 언제쯤 탐라국 사람으로 편입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한라산이 되지 못하고 제주바다의 물고기로 살아가고 있구나

제주바다에는 아직도 거대한 설문대할망의 방주가 흔들리고 있구나










https://youtu.be/Zj4XgOPVPME


https://youtu.be/eMfP5V52BAY



제주 들불축제




제주시는 올해 3월 개최될 제24회 제주들불축제는 지난 축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팬데믹에 대응한 상황별 추진계획을 수립해 도민과 관광객이 안심하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역 안심 축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축제 일부 행사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대신 전면 사전예약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방역 수칙에 따라 차량을 400대로 제한하는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치러졌다. 사전예약을 전제로 오프라인 행사가 부활될 경우 차 밖으로 나와 현장에서 오름 불 놓기 등 주요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말 그대로 풍요와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한다. 레이저쇼·불꽃쇼와 한데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제주시 관계자는 “들불축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축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들불축제는 당초 제20대 대통령선거 다음주인 3월17일부터 20일까지 계획했지만 18일부터 20일까지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10회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에서 대상을 수상한 제주들불축제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드라이브인 관람방식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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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불축제는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많이 했던 쥐불놀이나 달집 태우기 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제주 들불축제의 최대 볼거리인 오름 불놓기는 2021년 3월13일 오후 7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기상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일정은 조정된다. 오름 불놓기는 새별오름 한 면에 불을 놓아 통째로 태우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는 예전 제주에서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고 새 풀이 돋아 나도록 마을별로 늦가을부터 경칩에 이르는 기간 불을 놓는 방애 풍습에서 비롯됐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액운을 쫓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축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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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시절 쥐불놀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화통 돌리기라고 하였다. 주로 통조림 깡통 바닥과 옆에 못으로 구멍을 뚫고 빈 깡통 안에 관솔이나 작은 장작을 넣고 돌렸다. 그때는 빈 깡통도 귀한 시절이었다. 화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좋은 빈 깡통을 구해야만 했다. 운이 좋은 아이들은 통조림 깡통보다 훨씬 큰 분유 깡통으로 화통을 만들었는데 장작을 많이 넣을 수 있으니 훨씬 화력이 좋았다. 불꽃이 살아있을 때에도 훨씬 좋았지만 마지막에 화통을 하늘 높이 던져 올렸을 때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똥들이 더욱 장관이었다. 그런 화통 돌리기 놀이를 하다가 짚비늘을 태워먹거나 땔감나무 쌓아둔 곳까지 태워먹는 일도 가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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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던 제주들불축제가 올해는 사전예약제, 비대면 온라인 축제로 열린다.

제주시는 오는 3월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새별오름 등에서 들불축제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온라인 및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참가인원을 제한하고 사전예약제로 개최된다.

올해 불놓기에서는 그동안 오름에 새겼던 ‘제주들불축제’ 문구 대신 ‘들불 COVID-19 OUT’으로 변경한다. 또 오름 3부에서 8부 능선에 43개 달집을 설치해 불꽃이 보다 장엄할 것이라는 게 제주시의 설명이다.

이번 불놓기는 사전예약제로 진행되며, 총 400대의 차량만 한정적으로 출입할 수 있다. 불놓는 영상은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중계한다. 또 오름 트래킹과 버스킹, 예술공연 등 주간 행사 관람객도 1000명으로 제한한다. 축제장 내에서 음식물 섭치는 금지된다. 행사장 입구 방역초소에서 제주안심코드를 통한 출입자 확인과 발열검사, 차량 소독 등이 이뤄진다.

제주시 관계자는 “드라이브인 참여자들은 자동차 안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장엄한 화산 분출쇼 등 오름(41만6036㎡)이 타오르는 숨 막히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인원을 축소하거나 입장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돼 매년 열렸으나 2011년 구제역으로, 지난해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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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불축제가 열리는 곳은 평화로에 인접한 새별오름에서 열린다. 들불 축제가 아니어도 내가 자주 가는 곳이다. 설날인 오늘도 나는 내 고향인 진성(鎭星)에는 가지 못하고 대신 샛별인 금성(金星)에 다녀왔다. 금성을 서양에서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美)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비너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신성(晨星) 이라고 부른다. 샛별 혹은 새벽별 이라고 부른다. 이 별은 일 년 중 한동안은 초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또 다른 때는 아침 동쪽 하늘에서 그 어떤 행성이나 별보다 늦게까지 보이기도 한다. 금성이 가장 밝은 곳에 있을 때는 대낮에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보이는 금성을 '샛별' 또는 '계명성'이라 부르고 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보이는 금성을 '저녁별'이나 '개밥바라기' 또는 '태백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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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불축제 역시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산불방지를 위하여 새별오름 정상에 수동식 분부기를 많이 갖다놓고 긴장하며 행사를 진행하더니 몇 년 뒤에는 새별오름 정상까지 소화전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오늘 가서 보니 새별오름 중앙에 "COVID-19 OUT" 글씨를 새기기 위하여 억새다발을 옮기려고 톱니바퀴 모노레일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아,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진화하거나 혹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인가?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by 강산 Feb 09. 2020


내가 어린시절 겨울이면

낮에는 연을 날리고 팽이를 치고 썰매를 타고

밤이면 쥐불놀이를 하고 친구집에서 놀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자주 하지는 못했다

낮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산토끼를 잡고

오리에게 줄 물고기를 잡았다 또한 밤에는

봇짐장수 어머니가 받아온 곡식들 되질을 허거나

콩을 상에 펼쳐놓고 뉘를 가려내거나

꿩을 잡기 위해 콩에 구멍을 뚫고 싸이나를 넣었다


어제는 정월 대보름 이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달집 태우기가 유행이다. 지리산에 사는 이원규 시인이 올린 달집 태우기 유튜브를 보았다. 제주도에서는 달집 태우기를 정원 대보름에 하지 않고 3월 초에 한다. 들불축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3월로 옮겨서 한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도 정월대보름들불축제라고 해서 정월대보름에 하였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3월 초에 금토일 3일 동안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목금토일 4일동안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올해는 3월12~15일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연기되거나 취소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들불축제 홈페이를 통해서 알아보면 될 것이다. 혹시, 취소될지 모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018년에 내가 작성한 포스트를 여기에 옮겨놓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생활이었으나 이제는 축제가 되었다. 자꾸만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변해가고 있어서 아쉽지만 이것도 세월따라 바뀌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여기에서 불에 대한 의미와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또한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들불축제 홈페이지 

http://www.jejusi.go.kr/buriburi/main.do




제주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가마다 보통 2~3마리의 소를 기르며 주노동력인 소를 이용하여 밭을 경작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밭에서 집으로 또는 시장으로 운반하였다. 또 농한기에는 마을마다 양축농가들이 윤번제로 서로 돌아가며 중산간 초지를 찾아다니며 방목 관리하던 풍습이 있었다. 방목을 맡았던 목동(쉐테우리)들은 중산간 목야지 양질의 목초를 찾아다니며 풀을 먹였다. 이 때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경칩에 이르는 기간에 목야지에 불을 놓아 양질의 새풀이 돋아나도록 불놓기(방애)를 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였던 것이다.
불놓기(방애)를 하는 기간동안 제주의 중산간 일대는 마치 들불이 난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루었다. 이러한 제주선인들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승화 발전시킨 축제가 제주들불축제이다.

제주들불축제의 주요연혁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처음으로 개최하기 시작해 올해로 2019년 22회째 개최된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개최되어 온 제주들불축제는 개최역사 21년 동안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했던 해를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개최 초기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하다 2000년부터 축제장을 지금의 새별오름으로 고정화했다. 축제장이 고정화되면서 축제광장 및 주차시설을 위해 주변 초지를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첫 회 시작부터 반응이 좋아 연례축제로 개최가 가능했고, 회를 거듭하며 축제기간도 하루에서 3일로 늘어났고, 관광객들의 욕구에 부응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며 업그레이드 돼왔다.


축제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교류도시 공연단을 초청하여 춤과 노래, 무예 등 외국 자매도시 공연단의 무대가 프로그램으로 정착화 되면서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일약 국제적인 축제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외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정월대보름을 전후한 제주의 기상여건이 열악한 관계로 그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풍과 추위, 눈과 비 날씨로 오름불놓기를 연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일정을 축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월대보름 기간에 개최하던 일정을 새봄이 움트는 경칩을 맞는 날이 속한 주말로 개최기간을 옮기고 명칭도 ‘정월대보름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지난 2013년 제16회 부터 변경하여 개최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의 도약을 위하여 기존 3일에서 4일로 일정을 연장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주들불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섬(제주도) 하나를 만들어 한가운데 있는 한라산 북녘기슭 삼성혈에서 섬을 지킬 삼신인이 솟아나도록 하였다. 삼신인은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로 오곡의 씨앗과 함께 목함을 타고 온 동해 벽랑국의 세 공주와 가정을 이루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모자람이 없으니 게을러졌고, 겨울이 되어 식량이 부족해지자 잘못을 뉘우치려 신에게 고사를 지내기로 하였다. 삼신인은 삼성혈에서 가져온 불씨를 피우고 간절히 기원하는데, 그만 큰 바람이 일어 들판과 땅을 태우고 말았다.


봄이 되자 불태워진 곳에서의 곡식들이 아무런 병충해 없이 무럭무럭 자랐음을 알게 되고는, 해마다 고사를 지내고 농사짓는 땅과 들판에 불을 놓으며 부지런히 일했다. 덕분에 섬은 오래도록 평안했다.


후손들은 선조들의 뜻을 이어받아 봄이 되면 무사안녕과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와 함께 들판 이 곳 저 곳, 이 오름 저 오름에 불을 놓았고, 그렇게 대대로 내려오던 풍습이 축제로 승화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불 / 강산

2018.03.05. 17:26


동쪽 하늘에 샛별이 떠오른다
서쪽 하늘에 개밥바라기 있다
동쪽 성산일출봉으로 떠오른 태양이
서쪽 새별오름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불만 보면 내가 먼저 뜨거워진다
불만 보면 내가 먼저 타서 재가 된다
불 속에서 태어난 제주도
불 속에서 태어난 한라산
불 속에서 불로 살았던 사람들
그 불씨가 자라나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불씨를 낳았으리라

불은 언제나 화산을 꿈꾼다
반딧불은 촛불이 되고
촛불은 횃불이 되고
횃불은 들불이 되고
들불은 다시 별이 되고 태양이 되리라
불의 강을 건너 불의 서천에서 꽃 피우리라



샛별


새벽 동쪽 하늘에 반짝이는 금성. 해질녘에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한 것처럼, 금성이 새벽하늘에 보일 때는 ‘샛별’이라고 부른다. ‘새벽의 별’ 또는 ‘새로 난 별’이라는 의미를 줄인 말이다. 이 밖에도 새벽녘에 뜨는 금성을 ‘명성’, ‘계명성’이라고도 하며 평안북도에서는 ‘모제기’라고 부른다. 금성은 왜 이처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금성이 일상적인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두울 때에 그 밝은 빛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또한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옛날 백성들은 새벽에 샛별을 보면서 일터에 나가거나, 해 진 뒤에 개밥바라기의 붉은 빛을 바라보며 일터에서 돌아올 정도로 고되게 일해야만 겨우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고달픈 세상살이에 대한 한탄과 시름은 애꿎은 샛별과 개밥바라기의 처연한 빛 속으로 녹아들었을 터이다.
샛별이나 개밥바라기라는 말 속에는 고단한 백성들의 감정이 이입되어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명칭도 여러 가지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서는 매년 3월 초에 들불축제를 한다.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를 한다. 정월 대보름에 하지 않고 3월 초에 한다. 다른 지방의 쥐불놀이나 달집 태우기와 달리 제주도에서는 새별오름 한 면을 통째로 태우는 거대한 들불축제를 한다. 보통 3월 초에 3박 4일 동안 하는데 그 중의 하이라이트는 토요일 밤에 이루어진다. 새별오름에서 1년 동안 자란 억새들을 한꺼번에 태우는 행사가 이루어진다. 제주도는 옛날부터 목축업이 발달 하였고 또한 화전이 많아서 이를 축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많은 축제 중에서 들불축제가 가장 규모도 크고 볼만한 축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든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과 장소는 가능한 가지 않는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택해서 행사를 준비하는 아침에 행사장은 미리 다녀왔다. 그리고 본 행사 시간에는 나 홀로 거실에서 사과 하나 먹으며 수선화 향과 함께 불에 대하여 생각을 하였다. 들불과 화산과 한라산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들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사랑의 불씨에 대하여 명상을 하였다.



아침 9시 경에는 한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흐린 날씨 때문에 덮어두었던 포장도 걷어내고 횃불을 만들 솜방망이도 새로 만들고 있었다. 새별오름 아래쪽 억새를 베어 만든 달집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달집에 붙여놓은 소원지들도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였다.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나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새별오름과 이달오름 사이의 묘지들을 둘러보고싶어서 아주 좁은 길로 들어섰다. 평소에 새별오름만 둘러보고 묘지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묘지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새별오름 가까이에 있다는 왕따나무도 찾아보고 싶었다. 사진으로만 보고 직접 찾아가보지 못했던 왕따나무가 갑자기 보고싶어졌다. 왕따나무라는 말보다 나 홀로 나무라고 부르고 싶었다.



나의 준비가 부족하여 왕따나무를 찾지 못했다. 그냥 어림짐작으로 찾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나 홀로 나무를 찾고싶은 마음이 절실하지 않아서 찾지 못했을 것이다. 배가 고파서 제주시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지 하여간 마음 속에서만 자라던 나무를 찾지 못하고 다시 평화로에 들어섰다. 나는 내일 다시 찾을 것이다. 좀 더 준비하고 좀 더 그리워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들불쇼, 제주들불축제 신종코로나에 꺼지나(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20-02-03 13:32 송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제주에서도 3월까지 예정된 각종 행사가 전 취소되거나 잠정 연기됐다.

제주도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축제이자 제주대표 축제인 제주들불축제(3월12~15일)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되려면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아직 한달 이상 남은 들불축제의 연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들불축제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기된 적은 가끔 있다. 2009년에는 강풍으로 2012년에는 폭설로 축제 기간을 연장해야 했다.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했던 2011년에는 행사가 완전히 취소된 적도 있다.

지난해에도 축제 마지막날에는 많은 비가 예보돼 당일 행사가 취소됐다.

1997년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옛 제주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가 기원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드는 데 사용한 조상들의 지혜에서 유래했다.

들불축제가 열리는 애월읍 새별오름은 높이 119m, 둘레 2713m, 면적 52만2216㎡이다.이 가운데 들불이 타는 면적은 30만㎡로 축구장 42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 관련 축제다.

이와함께 제주교향악단 정기연주회(2.7)와 기적의도서관 2020 겨울독서캠프(2.7~8), 우당도서관 개관 36주년 기념행사(2.15~16) 등의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됐다.

스포츠 행사인 경우 2월 대부분의 행사가 연기됐다.

제11회 탐라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2.1~8)와 2020 제주평화기 전국태권도 대회 및 제4회 태권도 품새대회(2.13~23), 제26회 도지사기 생활체육 전도 테니스대회(2.29), 제15회 전국우수 고교 윈터리그 야구대회(2월 중순), 제26회 전국팔도 중학야구대회(2월 중순), 제47회 도지사기 배드민턴대회(3.7~8) 등이 잠정 연기 소식을 알렸다. 2020년 칠십리 춘계 전국 유소년 축구연맹전(2.10~16)은 취소됐다.

오는 11일 예정된 2020년 경제 활성화 도민대토론회는 4·15 총선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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