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때문에 들불축제 취소, 동료 코로나 때문에 나는 밤에 나와
개표방송 보느라고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동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근무도 더 자주 한다
살짝
몸살 기운이 있어
간이 검사를 또 했다
다행이 음성이다
오늘 밤에도
감염 된 동료를 대신하여
별빛을 만들고 있다
혹시
내가 그립거든
스위치만 올리시라
나는 번개처럼
전속력으로 달려갈 것이다
전깃줄 속으로 달려가
그대의 꿈속까지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조개 한 마리
뼈 사이에서 조용히
부드러운 살을 내밀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조개 한 마리
부드러운 손발을
뼈 속으로 숨기고
뼈를 꽉 다물어버린다
밖에서는 더 이상
조개의 문을 열 수 없다
영쪽에 붙어있는
하얀 인대가
뼈보다 힘이 더 세다
세상은
뼈가 아니라
인대가 움직인다
사람들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라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 운전을 할 것이다
밤새 별빛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밤새 그대가 그리워
전깃줄 속으로 달려
취침등으로 켜져서
그대 꿈속을 보았다
샛별 보이는 퇴근길
들불축제 취소 소식
동해안 산불 때문에
봄산불 피해 사람들
위로하는 손길 발길
나는 새별오름 간다
공사하던 모노레일도 철거되었다
무사안녕일상회복기원
쓰던 글자도 지우기 시작하였다
아, 해마다 너무 무서웠던 들불
오랜만에 환하게 웃어보는 들꽃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힌다
울진 삼척 강원도 산불을 생각한다
4.3은 3.1절과 통하고
10.19는 4.19와 통한다
1
우연히 김씨돌 선생을 만났다
은유님의 인터뷰기사를 보았다
동영상들도 보았다 오랜만에
참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재활중 이었다
의인으로 살다가
자연인으로 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발견된 사람
등산객에게 극적으로 발견된 사람
사람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한다
뇌졸중에 대하여 다시 생각한다
그의 가족들을, 가족들을 생각하고
나의 앞날에 대하여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페스트를 읽고
내가 쓸 수 있는 글에 대하여 생각한다
2
혼자 놀기의 달인인 나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나는 조심한다
심장병에 패혈증까지 앓아본 나는
늘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산다
특히 금속판막으로 살아가는 나는
뇌출혈과 뇌졸중에 각별히 조심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가 아니어도 평생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야만 한다
3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우리들은 잊지 말자
마스크 사태와 신천지를 잊지 말아야만 한다
또한 전염병이 돌았을 때
중국과 미국의 대처 방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잘 하고 있다
돌출 변수였던 신천지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나마 잘 대처하고 있다
특히 달빛동맹 같은 성숙한 시민정신이 돋보인다
하지만 반성할 점도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정부라는 말을 듣더나도
비상시에는 마스크 정도는 정부예산으로 사서
마스크 살 형편도 못 되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나누어 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신천지처럼 숨어서 은밀하게 진행하는 밀교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대처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시인의 월급은 얼마일까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직업 1위가 시인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등단 했던 날
시인의 월급은 월마나 된다냐
아주 먼 옛날 그런 시를 쓴 적이 있다
5
시인의 월급은 얼마나 된다냐
― 어머니, 시인의 월급은 가난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길을 간다
두엄자리 곁에 세워진 아버지의
낡은 지게를 지고 저물녘을 간다
참깨 베러 가신 어머니의 산밭으로
늦은 마중을 간다 오랜만에
바람을 비껴 여름 한쪽 끝으로
산길을 오른다
노을이 차마 곱게 익는다
일찍부터 외항선을 탄 만수
뱃사람이 된 만수네가 새로 장만한
논을 바라보며 들길을 간다
일곱 번씩이나 떨어지고도 다시
행정고시공부를 시작했다는 현길이,
이미 기울어 버린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팔아넘긴 논배미를 지나
쓸쓸하게 걸어간다 새를 쫓는 깡통소리와
반짝이는 반짝이의 마음들이 노을 속으로
새를 날려보내며 또 내일을 염려하는 가슴을
가다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허수아비는
쓰러지지 않고 동그랗게 질린 비닐 얼굴들이
하늘까지 닿으려는 마음으로 솟아오르곤 했다
콩밭으로 바람이 기어들어가고 밤은
들쥐처럼 숨어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산길을 내려온다 가끔
고개 치켜드는 벼포기 사이로 추억들이
발소리를 숨죽이며 기어나왔다 나는 참깨를 지고
어머니는 토란대를 이고 오셨다 가슴조인
달빛이 풀어지고 우리는 하염없이 걸어 내려온다
― 어머니, 저 이제 시인이 되었어요
― 그래, 시인이 뭣허는 것이다냐
― 예, 지금까지 제가 되고 싶었던 것이예요
밤낮을 밤으로만 지내면서 말이예요
― 그러냐, 그럼 이제 취직이 됐단 말이냐
―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 것이 아니예요
― 그럼, 시인이 뭣하는 것인디 그러냐
오랜만에 니가 웃기까지 하고 말이여
― 예, 앞으로
우리들의 고향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노래? 그럼 인쟈 테레비에도 나온다냐
―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 게 아니예요
― 그라믄, 시인 한 달 월급이 월마나 된다냐
먹고 살 만한 직업이다냐
요즘 시상에는 돈이 최고드라
봐라, 만수는 돈 있승께 다들 걱정허는
장개도 쉽게 간다드라
돈 많은 이쁜 색씨가 낼 모래 온다드라
― 어머니, 하지만 저는 그렇지를 못해요
앞으로 어머니를 팔지도 몰라요
앞으로 고향을 팔아먹을지도 몰라요
시인은 가난한 직업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요
마음을 갈고 닦아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이예요
그래서 저는 더욱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들판 가득 출렁일 때 달빛은 우리가 걸어온 들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어머니, 저는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어머니와 고향을 위하여 우리들의 생활을 팔아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땅의 눈물 같은 시 한편으로 살고 싶습니다
목련꽃 드디어
활짝 피었다
처음에는 게으른 농사가 가능해서 시작했다
제초제를 비롯한 어떤 농약도 하지 않는다
화학비료 뿐만 아니라 어떤 거름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수확 또한 언제라도 가능하다
그냥 함부로 아무렇게나 심어 놓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척박한 땅도 부드러운 땅으로 바꾸어 놓는다
한 번만 심어 놓으면
해마다 스스로 알아서 자라고 꽃도 예쁘다
해바라기처럼 키가 커서 다른 풀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먹고 싶을 때
조금씩 그때 그때 캐서 먹으면 된다
돼지감자 냉장고는 땅 속이다
먹고 싶을 때 흙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면 된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먹어 보고 환장하고 말았다
돼지감자가 글쎄 사과보다 더 아삭하고 더 맛이 좋다니!
이런, 뚱딴지 같은 맛이라니 !!!
나는 이제 뚱딴지의 마니아가 되었다
뚱딴지 전도사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아침부터 두 집에 뚱딴지를 전도 하려고 나선다
평화로 새별오름
지금은 가지 마라
들불축제로 완전 주차장
집에서 피어나는 목련 감상이 최고
세월호가 침몰해도
누구는 머리 하느라 늦었다는데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으면...,
참으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님처럼 아름다운 분들 때문에
세상은 아직도 참으로 살만 합니다
님을 위하여
오늘은
대봉감 2그루
살구나무 2그루
무궁화 2그루
무화과 2그루
철쭉 2그루
이어도공화국에 심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해마다 면사무소에서
나무를 나누어준다
올 해는
대봉감 2그루 심었다
심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돼지감자가 나왔다
까치와 꿩들이
아무리 파먹어도
이렇게 해바리기 싹들이
살아남았다
봄이 땅을 들고 일어난다
제주도는 육지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나무를 심는다
오늘 스무 그루 이상
묘목을 심었다
하늘까지 도와서
비가 내린다
배롱나무
살구
감나무
모과
무화과
칼슘나무
감귤나무
누에가 시계에 달라붙어 시간을 갉아 먹는 소리 들린다
낮에는 온통 사마천만을 생각했다
궁형을 자청했던 중년의 사내
이릉을 변호하다 사형을 언도받고
돈이 없어 궁형을 당하는 사내
(예나 지금이나 돈이 목숨을 구한다)
거기를 실로 묶을 때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거기가 없어지고 잠실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뽕잎 갉아먹는 누에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릉은 또한 사마천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음압병실로 파견근무 간다는 간호사 딸에게
스물다섯 번째 생일에 갓김치만 보낸다는
갓꽃 피는 3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오 마이 갓, 사마천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심장은 시한폭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 속으로 들어가 나는 비로소 살기 시작한다
나의 무대는 역시 평면이 아니고 9층 이었다
황룡사 9층탑을 닮은 무대였다
월정사 9층탑을 닮은 무대였다
황룡사 9층탑 같은 고민사(高旻寺) 천중탑(天中塔)
목탑인지 전탑인지 석탑인지 잘 알 수 없지만
하여간 9층이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나는 공연 감독이고 배우이고 관객이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건물 바깥쪽에서 공연을 하였다
난간을 오르면서 공연을 하였다
비의 공연이라고 하였다
관객들도 함께 따라서 올라오면서 보았다
관객과 배우가 따로 없었다 늘 살아있었다
하지만 옥상으로 가는 길이 없었다
다시 내려오며 공연은 펼쳐졌고 오토바이도
관객들도 함께 지하실까지 내려가 공연하였다
공연장은 층마다 다른 인생이 펼쳐졌고
관객들도 함께 온 몸이 달이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공연은 9층을 지나 옥상으로 이어졌고
우리들은 모두가 황룡이 되어 하늘까지 올라갔다
아, 나는 그렇게 꿈 속에서 비로소 삶을 살고있다
나의 시한폭탄이 오늘도 째깍째깍 나를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 울음소리 찾아보니
물통에 빠진 개구리 한 마리 나를 빤히 쳐다본다
물 속 하늘과 함께 자세히 보니 한 쪽 눈이 아프다
자연은 인간을 낳아
인간에게 정복 당하고
인간은 기계를 낳아
기계에게 정복 당한다
신은 사람을 만들어
사람에게 망하고
사람은 무기를 만들어
무기에게 망한다
핵무기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