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나의 꿈을 잊지 않기 위하여
이어도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아름다운 숲산을 구하지 못했고
아름다운 숲섬도 아름다운 숲숲도 만나지 못하여
나는 우선 작은 숲밭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밭을 숲으로 바꾸며 나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어도공화국 앞마당에는
화순금모래해변, 해수욕장
화순항, 형제섬
마라도와 가파도
그리고 멀리 이어도가 있다
오른쪽 마당에는
산방산, 단산, 송악산
그리고
추사의 세한도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늘 살아있다
왼쪽 마당에는
바위 그늘집이 있는
안덕계곡과 월라봉이 있다
뒷마당에는 한라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안개가 몰려온다
멀리, 이어도에서부터 몰려오고 있다
이어도공화국까지 삼켜버린 안개 속에서
학자스민 향기가 학처럼 날아오르니
안개도 서서히 학 울음소리를 따라서 떠나간다
한라산과 오름마다 사월이 가기 전에
고사리 장마가 잊지 않고 찾아온다
사월에 산으로 떠나버린 영혼들을 위하여
함부로 울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온다
사람들은 밤안개의 뒤를 따라서 산으로 간다
고사리처럼 허리 깊이 숙이고 산으로 올라간다
한라산과 오름들의 무덤 속에서 기지개를 켠다
제주도 전역에 사월이 가기 전에
고사리 장마가 시작된다
사월에 동백꽃처럼 떠나버린 님들을 위하여
하늘의 마음이 고사리를 키운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고사리를 꺾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제사상에 올린다
너무나 억울하고 너무나 배가 고픈 영혼들은
아직도 가난한 산사람들과 나눠먹기 위하여
제사 음식들을 싸서 고사리 멜빵지게 짊어지고
산 위의 친구들에게로 콧노래 부르며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