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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01. 2022

이어도공화국 4

소와 달구지






이어도공화국 4

소와 달구지




나는 어린 시절 소를 타고 놀았다

소 등을 타고 놀며 피리를 불었다 


자라면서 나는 스스로 소가 되었다

멍에를 짊어지고 코뚜레도 하였다 


세월은 나에게 달구지를 매달았다

나는 차라리 달구지가 되고 싶었다 


어느날 나도 모르게 달구지가 되었다

달구지는 또한 달구지를 타고 싶었다 


달구지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 불었다

잔잔한 강물소리에 콧노래가 나왔다 


오르막길이 나오자 소의 숨이 차올랐다

달구지에서 내려 소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언덕길을 다 오른 소가 길게 숨을 쉬었다

나는 다시 달구지에 앉아 피리를 불었다 


내리막길이 나오자 달구지가 먼저 달렸다

소보다 먼저 나와 달구지가 함께 내달렸다 


나의 소와 달구지는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죽은 나무가 아니라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와 달구지는 세월의 강물 속으로 빠졌고

소의 피리소리는 하늘의 구름을 떠 돌았다




* 소달구지

꿈속에서 소달구지를 끌고 있었다

달구지를 타고 소를 따라가고 있었다

평지를 갈 때는 콧노래도 나왔다

오르막길 갈 때도 그냥 무난했다

그런데

내리막길 갈 때가 가장 문제였다

달구지가 소보다 앞서가기 시작했다

문제를 살펴보니

소와 달구지가 긴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와 소와 달구지의 긴 인연의 줄이었다


* 이어도와 이어도공화국

이어도공화국은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름이지만

이어도공화국은 또한

이어도의 공화국이다

나의 필명이 바로 이어도이다

그러니까 이어도 공화국은

나의 꿈속 풍경뿐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색깔들의 풍경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나는 나의 꿈속 이야기들까지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몽상가이기도 하다





나는 소달구지 꿈을 꾸고

소가 송아지를 낳는 동영상을 보았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어쩌면

저 송아지처럼 세상에 나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세상의 그 어떤 것 보다도 소중할 것이다


https://youtu.be/w3WOL7ETD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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