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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1. 2022

서귀포의 노래

― 이어도공화국 9


이어도공화국 9

― 서귀포의 노래



1


아름다운 서귀포를 아시나요

아름다운 나라의 끝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시작되는 곳

아름다운 서귀포 칠십리를 당신은 아시나요


이어도와 마라도와 가파도를 아시나요

범섬과 문섬과 섶섬과 지귀도를 아시나요

송악산과 산방산,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을 아시나요

천제연폭포와 천지연폭포, 정방폭포와 엉또폭포를 아시나요

안덕계곡과 수악계곡, 돈내코와 혼인지를 당신은 아시나요

무릉리와 영락리에서 오조리와 성산리까지 당신은 아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서귀포를 아시나요

가장 따뜻한 남쪽나라 서귀포를 당신은 아시나요

문화 관광 1번지 건강 힐링 1번지 서귀포를 아시나요

불로초가 사계절 자라는 서천꽃밭 서귀포를 아시나요

우리들의 유토피아 이어도를 품고 있는 서귀포를 아시나요


2


마라도에는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이 있습니다

나는 그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바다에

이어도 종합 해양과학기지와 꼭 같은 건물을 

하나 더 만들어서 설치하고 싶습니다 그리운

이어도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바로 앞에 설치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이 어디인지 똑바로 알려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이어도를 바로 알 수 있을 때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어도는 대한민국 땅임을 알 수 있을 때

실물 크기의 이어도 종합 해양과학기지를 직접 보고 직접 만지고

그곳에서 잠도 하루나 이틀쯤 함께 자면서 함께 꿈도 꾸면서

우리들의 이어도를 우리들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몸과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꼭 함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 이어도 문학관을 만들고 이어도 창작촌을 만들고

이어도 체험관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이어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3


서귀포 앞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서귀포 앞바다는 가장 큰 태평양이다


푸른 배추벌레 한 마리

태평양을 향하여 기어간다


푸른 태평양의 하늘을 

하얀 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나는 지금 

푸른 배추벌레일까

하얀 나비일까


서귀포 앞바다의 푸른 파도가 자꾸만

나에게 태평양이 되라고 손짓을 한다


바닥이 태평양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서귀포의 폭포들은 뛰어내리면서도

환호성을 지르며 무지개다리를 놓는다








소로의 월든을 읽는다. 경제 파트를 읽는다. 경제를 읽는다. 우리들의 경제생활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다른 짐승들처럼 열매를 따먹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떨어진 열매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 열매의 씨앗을 한 곳에 심으면 더 많은 열매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게 농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정착생활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서 살면서 일을 서로 나누어서 하게 되었을 것이다. 각자가 잘하는 일만 하여도 함께 먹고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농업이 발전하면서 남는 농산물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서 물물교환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또한 갈수록 농업은 발전했을 것이고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이나 목축업도 발전하였을 것이다. 당연히 인구도 늘었을 것이며 또한 갖고 싶은 것들도 많아졌을 것이다. 창고도 크게 지어졌을 것이고 여유가 생겨서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활동까지 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물물교환 만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경제 규모는 커졌을 것이고 좀 더 간편하게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바로 화폐, 돈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직접 생산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을 것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화폐, 그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인간들은 이제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더 많은 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들은 편리한 경제활동을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화폐, 그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밀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이제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더 쉽게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인간들은 너무 멀리 왔다. 그렇게 인간들은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와 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제는 우리 인간을 낳아준 자연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만을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를 자연에서 추방하고 스스로 멸망의 길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을 것이다.


200년 전에 태어난 소로는 그런 사실들을 깨달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20세부터 쓰기 시작한 그의 일기에는 그런 생각들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침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나의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 돈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생각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우리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으면 우리들 모두는 곧 폭발하고 말리라. 이런 엄연한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제'라는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참 재미있는 말이다. 경제(經 지날 경 濟 건널 제)는 1.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 2. 인류(人類)가 재화(財貨)를 획득(獲得)하여 그 욕망(慾望)을 충족(充足)시키는 활동(活動). 3. 최소(最小)의 노력(努力)을 동원(動員)하여 최대(最大)의 수확(收穫)을 얻음. 절약(節約). 경제(經濟) 1. 경제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ㆍ분배ㆍ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 경제가 발전하다. 2.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 사회 과학의 한 분야로 국민 경제학, 경영학, 재정학, 가정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일반적으로는 국민 경제학을 이른다. 3.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임. 이렇게 한자사전과 국어사전에는 나와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날 경자와 건널 제자를 쓴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무엇을 지나고 무엇을 건너자는 것일까?


현대인들은 이제 돈이라는 사슬로 묶여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하여 살기 위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사슬을 가져야만 하고 그런 튼튼하고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긴 쇠사슬을 갖기 위하여, 아주 튼튼한 수갑을 차기도 하고 하늘로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 아니, 쇠줄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게 다 너무 세분회 되어버린 분업화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통합과 융합을 바탕으로 세상을 좀 더 종합적으로 보고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에는 각 분야마다 뛰어난 박사들이 참 많다. 하지만 그 박사들 중에는 바보 박사들도 많다. 다른 분야는 깡통인 박사들이 참 많다. 우선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자기 자신을 너무나 보르는 바보 박사들이 너무나 많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사라 할지라도 한 분야에만 정통한 박사일 뿐, 삶과 세상을 함께 통찰할 수 있는 통합의 능력은 형편없이 부족한 박사들이 너무나 많은 이 세상에서 나는 우선 나 자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현명한 박사가 되어야만 하겠다. 세상에는 박사 학위 하나 없는 따뜻한 고수 박사들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제 나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박사이고 너 또한 너 자신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사임에 틀림이 없다.


  






강산 2018년 7월 21일

           

소방차는 오지 않고

고함치던 해바라기

지친 얼굴로 울고 있다




강산 2018년 7월 21일

         

올해  나를

가장 감동시킨 꽃은

연꽃과 배롱나무꽃이다

그저

살아만 주어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아, 이렇게 꽃까지 피우다니!

작년 포클레인 작업으로

연꽃이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연꽃이 하나 둘 피어나

지금껏 연꽃이

나를 감동시키더니

이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저

잎이라도 태어나

살아만 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꽃까지 피우다니...,




강산 2018년 7월 21일


시와 숲과 돌과 나무, 꿈삶글




허리가 부실하여 제대로 서지 못한다

― 꿈만 무성하고 삶이 없으니 글이 안 된다


뿌리가 약하여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다

― 글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니 삶도 꿈도 허망하다


꿈과 삶과 글이 하나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하나가 되지 못하는 꿈과 삶과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나의 꿈과 삶과 글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 시작한다


※ 잠잘 때 꾸는 꿈도 꿈이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삶이고, 아직 종이에 옮기지 못한 글도 글이 될 수 있을까


집착


나는 아무래도

집착 때문에 망할 것만 같다

땅에 대한 집착

삶에 대한 집착

시에 대한 집착

사랑에 대한 집착

행복에 대한 집착

인간에 대한 집착

생명에 대한 집착

결정적으로

나는 나에 대한 

집착 때문에 망할 것만 같다


하느님은

이런 나를

어떤 눈빛으로 보고 계실까



쓰러지다



팽나무를 휘감아 올라가는 송악을 잘랐다

그런 팽나무가 있는 곶자왈을 사지 못했다

나는 너무 앞서가서 문제였다

집착에 대하여 생각했다

머리가 아팠다

꿈을 꾸었다


천 년 된 야자수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

천 년 된 키 큰  선인장이 곁에 있었다

야자수를 타고 올라갔다

하늘에 닿은 야자수 끝이 흔들렸다

하늘 끝에서 나는 

발은 야자수 나무에 두고

손을 쭉 뻗어 선인장 끝을 겨우 잡았다

덩굴 끝도 함께 잡혔다

그러자 잠시 흔들리다가 바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천 년 된 바오밥나무처럼

둥그렇게 휘어지더니

갑자기 쓰러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에 떨어진 듯

허공을 가로질러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었다

생각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 속력을 무섭게 느끼고 있었다 

천 년 된 야자수와 선인장과 덩굴과

내가 함께 뿌리 째 뽑히고 있었다



사철나무



발전소 조경수 가지치기 한 나뭇가지들

나중에 숲 농법으로 쓰려고 가져와 쌓아 두었다

벌써 두 달도 더 되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웠다

그 매서운 추위에도 죽지 않고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다니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갑자기 고아가 되어버린 자식들이

이 혹독한 추위에도 죽지 않고

새싹까지 틔워 올리다니

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뿌리도 흙도 없는 것들이

이 허공에서 어떻게 저렇게 자식을 만들었을까

갑자기 끊겨버린 물길 때문에 얼마나 목이 탔을까

그 타는 목마름과 추운 겨울을 견디어준 끈질긴 생명 

이것은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 이제라도 저 생명들을 땅에 묻어주어야만 하겠다


사랑하는 사철나무들아

이제부터 살고 죽는 것은 너희들의 운명이다

나는 이제 이렇게, 부디 잘 살아주길 기도 할 뿐이다




땅은 정말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일까

될 듯 될 듯, 하다가

막판에 자꾸만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니

나에게는 어쩌면

땅과는 인연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정말 마음을 깨끗이 비워야만 하는 것일까


※ 

이어도 공화국을 만들어야겠다는 꿈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작게라도 시작해야만 하겠다는 생각


그날 나는 정말 우연히 생활정보지를 보았다

안덕면 덕수리 14,216㎡ 2억 (절충가능)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번지를 가르쳐 주었다

안덕면 덕수리 산 3-37번지

토지대장과 다음 지도를 검색해보니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과 접해있는 땅이었다

안덕면사무소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진 위쪽

화순리와 덕수리의 경계지역이었다


혼자 직접 가보았는데

정확한 위치와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생태탐방 숲길이 있어서 좋았다

숲길 전체가 마당이며 산책로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비록 4,295평이지만 탐방 숲길까지 합하면 좁은 면적이 아니었다

좀 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을 불렀다

정확한 경계는 역시 알 수 없었지만 예상했던 곳이 맞았다

나는 그 (절충가능)이란 말에 대하여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2억 원을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해 

바로 이 땅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2억으로 하지 않고 다운 계약서를 써서 

1억 2천으로 등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사게 된다면

역시 다운 계약서를 써주어 세금을 덜 내게 해주면

가격을 어느 정도 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1년 내에 거래를 하면 양도소득세가 65%나 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사정은 잘 모르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하자고만 대답했다


며칠 후 면사무소 자동발급기에서 토지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았다


1 이상만 지분 전부 이전 1999년 9월 7일 공유물 분할

2 소유권 이전청구권 가등기 2005년 8월 17일 매매예약

3 임의경매개시 결정 2012년 8월 7일 제주지방법원의 임의경매개시 결정

   (2012 타경 9425) ― 경매 관련 사항 찾아보니 청구금액이 1억 1천6백만

                              원으로 되어 있었다

4 2번가등기말소 2012년 8월 14일 해제

5 소유권 이전 2012년 8월 14일 매매 (거래가액 금 120,000,000원)

6 3번 임의경매개시 결정 등기말소 2012년 8월 20일 취하


나는 이 문서를 보고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경매를 신청하면서 청구 금액을 왜 1억 1천6백만 원으로 하였을까?

그런데 얼마 후에, 

그 땅 주인을 잘 안다는 또 다른 어떤 사람이 새로운 정보를 주었다

그 땅 몇 년 전에 구입하면서 등기비 까지 1억 4천 정도 들어갔는데

자기가 1억 4천에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누구의 말이 맞는 말일까


이런 혼란 속에 있는데 또 며칠 후에 좋지 못한 소식이 전해져 왔다

갑자기 땅 주인의 마음이 바뀌어 땅을 팔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들 이름으로 샀는데 금방 다시 팔게 되면 부동산 투기자로 몰려

공무원인 아들에게 좋지 않을 거라며 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땅을 내놓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에게 소개했던 두 중개업자는

땅 주인이 가격을 올리려고 머리를 쓰고 있는 거라며

기다리라고 하는데,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가만히 다시 한번 생각하니

아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땅이 팔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처음에 나에게 2억 이야기를 했던 중개업자는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에게

<합의 이행각서>까지 팩스로 보내왔다

이 각서를 보니, 땅 주인이 혹시 사채업자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채무자였던 전 주인이 억울하게 빼앗긴 땅은 아닌지 싶어 마음이 아프다

과연 전 주인은

2억 원을 빌렸다가 얼마를 갚고, 이 땅까지 넘겨준 것일까?

이 땅의 슬픔은 어쩌면 1999년에 분할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덕수리 산 3번지 하나였던 땅이 수십 개로 쪼개지면서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한번 언급하겠지만 제주도에는 목장조합의 문제점들이 많은 것만 같다 ― 목장조합, 어촌계, 청년회, 노인회, 부녀회 등등 많은 단체들 혹은 그런 단체들을 이끌어가는 몇몇 잘못된 사람들 때문에 강정 문제도 저렇게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여간 죄 없는 땅이 더 이상 인간들의 탐욕으로 얼룩지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려는 나의 계획은 잠시 더 미루어질 것만 같다


※ 이 땅이 경매로 팔렸다면 아마도 1억 원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에도 그렇고, 지금도 진행 중인, 바로 곁에 있는 산 3-36번지 경매 과정을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합의 이 행 각 서


1. (가등기 물건)

“갑”은 “을”로부터 일금 이억 원(₩200,000,000)을 차용하는 조건으로 “갑”의 소유로 된 대지 주소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읍 덕수리 산 3-37번지 면적 14,216㎡를 “을”에게 가등기해준다.


2. (차용 기간)

“갑”은 2005년 8월 19일 자로 차용한 금액 이억 원(₩200,000,000)을 2007년 8월 18일까지 원금 및 이자를 합한 금액을 전부 변제하기로 한다.


3. (차용금액의 이자)

“갑”은 “을”로부터 차용한 금액에 대하여 년 금리 9%에 대한 이자 1,500,000원을 매월 20일 자로 “을”에게 지급해야 한다. 만약에 이자 지급을 연체하였을 때는 법정금리 연 25%를 적용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4. (가등기 해지)

“갑”은 차용기간 만료와 동시 차용금액을 변제하여야 하고 “을”은 가등기 해지에 따른 구비서류를 즉시 “갑”에게 제시해야 한다.


5. (원 등기 서류)

“갑”이 차용기간 만료가 지나도록 원금 변제가 지연될 시 “을”의 요구에 따라 “을”이 등기할 수 있도록 “갑”은 지체 없이 제반서류를 “을”에게 주어야 한다.


6. (비용)

“갑”은 가등기와 공증 및 가등기 말소에 대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한다.


7. (연대보증인)

“갑”이 원금 변제기간 중에 어떤 사유로 원금 변제가 불가능함을 고려하여 이를 대행할 연대 보증인을 세우고 연대보증인은 “갑”이 “을”에게 이행하지 못한 합의 이행 각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대신 이행하여야 한다. 


이상의 합의 이행각서를 존속하기 위하여 “갑”과 “을” 연대보증인은 본 각서를 3통 작성하여 각자 서명 날인한다.


2005년 8월 19일


※ 나는 이 <합의 이행각서>를 읽으며 마음이 착잡했다

“갑”은 무슨 연유로 돈을 빌리면서 이런 각서를 쓰게 되었을까?

“을”은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나는 아름다운 산을 하나 가꾸고 싶다

그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 숲 속에 조촐한 집을 하나 짓고 싶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다

그 쉼터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스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아무런 부담 없이 

누구라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 분노한 사람들과 

한 때의 실수 때문에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그들과 함께

그들의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

산에 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그들의 아픈 가슴에도 

또 다른 희망의 나무를 심고

사랑의 씨앗을 뿌려주고 싶다 


산 혹은 자연의 큰 거울 앞에서

희망을 되찾은 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나는

그들과 내가 함께 심었던

그들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안부 편지와 함께 가끔 보내주고 싶다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자라나는 나무를

보기 위하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올 수 없더라도

늘 가슴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자신의 나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가 끝끝내

함께 가야 할 길

겨울이 깊을수록

더 잘 보이는 길


실패한 사람을

함께 이끌어주고

넘어진 사람을

함께 일으켜 세워주고

억울한 사람의 억울함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나는 정말 좋겠다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집이다

물론 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먼 곳에 있거나

남의 것이거나

너무 낡아서 무너지고 있는 집이다


내가 살고 싶은 나의 집에 대한, 요즘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주로 생활하는 무대와 가까운 곳에 있을 것

2.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 있을 것

3. 집에는 반드시 텃밭이 있을 것

4. 마당이 없으면 옥상이나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 것

5. 집은 반드시 자연 위에 짓지 말고 자연 속에 숨어 있을 것

6. 제주도에서는 돌집이 좋을 듯

7. 벽을 돌담처럼 쌓아 올릴 것

8. 지붕이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어쩔 수 없이 철근콘크리트로 해야 할 듯

9. 지붕 위 전체에 밭을 만들어 야채를 심거나 키 작은 나무를 심을 것,

   하늘에서 보면 밭이나 숲으로 보이게 할 것

10. 집 주위에 생울타리 나무와 키 큰 나무를 심어 밖에서 집인지 숲인지 모르게 할 것

11. 집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는 재활용할 것

12. 석유 가스 전기는 쓸지 안 쓸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

13. 가능하면 집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할 것

14. 집에는 반드시 독서와 명상 집필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 것




또다시 연말정산 기간이 돌아왔다

우리의 선조들은

세금고지서가 없어도

독립자금을 스스로 알아서 내었다는데

몰래 숨어서 서로 많이 내려고 애썼다는데

그 후손들은 어이하여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일까

아마도

세금을 집행하는 사람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면 아마도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내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싶다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존경받는 나라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바보 취급당하지 않는 나라

나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싶다

내가 작년에 낸 세금이 1천만 원 넘으니 나는 부자다

나는 따로 연말 정산할 생각이 없다

나라도 세금을 좀 더 내어야만 하겠다


※ 돈은 공평하게 나누어서 함께 사이좋게 쓰려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돈은 그 초심을 잃었다 돈은 이제 모이는 곳에만 모여 있고 가난한 곳에는 더욱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돈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잘못 때문일 것이다 



미나리


퍼물 논은 물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일 년 내내 물이 끊어지지 않는다

고민하다 

고랑을 파서 미나리를 심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자생하는 

재래종 미나리를 옮겨심기 시작했다

미나리는 겨울에도 잘 자란다

반년 만에 열 배 정도 불어났다

올봄부터는 미나리를 먹을 수 있겠다

이 추운 겨울에도

납작 엎드려 뻗어나가고 있다

거름도 농약도 아무것도 없이

물만 있으면 건강하게 잘 자라는 미나리가 대견하다

자연은 이렇게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자란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자연농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자연식품이다

물 밖으로 나온 미나리들은 붉은빛이 선명하다

물미나리와 불미나리를 함께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미나리와 불미나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물속에서만 자라는 놈은 물미나리가 되고

물 밖에서도 잘 버티는 놈은 불미나리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물미나리인가 불미나리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불미나리인가 물미나리인가



돌꽃


바위와 꽃나무가 한 집에 살았다

꽃나무는 해마다 꽃을 피워

바위에게 꽃잎을 보냈다

꽃나무는 바위도 꽃이 피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백 년이 지나도 필 생각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꽃나무가 죽었다

꽃나무가 죽고 백 년 후에 비로소

바위에서 꽃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백 년 동안 새겨진 기억이

백 년 후에 비로소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이 기억하는 그리움은

천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세월이 갈수록 더욱 또렷하게 피어올랐다



주머니


겨울에는 손이 자꾸만

주머니를 찾는다


손이 밤낮없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주머니가 자꾸만

물건을 넣어달라고 한다


주머니가 밤낮없이

물건을 만진다



파와 마늘


파와 마늘이 푸른 불꽃을 피워 올려

겨울을 녹이고 있다

쪽파는 힘에 겨워서

납작 엎드린 자세로

불씨만이라도 꺼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마늘은 아무리 추워도

잠시 흔들릴 뿐

결코 허리를 수그리지 않는다

쪽파에게 용기를 주려는 듯

제 몸 안으로

잔뜩 바람을 불어넣은 대파가 곁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살을 에는 듯 한 겨울바람과 맞서고 있다



꿈을 꾸었다



올 해도 이렇게 1월이 다 가고 말았다


먼바다 이어도에서 출발하여

마라도를 지나고

가파도를 지나고

송악산을 지나고

산방산을 지나고

벌거벗은 공화국을 지나고

이어도 ♡ 펜션을 지나고

이어도 사랑 밭을 지나고

이어도 오두막을 지나고

이어도 꿈 캠프를 지나고

이어도 꿈 섬을 지나고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산 3-37번지에 도착했다

드디어 산에 살기 시작한다

덕수리에 덕수궁을 짓기 시작한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덕수궁에서는 손님이 왕이다

손님들의 왕궁이다

손님들의 왕국이다

나는 이제 드디어 산에서

나무들과 함께 나무로 살기 시작한다

팽나무도 있고 새덕이도 있고 사철나무도 있다

벚나무도 있고 상동나무도 있고 동백나무도 있다


감귤나무도 있고 감나무도 있고 밤나무도 있다

워싱턴 야자수도 있고 매화나무도 있고 젖꼭지나무도 있다

사과나무도 있고 용설란도 있고 참나무도 있다

아, 나는 드디어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


입춘 부근으로 내리는 봄비 소리에 귀가 젖고 있다



동행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디에서 살아가야만 할까

나는 누구랑 함께 살아가야만 할까

나는 누구를 사랑하며 살아가야만 할까


나는 어디에서 누구랑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야만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차와 자전거


사람들은 큰 차를 더 좋아한다

큰 차를 탄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죄를 짓고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큰 차를 더 좋아한다


우리가 함께 마셔야 할 공기를

더 많이 오염시키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쓰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따진다


더 많이 번다는 것은 무엇일까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할 몫을

내가 더 많이 훔쳐온 것은 아닐까


나는 조금 불편해도 자동차 없이 살아간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덜 벌어서 덜 쓰며 살고 싶다


베트남에는 시클로라는 세 발 택시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 택시도 웃으며 타지 못할 것만 같다

뒤에서 땀 흘리며 페달을 밟아주는 그 사람이 미안해서 못 타겠다


그렇다면 나는 자전거라도 제대로 탈 수 있을까



나무와 돌탑


나무를 심는다 

사철나무를 심는다

나와 세상 사이에 울타리가 생긴다

나는 세상과

딱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

사철나무가 자란다

먼 훗날

이 사철나무가 무성해지면

나는 세상에서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탑을 쌓기 시작한다

돌탑을 쌓기 시작한다

가슴속에 있는 무거운 바위도 꺼내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돌 하나 올리고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돌 하나 더 올리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돌 하나 올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 하며 돌 하나 올리고

내가 떠난 다음에도 이 돌탑은 세상에 남으리라



꿈꿈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절을 하고 있었다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고 절을 하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꿈을 꾸고 있었다

꿈 밖에서도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이라는 글자가 자꾸만 상형문자로 보인다

두 사람이 하나의 징검돌을 밟고 서 있다

두 사람이 하나의 스카이콩콩을 타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말에 긍정을 표시하고 있다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 하면서 웃어준다

사랑은 그렇게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언제나 함께 길을 가는 것이다

징검돌 하나가 작다고 불평하지 않고

좀 더 넓은 발판을 놓고 그 위에 함께 서는 것이다

왜 자꾸만 나의 눈에는

꿈이라는 글자가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보이는 것일까

왜 자꾸만 나의 눈에는 

꿈이라는 글자가 상형문자로 보이는 것일까

왜 자꾸만 나의 눈에는 사랑의 상형문자로 보이는 것일까

꿈은 혹시 사랑의 상형문자가 아닐까

나의 꿈은 확실히 사랑이 맞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꿈속에서도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절을 하고 있었다

꿈 밖에서도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고 절을 하고 있었다


                               

강산 2018년 7월 21일

                                      


수렁에 빠진 나날이었다

숫자의 세상에서 숫자로 산 나날이었다

위험하고 이상한 배를 타고

돌아와 보니 고향이었다

초등학교 토끼장에서 어머니가 나오셨다

환자복을 입고 커다란 똥주머니를 차고

삐쩍 마른 어머니가 나오시다 자꾸만 넘어지셨다

섬에는 잘 다녀왔냐?

아이고, 내 아들 잘 왔구나!

넘어지며 비틀거리며 겨우 다가온 어머니가 


다시 넘어지며

와락, 나를 껴안았다


나는 뒤로 넘어져 일어서질 못하고

어머니는 똥주머니에 튕겨져 나가 뒤로 넘어졌다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하고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나

어머니는 자꾸만 다시 일어나 나를 껴안으려 하셨다

하지만 그 똥주머니 때문에 안지 못하고 


또다시 자꾸만 뒤로 자빠지셨다

어머니는 한참을 드러누워 생각하시다가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 듯

자신의 생명 같은 똥주머니를 터트리고 나를 끌어안으셨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목숨이었던 똥을 뒤집어쓴 나는


꺼억 꺼억 소리 내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꿈 밖에서도 나는 뜨거운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뜨겁고 깊이 울면서 숫자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문장이 되지 못하는 숫자들

아무리 많아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 숫자들


아무리 생각해도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숫자들

그 젖은 숫자들의 낙엽을 밟고 걸어 나와

평생의 꿈을 향해 젖은 몸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강산 2018년 7월 21일

                                     

평생학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이름을 '평생학교'라고 지었다. 평화와 생명학교의 줄임말이다. 아니, 평화학교와 생명학교를 함께 아울러 부르는 말이라고 해야 더 맞는 말일 것이다. 평생학교에는 꿈섬과 꿈숲이 있다. 내가 꿈꾸는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섬이나 아름다운 산이 있어야만 하는데 아직은 섬이나 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아직은 아주 작은 꿈섬과 꿈숲에서 꿈을 키워가며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평생학교 꿈숲에 해바라기와 수국이 한창이다. 꽃에 욕심이 많은 해바라기는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 송이의 꽃을 피워 올리느라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수국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해바라기와 수국은 섬세한 부분까지 참으로 아름답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강대강 만들어진 듯, 무심한 듯한 꽃잎들이, 참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최선을 다해서 빚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해바라기 가슴에 무수히 박혀있는 작은 별 모양의 젖꼭지들과 수국 가슴에 달고 있는 저 아름다운 꽃브로치들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평생학교 꿈숲에서 길 하나 건너면 평생학교 꿈섬이 나온다. 화순리는 강정과 함께 물이 많고 논이 많기로 유명하다. 예부터 일강정 이화순이란 말이 전해진다. 제주도는 평소에는 물이 없는 건천이 많은데 화순은 물이 마르지 않는 안덕계곡과 용천수들이 많다. 그리하여 물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깨끗하게 씻겨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퍼물논으로 알려진 평생학교 꿈섬을 나는 연꽃단지로 만들고 싶은데 약 5천 평 되는 논 중에 이제 겨우 5백 평 확보하여 연꽃을 심고 관찰을 하는 중에 있다. 연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늘 연꽃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연꽃 논을 지나면 개끄리민교가 나온다. 다리 아래 개끄리민소가 있어서 붙여진 다리 이름이다. 바위 속으로 개를 끌고 들어간 것처럼 깊이 파여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물길이 약간 꺾어지는 부분인데 아마도 바위 중에서 비교적 약한 부분이 물의 힘으로 파인 듯하다.


개끄리민교를 건너가면 월라봉이 나오고 올레길 9코스가 나온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도체비빌레와 보막은소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황개천과 바다가 나온다.


나는 우선 왼쪽으로 올라간다. 이 길은 원래는 수로가 있었던 곳인데 몇 년 전에 관에서 데크 공사를 하여 새로 만든 길이다. 데크 공사를 하기 전에 나는 보막은소에서 퍼물논까지 이어지는 수로를 정비하기 위해 가시덤불을 헤치고 다니던 길이었다. 이 수로는 김광종이라는 사람이 바위를 뚫고 만든 인공 수로였다. 지금은 밭보다 논이 더 인기가 없어서 밭으로 되돌아가는 추세에 있지만 논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참으로 위대한 공사였던 것이다. 최근까지 퍼물논 주인들은 퍼물논에서 벼농사를 지어 제사상에 곤밥(쌀밥) 올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지만 이제는 퍼물논에서 쌀농사 짓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도체비빌레 바위 언덕에 안내판도 있고 퍼물논 답회에서 오래전에 세웠다는 공덕비도 세워져 있는데, 데크 공사를 한 이후에 오히려 발길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옛날에는 이 공덕비를 찾아오는 문화유산답사팀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예 발길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나는 이 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많이 아프다. 길 만드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에 이 데크 길은 만들어졌다. 길이 험하여 난공사로 1년 넘게 공사를 하였다. 공사비도 엄청나게 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길은 개통도 하지 못하고 벌써 길이 망가지고 말았다. 공사 진행 중에 세워진 출입금지 간판은 지금도 그대로 있다. 우리 국민들의 혈세가 아무렇지 않게 낭비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길 말고도 내가 아는 많은 길들이 이와 비슷한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든 이후에 잘 관리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광종 영세불망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위치한 제주 출신의 김광종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이다. 김광종(金光宗)은 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출신으로, 조선 시대 1832년(순조 32)에서 1841년(헌종 7)에 이르는 만 10년 동안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안덕계곡의 황개천의 물을 끌어 논밭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이를 위해 인부들을 고용하여 댐을 쌓고 계곡 벼랑의 허리 암반을 쪼아내고 산을 깎아내는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총연장 670m의 수로를 만들었다.


흔히, 화순리 김광종 영세불망비(치수 비)라고 말한다. 김광종 영세불망비(金光宗永世不忘碑)는 안덕면 화순리 황개천 속칭 도체비빌레. 화순에서 동쪽으로 마을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심하게 꺾이는 골목으로 500여 m 들어가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숲길 옆에 있다. 안내자 없이는 찾기가 힘든 곳이다. 


김광종은 한경면 저지리 사람으로 안덕면 화순리 황개천 바위를 뚫고 화순리 넓은 땅에 물을 끌어다 논밭을 만들어 논농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1832년(순조 32) 3월부터 1841년(헌종 7) 9월까지 약 10년에 걸쳐, 황개천 바위를 뚫고 물을 끌어들여 1만여 평의 땅을 개척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경비를 오직 자신의 재산으로 마련하였다. 이러한 그의 노고가 '중국 한(漢) 나라의 소신(召信)의 선정(善政)과 비길 만하다' 하여 이민(里民)들이 그를 전조(田祖)로 모셔 제사 지내는 한편, 1938년 5월 화순리 답회(畓會)가 후손들과 협의하여 비를 세운 것이다 (남제주군의 문화유적 153쪽) 김광종은 제주 향교지에도 이름이 남아 있는데 〈바위를 뚫고 처음으로 농업용수를 개발한 관개농업의 개척자이다. 그는 순조 32년(1832) 사재를 털어 수로공사를 착공하고 10년 만에 1100미터의 용수로를 완공, 오만 평을 개답(開畓)하였다.〉라 쓰고 있다.


같은 내용의 '永世不忘碑'가 두 개 서 있는데, 좀 작은 비석은 1938년에 세운 것으로 앞면에는 가운데 큰 글씨로 '金海金光宗永世不忘碑' 작은 글씨로 '穿山引水 多費己財 漢西開始 以裕後世 食我香稻 功擬召父 賴公德基 歲祈田祖'라 음각되어 있고, 뒷면에는 가운데 조금 큰 글씨로 '昭和十三年五月五日和順畓會建設' 좌우에 작은 글씨로 '住楮旨里后曾孫龍仙良順世閏 玄孫斗炳, 會首 梁時權 發起 金雲玉 誌 姜師完 贊 池赫重'이라 되어 있다.


비신의 높이는 78, 상단 너비 44, 하단 39, 두께 16.5이며, 비면의 상단 중앙 부분은 약간 깨어져 떨어졌다. 조금 큰 비석은 김광종의 후손들이 앞의 비석을 보완하기 위하여 1960년대에 세운 것으로 '通政大夫金公光宗永世不忘碑'라고 되어 있고 한글로 행적을 소개하였다.


이 비석들이 있는 곳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당시 수로 공사를 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은 이제 나 혼자만의 전용 산책길이 되고 말았다. 가끔 낫을 들고 가서 가시덩굴을 쳐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나는 이 길이 참 좋다. 물소리도 좋고 김광종 선생님의 뜨거운 가슴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바위를 쪼아대는 정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강산 2018년 7월 21일


산방산

형제섬

화순항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은 공사판으로 쪼그라들고

그나마 

담수 수영장이 겨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강산 2018년 7월 21일


생명 시계


장마철에 밖에 며칠 세워 두었더니 말썽을 부린다. 아마도 너무 늙어서 그럴 것이다. 비 때문이 아니라 나이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다. 늙으면 자꾸만 여기저기 탈이 난다. 이번에는 시동을 걸어도 계기판이 깨어나지 않는다. 계기판 바늘들은 움직이지 않고 숫자들도 살아나지 않는다.


혹시, 퓨즈가 끊어졌나 싶어서 퓨즈를 바꾸어본다. 그래도 변화가 없다. 가까운 카센터로 간다. 퓨즈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아무래도 계기판을 뜯어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계기판은 일반 카센터에서는 수리할 수 없다고 한다. 주행거리를 나타내는 적산 거리계(tripmeter)는 함부로 만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행거리 조작 문제 때문에 전문 업체에서만 분해 정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제주시로 나간다. 평화로를 달린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속도는 같이 달리는 다른 차들보다 약간 느리게 가면 되지만, 기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언제 멈추게 될지 알 수도 없다. 다행히 방향 지시 등이나 브레이크 등 기타 조명 등 표시는 정상으로 나온다. 속도계와 회전수, 시계와 주유상태 표시계 그리고 주행거리 적산 거리계만 표시되지 않는다.


주행거리가 없어졌으니 그동안 살아온 이력이 모두 사라진 것 이리라.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이니 현재의 삶에는 큰 지장이 없으리라. 속도계의 숫자는 사라졌어도 속력을 잃은 것은 아니므로 옆에 함께 달리는 차들을 보며 적당히 달려주면 또한 되리라. 그런데 지금 기름통에 남아있는 기름의 양을 알 수 없느니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우리 인간들의 삶도 그럴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알 수 없으니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우리들에게는 저마다 생명 시계가 있는데, 그 생명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어떻게 우리들의 삶을 잘 운전할 수 있겠는가.


제주시에서도 지금 당장 수리할 수 없다고 한다. 일단은 계기판을 뜯어보아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지금은 뜯어볼 사람도 없고 날씨가 맑은 날 뜯어보아야만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습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듯하니까 며칠 햇빛에 말려보면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운전을 하며 돌아온다. 그런데 아,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죽었던 계기판이 다시 살아났다. 이런 감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처음부터 고장 나지 않고 멀쩡했더라면 계기판의 소중함에 대하여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으리라. 어쩌면 이번 장마는 나에게 계기판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려고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생명 시계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삶의 계획을 수정하게 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주신 계시 인지도 모른다.



강산 2017년 7월 21일

                                 

무명천 할머니 삶터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

판포리

차귀도

협재해수욕장

이시돌요양원 묘지

무명천 할머니의 삶과

대비되는

너무나 슬프게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한여름밤의 공연





강산 2017년 7월 21일

                                         

태진아

장윤정

브레이브걸스

이 작은

이 시골

공연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참으로 좋았다

땀으로 목욕하며

무대와

청중을

휘어잡는

프로다운 프로는 아름답다



강산님이 이어도공화국에 있습니다

2016년 7월 21일  · 제주도 서귀포           

                        

토란도 잘 자라 꽃이 피고

해바라기 젖꼭지

보타진 자리마다

별빛의 씨앗이 자라고

연꽃은 연밥에

연자 종소리를 준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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