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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0. 2022

서귀포 가는 길

― 이어도공화국 8






이어도공화국 8

― 서귀포 가는 길



              

바람의 섬 이어도에서 서귀포로 간다

바람의 고향 이어도에서 서귀포로 간다

바람을 따라서 서복 선생의 길을 간다

이어도가,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듯이

바람의 길 또한 보이는 사람들만 볼 수 있다

바람의 길을 따라서 파도의 길을 따라서

서복과차, 그 길을 따라서 이어도는 가고 있다

저 멀리

파랑도가 보인다 보일 듯 말 듯 언뜻 보인다

섬의 머리가 잠시 보이다가, 다시 보이지 않았다가

언뜻언뜻 가끔 보인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그리운 서귀포가 구름 속에서 나를 맞이한다

서귀포는 이어도해양과학기지부터 시작된다  

나를 발견한 파랑도의 하늘이 환하게 웃는다                            






내가 오십육 년 동안 살았던 이어도는 서귀포가 아니다. 대한민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다. 완전한 자주독립국이다. 대한민국 제주도 서귀포시는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파랑도에서부터라고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드디어 대한민국 서귀포에 들어온 것이다. 내마음 속에도 이제 드디어 서귀포가 들어선 것이다. 태평양을 향하여 힘차게 날개를 펼치고 있는 서귀포가 내 가슴 속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이제 이어도에서 서귀포로 옷을 갈아 입는다. 나는 이제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서귀포가 된다. 서귀포 시인이 된다.


꿈속을 빠져나와 눈을 떠 보니 오늘 아침에는 내가 제주시에 있다. 고려시대 대찰이었던 수정사 터에 있다. 1300년(충열왕26)에 창건되었다는 수정사, 사노비가 130명이나 있어 법화사와 함께 제주 최대의 비보사찰이었다는 수정사. 어쩌면 부처님께서 앉아계셨을 수정사 대웅전 터에서 눈을 뜨고 일어난다. 옥상에 올라가 한라산과 바다를 보고 내려와 길을 걸어간다. 수정사의 샘물이 있었다는 절물동으로 간다. 절물동 공원 앞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연합건설산업노동조합 사무실이 있다. '건설노동자들이 하나 되는 그날까지!!' '반격, 정면돌파'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 스피커가 지붕에 달린 빨간 차들이 몰려있다. 목백일홍, 배롱나무들이 분홍색 꽃들을 힘차게 토해내고 있다. 나는 건설과 노동에 대하여 생각하며 월대천으로 간다.


월대교와 월대천에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대나무에 매달아 놓은 거대한 깃발들이 펄럭인다. 이번 주말에 월대천축체가 있을 예정이라고 들었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축제가 3년 만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다양한 무대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마을대항 민속경기와 누구나 참여 가능한 외도물길20리 플로킹과 축제의 인기 프로그램인 맨손으로 장어잡기와 자리 테우 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고 한다. 산책을 하면서 보니 축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테우도 벌써 다 만들어서 푸른 깃발까지 꽃아 월대교 아래쪽에 묶어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가에서 놀기 때문에 특히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인명구조용 안전장구들도 새것으로 잘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나는 월대와 월대 징검다리를 지나, 오늘은 내도 알작지와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가지 않고 연대포구 쪽으로 간다. 월대 징검다리 바로 아래쪽에 아주 작은 포구가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포구 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아주 작은 포구에는 어선은 보이지 않고 아주 작은 고무보트만 둘 묶여있다. 하지만 이 포구는 알고 보면 역사적인 포구이기도 하다. 삼별초가 제주에 주둔해 있는 동안 주 보급항이 되었던 포구라고 한다. 1271년(원종12) 김통정 장군이 귀일촌에 항파두성을 쌓으면서 이곳을 해상보급기지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 삼별초는 남해 연안 일대에서 수시로 공격을 가하여 수많은 물자를 이 포구를 통하여 반입하고 항파두리로 수송하였다고 한다.


외도물길20리는 월대천에서 시작하여 다시 월대천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되어있다. 월대천 0.87Km 알작지 0.5Km 내도 보리밭길 0.8Km 도근천 산책로 0.4Km 어시천산책로 2Km 외도운동장 1.2Km 벽화거리 0.85Km 연대 마이못 0.43Km 연대-월대 해안산책로 0.9Km 월대천. 외도물길20리는 외도에서 유명한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월대천, 알작지, 내도 보리밭, 역암층, 냉개소, 700년 해송, 옛 수정사지, 마이못,  조부 연대 등을 볼 수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곧장 가서 외도교 아래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바다가 시작된다. 징검다리는 바닷물괴 민물이 만나는 곳이고 징검다리 아래쪽을 바다라고 할 수 있는데 본격적인 바다는 외도교부터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이다. 외도교를 건너면 내도이고 건너지 않으면 외도이다. 그러니까 월대천을 경계로 내도와 외도로 나뉘는데 옛날에는 내도는 시내로 생각하고 외도는 시외로 생각했는데 외도동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외도까지 시내권으로 편입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마도 공항에서 가깝고 보통 신제주라고 생각하는 연동과 노형동에 가까워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가장 핫한 곳으로 성장하였다.


외도교 바로 아래쪽에 대원암이라는 사찰이 있다. 내가 외도에 와서 지켜본 결과 가장 빠른 시일에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원동력은 아마도 스토리텔링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곳 외도가 성장하면서 그렇게 되었겠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링 덕분에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이곳 대원암 주지였던 법산스님께서 현몽하여 대원암 앞바다에 있는 바위들에 이름을 붙이면서 더욱 유명해진 절이다. 이곳 앞바다는 물이 빠지면 많은 바위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적당한 높이로 바닷물이 차오르면 그 바위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그중에서 와불 관세음보살을 아예 이 절의 주불로 모시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보통 다른 절들은 대웅전에 앉아계신 부처님상을 올려놓고 기도를 하는데 이 대원암은 법당에 앉아계신 부처님상을 치워버리고 아예 유리창 밖의 누워계신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세계 유일의 해수 관음도량이라고 선전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금도 제주의 대원암 앞바다에는 와불 관세음보살, 미륵보살과 지장보살, 약사여래 부처님, 문수보살 사자상, 보현보살 코끼리, 관세음보살과 복주머니, 연꽃 안의 관음보살 및 중생, 단군의 곰, 산신 동자 호랑이, 토끼, 청룡황룡, 칠성신 거북 등의 이름을 붙인 바위들이 바닷물에 몸을 씻고 계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보려고 하면 보이고 믿으려고 하면 믿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바다를 보았을 것이고 저 바위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다가 스님의 현몽으로 저 바위들을 발견했다고 하니 참으로 신비롭기만 합니다. 지금도 아마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바위나 돌덩이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믿고 싶은 사람들 눈에는 부처님으로 보이고 보살로 보이고 곰과 코끼리와 토끼로 보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어쩌면 자신들이 각자 보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는 이어도처럼 당신의 가슴속에도 당신만의 유토피아가 자라나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나의 이어도를 이어도공화국으로 성장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단신도 당신의 마음속 유토피아를 이 지상에서 환하게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강산 2021년 7월 20일


창세기 1장

- 이어도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세상 아무것도 없었다

태초라는 말도 없었다


어느 날 하늘이 생겼다

하늘은 텅 빈 없음이니

없음이 낳기 시작했다

먼지를 낳고

바람을 낳고

어둠을 낳고

별과 달과 지구를 낳고

뜨거운 태양을 낳았다


너무 뜨거운 세상

구름은 물이 되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물과 흙은 생명을 낳았고

생명들은 물에서 흙으로

흙에서 허공으로 퍼졌다


세상에 태어난 것들은

따뜻함을 중심으로 모였다

손에 손을 잡고 돌기 시작했다

따뜻함은 가득한 사랑이니

사랑은 사랑을 낳아 길렀다

세상은 그렇게 사랑이 되었다


사랑은 시간을 만들고

시간은 인간을 낳았다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신들을 낳았다

공간이 만든 신들은 죽고

인간이 만든 돈이 빛났다

신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인간의 시대도 지나가고

화폐의 시대도 지나가고

지구는 병이 깊이 들었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거나

메타버스를 타고 가상공간으로 

너나 나나 서둘러 떠나가고 있다



강산 2018년 7월 20일


아침밥상

떡과 사과와 계란과 자두를 좀 먹은 다음에  찍은 사진



강산 2016년 7월 20일

                    

누가 성현이 일까요?

가장 재미있고(?)

가장 귀여운(?) 

표정 찾아보세요

누구를 닮아서...,


밝은 모습 보여주어서 고맙다

그런데 그 손 모양은 무엇인고?

혹시 사람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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