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우울증 9
3. 도박 인생 2
다시 도박에 관하여 적어보아야겠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도박에 관하여 지난 1년을 전부 적는다면 100장은 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고 떠올리면 너무 고통스럽고 나 자신이 후회가 돼 쓰고 싶을 때만 쓸 것이다. 그리고 주로 도박이야기는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위주로 쓸 것이다. 도박하면서 가장 크게 변하고 있고 가장 위험한 부분은 돈의 가치가 스스로에게 점점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처음 10만 원을 잃었을 때 기억이 난다. 난 그때 해와 달이라는 실시간 도박에 빠져있었다.
실시간 도박은 정말 위험하다. 예를 들어 스포츠토토는 실시간 도박이 아니다. 스포츠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고 스포츠 경기도 연달아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경기를 하기 전이나 후에 시간이 많고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 도박들은 그렇지 않다. 가상축구도 실시간 도박이었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가 있다.
연달아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하는 도박들은 흥분한 도박쟁이 들을 더 무감각하고 다시 배팅하고 경기 전 흥분상태로 만든다. 작년 10월 해와 달이라는 프로그램에 빠져있었다. 해와 달은 간단했다. 원판이 있는데 해와 달이 번갈아 있다. 원판이 돌아가고 표침은 해와 달 중 하나를 가리킨다. 나는 거기서 해가 나올지 달이 나올지 고르기만 하면 됐다. 기억이 난다. 슈츠라는 도박사이트에서 처음으로 무료 포인트인 5만 포인트를 받고 가장 간단해 보이는 해와 달을 하였는데 달달달 달을 세 번 연속으로 맞췄었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그 사이트에서 일부러 맞게 해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큰 불행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와 달에 빠졌었는데 10만 원을 정말 마음먹고 크게 건 적이 있다. 난 달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대부분을 달에 걸었다. 그때 10만 원을 한 번에 잃었다. 해가 나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1,700만 원이 있었을 때에는 10만 원이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100만 원씩 배팅도 하였다. 100만 원을 잃어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100만 원을 16번 배팅할 수 있는 돈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렇게 하루에 몇 백만 원씩 왔다 갔다 하게 되면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또 인터넷 도박은 실제 돈이 데이터 상으로 숫자만 보이기 때문에 더욱 무감각해진다. 또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일을 할 수가 없다. 한 번 배팅에 실시간으로 몇 백만 원씩 땄었는데 하루 종일 일을 하고 겨우 10만 원을 받는 것은 견딜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 헤어 나오는 게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다. 평생 못 헤어 나올 수 있다. 도박을 하게 되면 뇌가 바뀐다고 한다. 자기가 베팅을 하고 맞췄을 때의 기쁨으로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를 도박 뇌로 바꾼다고 한다.
또 도박 이야기를 쓰니 머리에서 검은색이 떠오른다. 어떻게 표현하기가 힘들어 그 이미지의 색을 표현한 것이다. 내가 도박을 끊으려 할 때 정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나보다 더 많이 잃고 힘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다. 지금도 많이 힘들기 때문에 내가 전에 정말 끊기 힘들었던 시절에 크게 도움이 되었던 도박중독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으면서 옮겨봐야겠다.
어떻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할지 막막하군요. 제 안에 악마가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좀 꺼내어 주십사 이곳에 도움을 요청할까 합니다. 저는 2년 전만 해도 도박에 도자도 모르는 그저 작은 거에 만족하고 작은 거에서 행복을 찾는 그 어느 가정에 성실한 자식이었습니다. 악마는 저에게도 손짓을 하더군요. 한 2년 전 이맘때였던 것 같네요. 고등학교 동창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일하느라 바빠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였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친구가 회포나 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적금내고 어머니 생활비 드리고 동생들 용돈 줘서 가진 돈이 얼마 없다 했습니다. 자기가 낸다는 둥 따라만 오라고 해서 간 곳이 어두컴컴한 사설 경마장이었습니다. 그때는 입장하고서 호기심 반 무관심 반이었습니다. 근데 친구가 여기서 잠깐 놀다가 술 마시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하였습니다. 호기심은 지루함으로 바뀌고 그렇게 말똥말똥 대형스크린을 보는데 친구가 너 자리에 2만 원 충전해 줄 테니까 재미 삼아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못해가 아닌 호기심으로 스크린을 보면서 할 줄도 모르고 배팅법만 친구한테 물어보고 했습니다.
그때 2만 원 준걸 한 곳에 다 배팅을 했는데 그게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때 틀렸다면 저는 호기심으로 한 번해보고 다신 안 했을 겁니다. 한 곳에 2만 원 배팅을 했는데 자세하게는 설명 안 드리겠습니다. 그 말이 우승하여 배팅한 금액에 100배를 받았습니다. 수수료 15프로인가 제하고 저는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친구랑 주위사람은 처음 하시는데 잘한다고 어디 갔냐고 물어보고 저는 그냥 황당한 표정만 지었습니다. 더 안 하고 그냥 돈 주는 것 받아서 이게 웬 횡재냐 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공돈도 생겼다 내가 쏘겠다 하니 친구가 알았다 하면서 도박으로 딴 돈은 쓰는 게 남는 거라 하며 단란주점에 가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이상하게 전 날 있었던 일이 계속 생각나는 겁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도 밥을 먹을 때도 문득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사리분별 할 정도의 나이는 되는데 올해 28살입니다. 자꾸 애 마냥 그곳으로 달려가고만 싶고 그렇게 해서 유혹을 참지 못 하고 어느 순간 경마장 의자에 착석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되더군요. 정말 지독하게도 악마에 손짓에 놀아났습니다. 어느 순간 경마에 경자도 모르는 제가 경마에 심취하고 분석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두 달도 안 돼서 처음에 땄던 돈이랑 제 통장에 있던 돈이 0원이 되더군요. 그때 그만했어야 했는데 그게 쉽게 안되더군요. 제 뇌에 도박에 치명적인 유전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경마는 답이 없다였습니다. 그렇게 깨지고 안 해야지 안 해야지 하는데 이 친구 놈이 다른 게임을 소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 친구는 친구가 아닌 악마였습니다. 지금은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도안하는 원수가 되었지만 사설 카지노바라는데 가서 친구 설명 듣고 조금조금씩 했는데 그날도 모르고 게임했는데 돈을 따게 됐습니다. 정말 도박이 시작은 승으로 시작해서 패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게임으로 생활도 풍요로워지고 경마에서 잃은 돈까지 모두 복구하고 수중에 4~5천 정도 쥐게 되었습니다. 사설 카지노바가 단속을 맞고 속속 없어지고 있는 가운데 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지노가 있다는 얘길 주워 들었습니다.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라고 그곳으로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날아갔습니다.
초반엔 조금 이기는가 싶더니 한 달 두 달 통장은 계속 마이너스 어느 순간 딴 돈 다 갔다 주고 카지노에 미쳐서 하는 일은 안중에도 없고 회사에선 자동 퇴사 처리되고 회사 임원분과 퇴직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통장에 붙여라하고 그곳이랑은 인연을 다하였습니다. 한참 프로젝트 매달리고 신임을 얻어가고 있었는데 카지노를 알게 되어 제 미래를 버리고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한 달에 약 15번 정도 계속하여 게임을 했는데 집에서 오고 가고 하는 게 힘들고 해서 아예 그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태백 하숙집으로요. 차근차근 하루에 이백만 따자고한 게 어느 순간 뚜껑이 열리고 자제 못하는 배팅으로 제 수중에는 동전 몇 개 완전 알거지가 되더군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 재직증명서랑 필요한 몇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이미 퇴사처리 됐는데 윗분께 부탁하여 거짓으로 꾸민 재직증명서랑 인감을 통해 1 금융권 2 금융권 닥치는 대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게 죄가 된다 해도 저는 그리 했을 것입니다.
급전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는다고 말씀드리고 대출심의 전화 오면 잘 좀 받아달라고 그리해서 대출 마이너스통장 긁어모은 돈으로 또다시 도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돈으로 하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다 잃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자도 못 내고 다 빵빵 터지기 시작 집에 전화 오고 난리가 났는데 저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부모님 얼굴 볼 면목도 없어서 계속 강원도에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론 안 되겠다 해서 발품 팔아서 강원랜드 안에서 앵벌이도 하고 심부름도 하여 하루에 30 이상씩 벌었습니다.
생활 밑천 만들어서 그만해야겠다 한 게 어느 순간 모아놓은 돈 또다시 다 배팅하고 잃고 정말 절망감에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돈은 없고 그러니 사람이 막길에 다다르니 별 생각 다 들더군요. 그리해서 생각한 게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주위 친인척 다 전화해서 돈을 당겼습니다. 반 사기죠 투자목적으로 돈을 빌렸으니까요 투자는 개뿔 다 도박자금뿐 일 텐데 남한테 신용은 철저했으니 다 빌려주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다 날리고 친구 친인척 가족들과 모두 연을 끊은 상태입니다. 저 정말 미쳤죠. 부모님께서도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뒤지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넌 아들도 아닌 다리 밑에서 주워온 놈이라고 부모님이 저에게 얼마나 실망하셨으면 그러셨을까 그 말하고 가슴 아파했을 부모님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 이였습니다. 저는 백번 천 번 이해합니다. 너무 이야기가 길었죠. 이런 부끄러운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제 병을 치료했으면 합니다. 정말 저 도박 끊고 다시 새 삶 살고 싶습니다.
그 새 삶이 몇 십 년 걸리겠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부모님에게 제 잘못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현재 제 밑으로 깔려있는 빚만 5억 가량 됩니다. 다 갚으려면 몇십 년 걸리겠지만 갚을 겁니다. 지금부터 도박 안 하고 착실하게 작은 것에 행복을 찾는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저 좀 치료해 주세요. 이대로 가단 정말 죽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도와주세요. 지금은 부천 아는 형님 집에서 은신(?) 중입니다. 도와주실 거죠? 모임에 나가서 도박중독을 치료받으신 분들에게 많은 지도 편달받고 싶습니다.
한 도박중독자의 이야기를 옮겨 보았는데 괜히 옮겨보았던 거 같다. 맞춤법도 엄청 틀리고 괜히 시간만 엄청 날려서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이 사람은 빚이 5억 가량 된다고 한다. 나는 나보다 불행하거나 힘든 사람을 보면 힘이 난다. 절대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내 도박이야기를 쓰다가 힘드니 이렇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옮겨 적으니 그래도 아까보단 기분이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옮기고 고쳐 적는 것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이 사람에게 화가 난다. 얼마나 못 배웠으면 글을 이렇게 적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냥 너나 잘하고 너 이야기나 적으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