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내가 자주 다니는 평화로 중간쯤에 새별오름이 있다. 나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자주 오고 간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종단도로가 평화로와 번영로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 백록담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번영로가 있고 서쪽에는 평화로가 만들어져 있다. 나는 주로 서쪽에 있는 평화로를 이용한다. 평화로 중간쯤에 있는 새별오름이 좋아서 오며 가며 새별오름에 올라 바다와 한라산 백록담을 감상하며 놀다가 가곤 한다. 새별오름 정상에 오르면 백록담도 잘 보이고 반대쪽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가 잘 보인다. 새별오름에는 억새꽃이 많고 석양 노을빛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또한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길로 평가받는 평화로 바로 곁에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다. 약 20여년 전부터 이곳에서 해마다 들불축제를 하면서 주차시설 등도 잘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제주들불축제는 처음에 동쪽에서 시작되었다. 아마 고사리축제가 열리는 수망리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동쪽에서 몇 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그래서 교통 여건이 좋은 평화로 쪽으로 눈을 돌렸고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새별오름으로 결정되었다. 새별오름 주위의 땅까지 제주시에서 매입하여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얼마 전에 진행되었던 탐라국입춘굿과 함께 제주도의 대표적인 행사가 되었다.
이 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여러 개의 달집과 함께 오름 한쪽 면을 모두 태우는 오름 태우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오름을 태우는 들불축제가 올해는 3월 9일부터 3월 12일까지로 결정되었다.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 제주시는 오는 9일 제주시청 광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0~12일 새별오름에서 ‘제주들불축제’를 연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들불축제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면축제로 열린다. 올해 들불축제는 ‘희망을 품은 제주 들불, 세계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9일 제주시 삼성혈에서 들불 불씨 채화 제례를 시작으로 시청광장에서 들불 불씨 모심행사, 들불 콘서트, 소원지 쓰기 및 달기 등의 행사를 연다. 이어 10일에는 새별오름 일대에서 읍·면·동 줄다리기와 집줄놓기, 소원달집 만들기 등 전통문화 경연과 제주도내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버스킹 공연, 풍요와 발전을 기원하는 희망기원제가 열린다. 또 들불 불씨 점화 및 횃불 대행진, 달집 태우기 행사가 이어진다. 마상마예공연장에서는 마상마예 공연과 제주도 무형문화재인 제주농요 공연이 있다. 11일에는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펼쳐진다. 처음으로 드론을 이용해 불을 붙이게 된다. 마지막 날에는 묘목 나눠주기, 농수축산물 할인행사, 도민 노래자랑 등이 있다. 축제기간에는 축제 역사관, 재활용품 나눔 장터, 지역농특산물 홍보·판매관, 향토음식점, 푸드트럭 등을 운영한다. 시는 축제를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축제 기간 제주시 종합경기장과 서귀포시 제2청사 주차장을 거점 주차장으로 지정해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들불축제는 제주도내 중산간 목장지대에 진드기 등을 없애기 위해 묵은 풀을 태우는 목축문화를 축제화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오늘 오후에 새별오름에 들러서 살펴보니 행사준비가 거의 마무리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오름 이마 부분에 해마다 약간씩 다른 글씨를 만드는데 올해는 '2023제주들불축제'라는 글씨를 만들고 있었다. 미리 베어서 사각모양으로 만들어진 억새 묶음으로 크게 글씨를 만들고 다량의 화약까지 장착해서 화려한 불꽃쇼를 보여주곤 한다. 또한 중간중간에 달집도 수십 개 만드는데 위에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해서 한다. 그런데 이제 작업이 거의 완료되어 모노레일 철길도 철거하여 트럭에 싣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들불축제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그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행사에서 딱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 바로 묘목 나눠주기 행사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봄 행사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사는 바로 묘목 나눠주기 행사다. 반대 집회를 하는 사람들도 묘목 나눠주기 행사는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신문에까지 나온 것으로 보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제주도 대표축제 중 하나인 제주들불축제에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는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희망을 품은 제주들불, 세계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제주들불축제 셋째 날인 11일에는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새별오름에서 달집 태우기, 오름 불 놓기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새별오름의 면적은 약 52만㎡로, 불로 태우는 면적은 약 30만㎡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봄이 오기 전에 불을 놓아 방목지의 해충을 없애는 제주 전통 목축문화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액운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시는 4년 만에 대면으로 행사를 열기 위해 지난달 28일 제주서부소방서와 합동 주관으로 한라병원, 제주지방기상청, 서부경찰서 등 8개 유관기관이 참여한 재난대응훈련을 실시하는 등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로 축제 주제관에서 재활용품 나눔 장터, 쓰레기 줄이기 홍보관을 운영하고 쥐불놀이는 LED로 대체했다. 마지막 날에는 플로깅 페스타, 묘목 나눠주기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제주시 공식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들불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를 홍보하는 제주시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도 반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 오후 5시 기준 약 2000명이 참가한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기후평화행진 엄문희 씨는 "예전에는 목축문화의 일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이 없고, 오로지 관광, 행사 명목으로 산을 태우는 것"이라며 "(이 축제로) 피해를 입을 동식물이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그는 "사전답사를 갔을 때 억새 같은 풀에 새들이 많이 있었다. '불 지를 때 새들은 날아가니까 불에 안 타' 이렇게 말할 게 아니다. 은신처, 먹이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오름은 대부분 지하로 물이 흡수되기 좋다. 그러면 불을 내기 위해 사용된 유독물질, 기름 등이 지하수에 유입될 수 있다. 제주는 말 그대로 한 그릇에 물을 나눠 마시는 지하수 공동체인데 관청이 나서서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서식지가 불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박수 치고 좋아하는 걸 어떤 동물이 좋아하겠나"라며 "'친환경 축제',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축제'라는 타이틀로 알리는 것이 기괴하다"라고 말했다.
과거 목초지에서 행해졌던 방애는 가축에게 먹일 풀이 잘 자라나게 하기 위해 기름을 붓거나 화약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제주들불축제에서는 새별오름에 기름을 붓고 불길이 퍼질 수 있도록 화약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국장은 "불을 놓으면 점화용 화약으로 불이 전달돼서 거기서 터지면서 불이 붙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흑색화약이 사용되기 때문에 당연히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라며 "화약 잔재물이 남기 때문에 토양오염의 가능성도 있고, 불을 지른 뒤 비가 오면 토사 유출이라는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 목축문화의 계승이 목표라면 새별오름을 태울 게 아니라 정말 목축이 행해지는 목장 지대에서 목적에 맞게 했으면 좋겠다"라며 "심지어 지금 제주들불축제에서 함께 하는 달집 태우기는 제주도의 전통문화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 목축문화 계승 목적이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하는 거라면 이제는 생태감수성이 요구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의 상황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며 "(제주들불축제는) 수많은 생물을 태우면서 복과 건강을 비는 행위인데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