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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천꽃밭

이어도서천꽃밭 8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by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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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만취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지선 씨가 사고 23년 만에 모교 강단에 교수로 서게 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자신은 “사고와 잘 헤어질 수 있었다”면서 다른 ‘지선이’들을 응원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35%의 만취한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오던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4학년 ‘이지선 학생’은 그날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고 당시 기준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1급을 진단받았다. 2000년 7월 30일의 일이었다. 40번 이상의 대수술을 견뎌냈지만, 이전의 얼굴과 손가락은 찾지 못했다.


그로부터 23년, 이지선 학생이 ‘이지선 교수’가 되어 이화여대에 돌아왔다. 2023년 3월 1일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이 교수는 ‘내가 받았던 도움만큼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며 전공을 바꿔 미국 보스턴대·컬럼비아대에서 재활상담학·사회복지학 석사를,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한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첫 발을 뗐고, 23년 만에 모교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사고를 극복하고 꿈을 찾아간 과정을 담은 자전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 『꽤 괜찮은 해피엔딩』 등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세상에는 이지선 교수님처럼 고통을 잘 극복하고 더욱 새롭고 더욱 의미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한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난다. 다음은 지금에서 태어난다. 내일은 오늘에서 태어난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에서 태어난다. 내일의 아들은 오늘의 아들에서 태어난다. 시간도 그렇고 너와 나 또한 날마다 새롭게 부활한다. 이지선 교수님처럼 고통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2022년 12월 17일부터 네이버에 가족 비밀카페를 만들고 카카오톡 가족방을 만들어서 가족들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도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한 구출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오후 3시 29분, 그날은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20221217 / 토요일 / 눈


내가 너무 방치해서 현성이 병이 더 악화된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그동안 혼자 남몰래 어둠 속에서 고통받았을 현성이에게 가장 미안하고, 가까운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고통받았을 현성이 엄마와 현동이에게도 참 많이 미안합니다. 현성이 병은 현성이 혼자의 의지만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조언과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야 치료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서 치료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가족들의 솔직한 마음을 서로 잘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특히, 현성이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 안정을 되찾고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가족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언제라도 편한 시간에 카페에 들어와서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가족들만의 비밀 카페이므로 자유롭게, 부담 없이 쓰고, 답글이나 댓글 쓰시면 됩니다. 또한 가족 모두가 매니저로 설정되어 있으니 카페를 마음대로 꾸미거나 수정하실 수 있습니다.


20221218 / 일요일 / 눈 많이 오고 추운 영하 날씨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오후 3시 29분

현성이가 나에게 다음과 같은 카톡 문자를 보냈다.


“아빠 제가 할 말이 있는데 말로 할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카톡 남겨요 몇 년 전에 아빠가 도박 빚 갚아주셨잖아요. 그러고 나서 또 도박을 했었어요. 그래서 빚이 많아져서 대출을 알아보다가 그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가 된 거예요. 그렇게 멍청하게 범죄자까지 되고 그래서 몇 년 동안은 계좌도 못 만들고 아무 신용거래는 하지 못하게 됐어요. 오히려 저한테는 잘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또 몇 년 동안 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데 몇 년 동안 모으니 이자만 봐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때 아빠 몰래 그랬었다는 게 제 마음에 항상 짐이었어요. 매일매일 악몽 꾸고 사람도 잘 못 만나고요. 이젠, 제가 몇 백번을 죄송하다고 했지만 진심이에요. 우울증도 심하고요. 사실 이제 저한테 즐거운 것도 없어요. 제가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건 병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몇 년이 지나도, 한 4년 힘든 것 같은데 끝을 알 수가 없어요. 아빠 입장에서는 제가 한심해 보이겠어요. 정신상태도 나사가 빠져 보이실 것이고 말에 두서가 없어도 이해해 주세요.”


띄어쓰기를 비롯한 불안정한 문장에서 현성이의 불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현성이가 외출을 잘하지 않고, 밤새도록 컴퓨터만 하고, 낮에는 잠을 자고, 체중 관리가 안 되고, 공인중개사 시험에 1차도 합격하지 못하고…. 기타 등등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남몰래 방황하고 혼자서 자신만의 깊은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내가 새롭게 파악한 것은 대강 이렇다.

한성저축은행에서 21년 1월쯤에 1000만 원 20% 이자율로 빌렸고, OSB저축은행에서 같은 시기 21년 1월쯤에 500만 원 20% 이자율로 빌려서, 지금까지 이자는 꼬박꼬박 엄마가 갚아주었다는 것이었다. 높은 이자율도 문제지만 돈을 빌린 원인이 충격적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도박을 하기 위해서 돈을 빌렸다는 사실이었다. 몇 년 전에도 도박을 해서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 것이다. 도박 중독이 치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그러니까 16일 금요일에 현동이와 현성이가 함께 중앙병원에 가서, 현성이 상태를 알아본 결과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도박 중독 상담센터까지 가서 상담을 받고 왔다고 하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결과 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대관 선생님인 것 같았다. 064-786-7586 (전문진료분야 : 정신치료, 노인정신의학, 중독정신의학) 현성이에게 간접적으로 전해서 들은 이야기와 진료 분야 및 경력사항을 보니 믿음이 가고 꼭 치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렇게라도 더 늦기 전에 내가 알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현성이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치료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경정신질환은 자기 자신이 정신질환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고 전문가의 도움을 스스로 요청할 정도라면 충분히 완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숨기고 있었던 이유를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숨기는 행위는 치료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임을 현성이와 가족들이 알아주면 더욱 고맙겠다. 물론 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나를 배려하려는 마음으로 숨겨왔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며 현성이와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도 결코 바른 길이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앞으로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날 병원에 다녀와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컵을 바닥으로 힘껏 던져서 깨뜨리고 현성이는 스스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다른 어떤 식구들보다도 현성이 본인 자신이 가장 놀라고 가장 무서웠을 것이다. 지난날의 악몽을 재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였을지 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과거의 악몽 속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 공포감을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도 모르게 저질러지는 일들 때문에 더욱 스스로가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치료가 어려울 것이다. 현성이 자신과 다른 가족들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이런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와 천사가 함께 살고 있다. 우리 인간들은 이 둘 중에 누구에게 먹이를 많이 주느냐에 따라 악마가 이길 수도 있고 천사가 이길 수도 있다. 그런데 현성이는 지금 병에 걸려서 천사보다 악마가 힘이 세져 있는 것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천사에게 먹이를 많이 주면 곧 천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현성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마음속에 숨어있는 악마를 물리치기는 어려운 상태에 있다. 악마는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몸의 주인을 속이면서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성이가 스스로 악마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을 때까지 전문가와 가족들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희망을 본다. 길 끝에서 나는 언제나 한 걸음 더 앞으로 간다. 나는 지금도 희망을 보았다. 현성이는 지금 어느 누구보다도 숨어있는 악마와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성이의 첫 메시지 중에서 “이건 병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고백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자체로 이미 현성이의 병은 치료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스스로의 힘으로 분노 조절이 어려운 상태이므로 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아직은 잘 모르는 것들이 많고 서툴러서 충돌이 심해질 것이고, 병을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서로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알고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중앙병원 고대관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치료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성이의 채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가장 좋은 방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함께 해결하면 될 것이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종교를 갖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으니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으므로 우선 마음이 편안해지는 명상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명상과 108배가 좋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현성이에게 <귓전명상>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현성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으로는 잘만 따라서하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현성이는 지금 바로 채무를 한꺼번에 변제하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현성이가 그나마 2년 가까이 도박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고 싶어도 도박을 할 수 없었던 환경 탓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도 많은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돈을 빌릴 수 없었던 여러 가지 환경 탓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독하게 마음먹고 딱 끊을 수 있다면 희망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어떤 이유로든 다시 한번 도박을 하게 된다면 우리들에게 희망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20221219 / 월요일 / 눈 그치고 조금 따뜻해짐


어제는 낮에 근무를 하고 오늘은 밤에 근무를 해야 한다. 밭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밭을 둘러보니 어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은 풀들이 많다. 모시 잎과 줄기가 시들해지고 무화과나무 잎도 시들어지고 있다. 세상에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있고, 끝까지 추위를 견디며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과연 떠나는 쪽일까 끝까지 남는 쪽일까. 너는 또한 어느 쪽일까.


어제 차가운 눈을 맞았을 감을 따면서 생각하니, 어쩌면 지금 현성이 몸속에서 악마와 천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와 악마는 자신들이 현성이의 몸과 마음을 차지하려고 각자의 방식으로 현성이 자신도 모르게 은밀하게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는 어쩌면 현성이를 이렇게 설득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현성아 지금까지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서 자꾸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잖아. 이번에는 정말 전문가와 가족들을 믿고 가족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노력해 보자. 네 속에 숨어있는 악마를 물리칠 수 있도록 내가 꼭 도와줄게”


하지만 다른 편에서 악마는 현성이 자신까지 속이면서 이번에도 은밀하게 현성이를 나쁜 쪽으로 조정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현성아 너는 이번에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너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쉽잖아. 언제나 너는 네가 목표한 것을 쟁취하고 말았잖아. 쉽고 즐거운 길이 있는데 왜 자꾸 어려운 길을 생각하고 그러냐. 너는 나만 믿고 내가 시키는 대로, 아니 내가 조정하는 대로만 연기하면 돼. 이번에도 분명히 너희 아빠가 한꺼번에 너의 빚을 갚아주고 너는 다시 새로운 빚을 내어서 네가 좋아하는 그 일을 할 수 있을 거니까 조금만 더 참고 조금만 더 밀어붙여보자. 알았지.”


이렇게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천사와 악마는 싸우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현성이 몸속에서 힘겹게 악마와 싸우고 있는 천사를 도와주기 위해서 현성이와 현동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화순 밭에 와서 일을 하면 일당 10만 원씩 주기로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이제 늙고 병이 들어서 몸에 무리가 가는 노동을 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대나무 뿌리를 캐고 바위를 캐내다가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현성이와 현동이가 나를 도와준다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현성이와 현동이에게 경제 공부를 좀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현성이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 같구나. 1,500만 원을 한꺼번에 갚으려면 큰돈이지만 원금을 조금씩 나누어서 10년 동안 갚으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매월 20만 원도 안 된다. 그야말로 휴대폰 요금 정도로 확 줄어든다. 그리고 갈수록 원금이 줄어들고 이자가 줄어드니, 세월이 갈수록 부담은 점점 더 줄어든다. 반면에 세월이 갈수록 물가는 올라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그래서 지금의 20만 원과 10년 후의 20만 원은 완전히 다르다. 10년 후의 20만 원은 지금의 2만 원과 거의 같아질 것이다. 이것은 경제의 기본 상식이다. 그리하여 가능한 장기로 원금을 갚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무조건 확실히 이득이다. 그런 기본 인플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이자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이자만 갚는 것과 원금을 나누어서 함께 갚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현성이는 이제부터 경제 공부를 좀 함께 해야겠다. 이번 기회에 현성이와 현동이는 나와 함께 경제 공부를 좀 하면 좋겠다.”


20221220 / 화요일 / 맑음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적용기간 종료 안내> 우편물을 받았다. 그동안 엄청나게 큰 도움을 받았다.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했으면 의료비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희귀병 환자다. “비후성 심근증”, 심장의 벽이 두꺼워지는 병이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병’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병’ ‘돌연사 확률이 가장 많은 병’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서 어려운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5년을 더 살았다. 앞으로도 한 50년은 더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5년을 더 살았다. 2017년 12월 22일,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 그날 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5년을 더 살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들이 있다. 눈앞이 어른거리면 위험신호라고 했는데 좀 더 신중하게 스스로 관찰을 해야만 하겠다. 수술 후에 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뇌졸중이라고 했는데, 그 전조 증상이 눈부터 온다고 하였는데 좀 더 자세하게 지켜보아야만 하겠다.


내가 5년을 더 살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였다. 나의 조급한 마음이 현성이 인생을 망쳤다. 나의 책임이 가장 크다. 나는 나 자신이 언제 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죽기 전에 현성이와 현동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현성이와 현동이의 꿈을 알고 싶었고, 그 꿈을 응원하고 싶었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 성급한 나의 욕심이 오늘의 불행을 낳고 말았다.


나는 현성이와 현동이의 꿈을 알아보기 위하여 글을 쓰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그 꿈의 종잣돈을 마련해 주기 위하여 글을 쓰면 돈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어렵게 마련한 돈을 100만 원씩 주었다. 이것이 나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그렇게 내가 굶어가며 마련해 준 돈은 꿈의 종잣돈이 되지 못하고 현성이를 죽이는 독약이 되었다.


의도가 좋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현성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나는 현성이를 너무 믿었다. 현성이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는데 나는 너무 독한 화학비료를 주고 말았다. 그 부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현성이는 나의 의도와 정 반대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현성이에게 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현성이는 나의 조급한 마음을 ‘아빠는 부자’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심어주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심어진 이 잘못된 인식은 현성이의 경제적 관념을 무너뜨렸고,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게 만들었고, 결국 도박 중독자로 만들고 말았다.


이제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후회하고 누구를 탓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후회할 시간에 현성이 병을 치료하고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우울증 치료와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두르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 나의 조급함이 또다시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몇 천 원 아끼려고 배가 고파도 밥을 굶고, 회사에서 남은 반찬과 햇반을 가져다가 목숨을 연명하며 거지처럼 살고, 이발비가 아까워서 앞머리 길어 눈 쑤시면 혼자 몰래 거울보고 앞머리 옆머리 잘라가며 최소한 3개월 이상 버티고, 이쑤시개 하나라도 아껴가며 어렵게 살고 있는데, 현성이는 이제 내가 돈 찍어내는 기계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마음만 먹으며 1,500만 원쯤은 뚝딱 찍어내는 줄 아는가 보다.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나왔는데 잠은 안 오고 그냥 눈물만 나온다.


나에게 지는 빚과 은행에 지는 빚은 어떻게 다를까

현성이는 왜 그럴까

내년 1월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서

나에게 빚을 갚겠다고 하면서

왜 자신이 직접

금융기관에 변제할 생각은 하지 못할까

나에게 갚는 것과

은행에 갚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나에게 진 빚과

은행에 진 빚은 어떻게 다를까

한 달에 20만 원씩만 갚아도 된다고

내가 그 길을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왜 현성이는

그 방법을 이해하지 못할까

현성이는 혹시

빌리는 것에는 능숙한데

갚을 줄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참 갈수록 걱정이 태산이다


현성이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1,500만 원을 한꺼번에 갚으려면 큰돈이지만 원금을 조금씩 나누어서 10년 동안 갚으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 원금 이자 합쳐서 매월 20만 원도 안 된다. 그야말로 휴대폰 요금 정도로 확 줄어든다. 그리고 갈수록 원금이 줄어들고 이자가 줄어드니 세월이 갈수록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에 세월이 갈수록 물가는 올라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그래서 지금의 20만 원과 10년 후의 20만 원은 완전히 다르다. 10년 후의 20만 원은 지금의 2만 원과 거의 같아질 것이다. 이것은 경제의 기본 상식이다. 그래서 가능한 장기로 원금을 갚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확실한 이득이다. 그런 기본 인플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이자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이자만 갚는 거와 원금을 나누어서 함께 갚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현성이는 경제 공부를 좀 해야겠다. 이번 기회에 현성이 현동이 나와 함께 경제 공부를 좀 하면 좋겠다.


당부의 말씀


나는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고 나의 방식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공동체의 중요한 사항들은 반드시 가족 공동체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며,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며,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것으로 결정이 되더라도 나는 그 결정을 충실히 따를 것이오니 가족 공동체 모두는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또한 다른 가족 공동체 여러분들께서도 여러분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주실 것을 당부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성불하세요.


고난은 언제나 자신의 몸을 뚫고 나가라고 우리들에게 온다.


현성이 빚 1,500만 원 변제와 관련하여

가족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주에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다음 주 월요일에 병원과 단도박 센터 가서 의견 들어보고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려고 합니다.

좋은 의견 많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이제 어느 누구와도 확정적이지 않은 거래는 하지 않는다. 특히, 돈거래는 어느 누구와도 선불로 먼저 빌려주지 않는다. 물론, 가족들과도 예외 없이 돈거래는 하지 않는다. 내 처지에서 조건 없이 선물을 할 정도라면, 그냥 돌려받을 생각 없이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나의 확고한 신념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변할 수 없는 철칙이다.


현성이는 나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현성이가 스스로 돈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줄 작정이다. 그런데 현성이는 자신의 빚을 내가 대신 갚아줄 것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이유로도 내가 직접 다른 사람들의 빚을 갚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본인 당사자가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그리고 좀 더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실현 가능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지난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성이가 크게 부담 갖지 않고 갚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담당 선생님께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가장 현실적인 최적의 방법을 찾아볼 작정이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하고 철저히 확인하고 모든 것은 내가 직접 챙기고 확인하면서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성이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고 또한 불가피하게 고통도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꼼꼼하고 정확하게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은 이자율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여 이자율 연 3.25%~연 8%인데 약 5%~6% 정도의 이자율이 결정되고 원리금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한다면 가장 부담이 적은 상태로 변제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한 달에 지불할 금액이 약 159,000원~166,000원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 연 8%로 잡아도 180,000원 정도 예상된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만 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20만 원도 벌 수 없다면 밭에 불러서 일을 시키고 일당 10만 원씩 줄 것이다. 그러면 한 달에 최소한 2일만 일을 해도 충분히 차질 없이 갚을 수 있을 것이다.


20221221 / 수요일 / 흐림


오늘 오후에 김남권 시인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시와 인생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김남권 시인은 2015년부터 활동을 했지만 의욕적으로 열심히 시를 쓰고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나와는 이어도문학회에서 인연이 되었다. 김남권 시인은 이어도문학회 전임 회장이다. 나의 문학과 나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을 믿는다. 기대가 된다. (오전 10시 메모)


뉴스N제주, '나의 詩, 나의 人生' 문학특강 겨울 편 진행

초대 시인 '김남권' / 현달환 기자


12월 21일 오후 2시~3시까지 제주도의회 도민카페

"시 만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 12월에 어느 누군가의 시를 음미한다는 것은 늘 차가운 바람만 부는 방 안에서 덜덜 떨며 살아가는 이에게 따뜻한 난로가 필요한 것처럼 자신의 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나만의 길로 가고자 하는 그 길이 설령 옳다고 해도 언제나 자신의 위치를 점검해 보는 시간도 필요한 법.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는 '나의 시 나의 인생' 문학특강 겨울 편을 오는 12월 21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김남권 시인을 초대해 특강을 갖는다.

이번 특강은 뉴스N제주에서 문학특강을 통해 작가의 시 창작인생을 들어보면서 기존 시인이나 문학도들이 나의 시, 나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10명 이내 시인이나 문학도만 초대하고 있다.


김남권 시인은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면서 아동문학가,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기도 가평 출생. △《시문학》 등단(2015) △한국시문학문인회 사무국장. 강원아동문학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강원작가회의, 솔바람동용문학회 회원 △2022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이어도문학상 대상, 강원아동문학상, 2021 KBS창작동요제 노랫말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집 『등대지기』, 『하늘 가는 길』, 『불타는 학의 날개』, 『빨간 우체통이 너인 까닭은』, 『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 『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외 다수 △동시집 『짜장면이 열리는 나무』, 『1도 모르면서』 △일반서 『시낭송의 감동과 힐링』, 『마음 치유 시낭송』, 『내 삶의 쉼표 시낭송』. 한국장학재단 멘토,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하고 있다.


한편, 내년 새봄 문학특강으로 민주평통교육홍보분과위원장 및 제주평화통일포럼 간사를 맡고 있으며 전 제주국제대 특임교수인 양금희 시인의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문의: 064-900-1004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 김남권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함박웃음 소리에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해맑은 미소에

꽃잎들 눈인사합니다

당신과 함께 온 이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출처 : 뉴스N제주(http://www.newsnjeju.com)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 처음으로 갔다. 김남권 시인의 강의가 참 좋았다. 김남권 시인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인이었다. 강의도 좋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깜짝 출판기념회를 준비해 오신 그 마음이 더욱 좋았다.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준비해 오셔서 진행된, 강병철 회장님, 양금희 회장님 두 분의 출판기념회도 참 좋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더욱더 좋은 것이 있었다. 현성이가 보낸 문자가 참으로 좋았다.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치료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처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 혹시 아빠 밭에 매일 가서 일을 할 순 없을까요? 아빠가 없더라도 시켜놓은 일을 성실히 할게요.”


내가 옛날처럼 자신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벌어서 갚을 생각을 한 것 같아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6104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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