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 골든 서클

#33. movie sketch

by Yearn


소문난 잔치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없다.



제가 지니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유명 배우들이 떼거지로 나오는 영화는 별 볼일 없다'입니다. <킹스맨 : 골든 서클>은 저의 편견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 영화입니다. <킹스맨 : 골든 서클>은 전작 <킹스맨>이 지닌 장점들을 대부분 잇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킹스맨>은 시리즈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킹스맨>은 콜린 퍼스를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한 배우가 쌓아온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1편에서 그가 죽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콜린 퍼스의 죽음은 <킹스맨>을 흔한 블록버스터와 구분해주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2편에서 해리를 무리하게 살려내는 것부터가 영화를 망가트릴 것 같았어요.



<킹스맨>



<킹스맨>이 한국에서 특별한 인기를 얻은 것은 우리나라가 불공정이 심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공감합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이 커지려면 그 상황에 맞는 사람이 보아야겠죠. 한국에는 답답한 상황에 놓인 에그시들이 많습니다. 한국 학생영화에 유독 우중충한 내용이 많은 이유 중 하나도 경계를 넘을 수 없는 곳에 사는 에그시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답답함을 구질구질하게 그려내지 않고 머리통을 불꽃놀이로 날려버리는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 <킹스맨>이 사랑받은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킹스맨> - 사무엘 잭슨



키치적인 표현에 비해 <킹스맨>은 현실감 있는 영화였습니다. 싸이코 재벌이 인류를 위해 필요한 인간만을 남기겠다는 계획을 짜는 것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모든 잘못된 권력과 자본이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곳입니다. 특히 악당역을 맡은 사무엘 잭슨의 옷차림이 탈권위를 표방하는 캐주얼한 모습이라는 것이 굉장히 리얼하다 생각했습니다. 현시대의 권력층은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야 하는지를 알죠. 미디어를 활용합니다. 인류 보안계획을 세우는 그의 반도체 사업에 각국의 정상들과 권력자들이 합의했다는 것 역시 현시대에 대한 신랄한 풍자였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거대한 권력을 단순히 한 영웅의 힘으로 없애지 않고 희생자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영화의 중간 지점에서 콜린 퍼스를 죽인 감독의 결단에 큰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거대한 권력을 희생 없이는 해결하는 것은 말 그래도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요.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완벽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킹스맨 : 골든 서클>



그리고 그를 살려낸 <킹스맨 : 골든 서클>이 어떻게 되느냐. 엉망진창이 됩니다. 죽었다 살아난 해리의 사정을 이야기하랴 새로 나온 악당 소개하랴 새로운 동료 모으랴 전 캐스트가 등장하는데만 한 시간이 걸립니다. 영화는 마치 <매트릭스>의 후속편들처럼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고 화려한 액션들로 지루함을 선사하는 스킬을 선보입니다. 1편이 변화가 빠른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으려 하는 영웅들의 모임을 병맛으로 그려냈다면 2편은 영화 전체가 허세에 찌든 남자들의 센 척 퍼레이드입니다. 에그시는 더 이상 불평등에 버티는 학생이 아닌 성공한 킹스맨의 멤버입니다. 1편에서 에그시가 엉망인 가정과 쉴 곳 없는 사회에서 견디기 위해 센 척을 해야만 했다면 2편의 에그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본인이 킹스맨임을 과시합니다. 새로 등장한 상대방 역시 신나서 자기소개를 하죠. 야생동물 두 마리가 우연히 마주쳤을 때 서로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듯이요. 그게 한 두 번이라면 영화에 활력을 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싸움과 등장마다 반복되니 이렇게 보기 힘든 영화가 없습니다. 심지어 하나같이 말도 많아요. 1편의 수다스러움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면 2편의 대사들은 의미 없이 길게 느껴집니다. 현실과 접점이 없는 영웅과 절대악의 대결만을 그리려고 하니 이야기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합니다.



<킹스맨> - 콜린 퍼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배우의 역량 차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콜린 퍼스 - 젠틀맨 - 킹스맨으로 통하는 고리가 자연스레 영화 분위기를 만들어냈었다면 에그시를 주축으로 세운 영화는 느낌이 전혀 다른 배우에게 억지로 같은 옷을 입힌 것처럼 보입니다. 콜린 퍼스가 그의 오랜 경력으로 쌓아온 이미지를 스냅백이 더 잘 어울리는 태런 에저튼이 어떻게 채워낼 수 있겠습니까. 콜린 퍼스마저도 무리하게 살려내자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데요. 2편은 억지로 살려낸 해리의 사정을 소개하고 새로운 캐스팅을 뽐내기 급급한 영화였습니다. 140분이나 들여 이제야 세팅이 끝났으니 3편에서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르죠. 2편에서 사랑스러운 줄리안 무어의 캐릭터가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할리 베리를 이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도 놀랍고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