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悲歌)

by 윤슬 김지현


가파른 언덕길을 까아만 분칠을 한

텁텁한 연탄을 겨우 손에 움켜쥐고

무딘 걸음을 타박타박 옮기는

등 굽은 할머니



움푹움푹한 주름과 는지럭한 살결은

등가죽에 붙은 뱃살과 더불어

삶의 고뇌를 노래한다



동반된 설움으로 고락(苦樂)을 함께 한

부뚜막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우스꽝스러운 연탄이

제 목숨 다 바쳐 살 굿 빛 몸뚱이를

뽀얗게 드러내고

헐떡거리며 숨을 내쉬고 있기에



끊임없이 시끄러운 심장의

모진 두 방망이질에도

달아빠진 신발을 질질 끌며

발걸음을 채근해본다



목마른 절절한 기다림에 애틋한 답가로

전해주는 주홍빛 따스한 여운이

상처로 얼어붙은 차디찬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기에



스르르 곁에 앉아 잠시 취해버린

여릿한 영혼의 삶의 슬픔은

촉촉한 이슬방울 되어 빈 잔을 채우고



숨겨진 터부의 고된 한숨은

그렁그렁한 시(詩) 되어

세상을 읊조리며



헛헛한 빈 마음속 코스모스에

한바탕 남모를 부푼 울분을

몰래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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