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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고 싶은 날.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날.

30대까지는 한 해가 마무리되면 저절로 익숙하게 한 살을 먹는 셈이었지만

40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한 해가 마무리되면 덩달아한 해 더 늙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점점 늘어나는 흰 머리카락과 전에는 보이지 않던 곳에까지 생기는 주름들을 보며 '아! 이런 곳도 주름이 생기는구나!'새삼 깨닫게 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독감을 선물해준 우리 딸랑구 덕분에 잠도 못 이루고 끙끙대면서도 표현할 곳도 없어 더 외로운 어른이 된 이 엄마는 이럴 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다.

아파 병상에 계신 엄마, 오래전부터 내겐 딸처럼 챙겨줘야 하는 엄마였지만, 나의 엄마라는 이유로 가끔씩 문득 삶이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엄마가 보고 싶다.

그래도 딸이라고 만나면 머리 쓰다듬고 싶어 하시는 나의 엄마가 오늘은 간절히 그립다.

하루 살아내기가 벅차 내 삶도 힘들다며 부모님의 안부도 외면하며 살던 이 불효자가 양심도 없이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그래도 살아 계심에 위안을 얻고 안심하며 말이다.

내 딸이 그러하듯 말없이 옆에만 있어주셔도 한없이 든든하고 좋고 당연한 엄마의 옆자리가 오늘은 그렇게도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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