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사뭇힌 채 전화기를 뒤적거리는 손.
그 속에는 누를 만한 번호도 이름도 그리고 온전한 나도 없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강하게 뺨 맞는 폭우 속 여린 나무처럼 길고 가느다란 뿌리의 힘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연약한 영혼의 숨소리만이 하악하악 옅게 공명할 뿐.
길고 긴 터널 끝에 밝은 빛 대신 어둠도 존재할 수 있음을 부정한 채 빛만 쫓아 살아가다
간간히 마주하는 터널 끝의 어둠들은 더욱 절망으로 다가오곤 한다.
만지작거리는 폰 속에는 그렇게 절망에 절여진 늙어버려 쇠약한 영혼의 식어버린 눈물 줄기만이 가든하다.
스스로가 옭아 맨 자기만의 어두운 감옥 속에 갇힌 채 불러보는 작은 읊조림은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손이 는지럭하게 꾸물거리며 공허한 공기의 울림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