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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r 25. 2022

노를 젓는 즐거움으로 살아가기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위로



바다 위, 오늘도 길을 나선다.

노를 젓는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즐겁다.

오늘 하루도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망망대해 위에 배가 떠 있다. 텅 빈 배가 떠 있는 것이다. 문득 자각한다.그  배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그 배는 바다 위에 떠서 갈 곳으로 흐른다. 삶의 흐름을 따라 유유히.언제나 처럼. 삶은 우리에게 늘 매 순간 한 번도 길을 내어주지 않은 적이 없다. 한발 한발 길 위에서 디딜 수 있도록 발아래는 땅이 있는 것처럼, 나의 빈 배는 바다 위에 떠서 바다라는 삶이 안내하는 곳으로 흐르는 것이다.


늘 목적지를 정한 채로 길을 나섰다. 삶은 늘 도달해야 할 목적지로 향하는 게임 같은 느낌이었다. 한곳에 다다르면 또 그다음 목적지로, 또 그 다음으로 늘 가야 할 곳이 있었던 것이다. 지치고 힘이 빠진 눈으로 외로움에 떨며 털썩, 주저 앉는다. 그러다 문득,' 꼭 어디에 닿아야만 잘 살아가는 것인가' 스스로 물어오는 그것과 마주친다. 그것이 길을 잃는 순간이다. 그러나 길을 잃음으로써 삶의 진실과 더 가까워진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삶이 아니라 길 위의 한걸음 한 걸음이 바로 삶 그 자체라는 것을..



그대 어디를 가나요?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답한다. 배가 닿아야 할 곳으로 간다고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빈 배의 주인이 되어 노를 젓는다. 마음이라는 노가 이리 저리 한발 한발 바다 위의 물길을 걷는다. 그 노 젓는 순간이 다만 존재한다. 그 노 젓는 순간이 기쁨이다. 오늘도 노를 저으며 친구를 만나고 인연을 만나 잠시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하였다. 어디를 가든 삶은 이미 바다의 풍요로 가득 차 있다. 어디를 가든, 어디로도 가지 않든 우리는 이미 삶의 품에 따뜻히 안겨있는 것이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다 위의 텅 빈 배가 존재하는 것처럼 분명한 일이다. 내가 존재하여 비로소 배가 바다를 가르며 흐를 곳으로 흐르고 바람을 타고 간다. 이렇게 뭉클하게 존재하여 하늘도 바다도 바람도 같이 존재하는 것이며, 그래서 나는 일순간 바로 그 바다이며 하늘이고 바람이며 텅 빈 배이다.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이 비추어 내는 신비로운 길임을 알기에, 목적지로 향해야만 하는 줄 알았던 부담감과 강박을 버린다. 두려울때면 언제나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내 눈앞의 그것들을 바라보며 나의 존재감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노를 저으며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줄 안다면 그곳이 바로 지상 낙원이고 천국이다. 운명론자의 수동적 삶의 태도가 아닌,  삶 자체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음을 알고 살아간다. 결국 나는 평온이 함께하는 풍요로 가는 물길 위에 있다. 결국 나는 삶이 주는 무한한 풍요를 믿고 삶을 힘겹게 하는 마음의 저항들을 내려놓는다. 여여히 마음의 힘을 뺀 채로 물길 따라 바람 따라 그 길을 기쁘게 흐른다.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훌륭한 삶이 아니라 노를 젓는 즐거움을 아는 자가 더욱 행복한 자이다. 두려움과 사랑을 안고 삶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처럼 펼쳐지고 있다. 두려움이라는 저항을 내려놓고 이제 두려움 보다 사랑을 선택하였으면 좋겠다. 사랑으로 품는 마음이 가득하였으면, 그리하여 여기 한 사람이라도 더욱 행복해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목적지로 향하는 고단함에 지쳐버린 당신의 눈물 방울에 위로를 전하며. 지금 여기 그 자리도 충분히 훌.륭.하.다. 여기까지. 참. 잘.왔.기.에. 



노를 젓는 기쁨으로 목적지의 아득함을 잊도록 하자. 애쓰되 애씀이 없어 더욱 가볍게, 가야할 곳으로 당신의 배가 더 깊이 깊이 삶속으로 흐를수 있도록...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위로 -노 젓는 기쁨,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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