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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y 11. 2023

부부란 무엇일까?

관계 심리학

남편과 나는 열아홉에 연애를 해서 스물여섯에 결혼을 했다. 열아홉.


아주 어린 나이다. 꽃다운 열아홉. 우리는 그렇게 예쁜 사랑을 했고 각자 다른 대학을 갔고 몇 번의 이별을 했지만 다시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다. 남편을 알게 된 시간부터 시작해서 결혼생활까지 합치면 거의 20년의 세월이다. 이 대목에서 많이 나는 놀랐다. 우리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보다 더 길어진 그와의 관계. 아이도 둘을 낳고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 안에는 아직 아이가 살고 있다


남편을 처음 만난 나는 고3이었고, 아직 어리던 그때의 내가 내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열열한 연애를 했지만 세월과 함께 열열한 열기는 사라지고 여러 번의 권태기를 맞았다. 어떻게 결혼까지 와서 아이 둘을 낳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한 사람을 이렇게 오래 알고 사랑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일임을 알았다. 사랑이 그렇게 모질다. 서로의 다름을 어여삐 여기며 사랑을 했건만, 서로의 다름이 서로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지기도 하였던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 또한 나를 가장 아프게 한다. 남편에 대한 애증의 관계를 들여다보니 부모님의 관계가 연상되었다. 아빠와 엄마도 그렇게 우리처럼 몹시 다른 성향의 몹시 다른 에너지를 지닌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남편과 불화를 하면서 나의 부모를 더 잘 이해했다. 부모님도 참 서로 다른 관계에서 자식들을 사이에 두고 무척이나 애를 쓰셨을 것이다. 나는 남편과 잘 지내려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온도가 많이 다른 남편과 나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고 대화를 시도한다.


관계에 예민하고 작은 일에도 의미부여를 하는 나는 남편의 무던하고 계산적인 면모에 실망을 하기도 하였다.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고 의미를 부풀려 내 식대로 이해를 하니 늘 오해가 무성하다. 다시 그와 나 사이의 대화법을 고민하면서 이제야 조금씩 제대로 그를 알아간다. 부부싸움 끝에, 나는 '도대체 부부란 무엇이냐고' 묻게 되었고 그는 대답했다. 부부? 큰 망설임과 지체를 하지 않고 그가 대답한다.


부부란 '경제 공동체'아니냐고. 같이 돈을 벌고, 경제활동을 하고 공동으로 자녀를 책임지고 그렇게 공동체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그의 관념의 부부인 것이다. 나는 그의 대답에 몹시 실망하며 말을 멈췄다.


내가 생각한 부부란 '소울 메이트'같은 존재였다. 마음을 같이 나누고 세상 가장 친밀하고 내밀한 마음까지 공감해 주고 공감받았으면 하는 존재. 나의 예민한 감성에 현실적인 성향의 남편은 맞추어 가는 게 나름대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이해하면서, 다시 부부란 무엇이었으면 하는지를 정리해 보게 되었다. 그에게 부부란 경제공동체라는 우선적인 개념이 있다면 그대로 이해를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부부란 소울 메이트이고 가장 깊은 마음까지도 다 꺼내어 이해받고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존재이더라도 말이다.



나의 외로움을 남편에게서 채우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좀 내려놓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어쩌면 긴 세월 우리는 그렇게 서로다움으로 삶을 다시 정비하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아직 철들지 못한 두 내면아이들이 만나 넷이 되어 살아가는 것만 같다. 이제는 각자의 내면 아아가 커가면서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편에게 좋은 친구처럼 그렇게 남고 싶다.


가 닿기에 참 힘들고 때론 외롭지만 어쩌면 내 외로움은 그의 문제라기보다 나의 예민한 기질적 성향에서 온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푸는 마음 챙김의 시간을 사랑한다. 어쩌면 나처럼 때론 가족 속에 있어도 외롭고 쓸쓸한 생각이 드는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또다시 나다움을 찾으려 애를 써본다. 언젠가는 나도 정말로, 독립된 한 존재로서 이 세상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서 있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기대로 오늘도 로 또 같이 이 밤이 찬란하게 흐른다.



부부란 무엇인가?

각자의 부부에 대한 정의를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에겐 경제공동체, 누군가에겐 소울 메이트, 절친, 심동체, 그 무엇이든 부부란 아주 특별한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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