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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y 10. 2023

수요일에 캠핑장에서 잠드는 회사원 둘과 함께

수요일


남편이 반차를 쓰고 회사 동료와 단 둘이 캠피장에서 잔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회사로 출근을 한다고 한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남편을 보았다. "평일에, 반차를 쓰고, 둘이서 캠피장에서 자고 바로 출근을 한다고?"


나의 허락을 구하던 남편은 사실상 그러겠다고 통보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짧은 시간 힐링을 위해 캠핑장으로 떠났다. 사실 나도 여기 저기 잘 다니는 편이라 남편의 힐링을 막아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캠핑장이 남편 회사에서 30~40분 거리고 두분이서 마음이 잘 맞고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사이라 흔쾌하게 짧은 여행을 떠난것이다. 여행이라 하기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을 보면서 두분은 회사원으로 긴 시간을 이겨내는 어려운 점들을 헤치고 '참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저녁 수업을 마치고 잠깐 그들의 불멍에 동참하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해 본적이 없는 나는 회사원 둘의 평일 일탈이 색다르고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남편 동료분과 처음 대화를 나누며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지신 그분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다양한 직군 중에서도 낯선 직업이라 재밌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음과 장난기가 보이시고 살아 온 이야기를 짧막하게 하시는데 참 짧은 시간, 짧은 대화지만 그분의 성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요즘 새로운 사람을 직접 대면하여 만날이 일이 적다. 영어 강사로 수업으로 만나는 분 외에 이렇게 다른 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 재미도 있고 새로운 삶을 보는 기회가 되어서 흥미롭다. 나의 작가적 기질이 발동하는 것 같다. 나는 사람이 참 좋고 대화를 하며 그들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알아가는 기분이 좋다. 언젠가 글을 쓸때 그 대화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실 지금까지 나의 글도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나오게 된 글이 많다.


오늘 뜻밖의 회사원 두명의 모습에서 어떻게 하면 똑같고 힘든 회사 생활에 활력을 주고 살수 있는지를 엿본것 같다. 두분은 이렇게 모닥불을 피워 놓고 대화를 하며, 잠시 힘든 회사를 떠나서 산 속에서 맞는 휴식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한잔 술도 마시고, 회사의 불평스러운 이야기 보다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회사의 스트레스로부터 떨어져 나와 새롭게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내일 눈을 뜨면 산속 캠핑장 텐트안에서 있을 그들이 잠시 부러웠다. 그렇게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고 보름달 빵으로 아침을 먹고 바로 출근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반나절에도 그들은 즐겁고 유쾌하다. 이번 그들의 모습에서, 너무 복잡하고 무거운 것이 아닌 간단하고 가벼운 캠핑장비가 있다면 이렇게 평일 일탈을 즐겨 봐도 색다르고 즐거울 것이란 생각을 했다.


똑같은 일상에 조그만 변화도 삶을 더 색다르고 의미있게 한다. 결국 사람이 있어 또 힘을 내보고 견디기 힘든 회사 생활도 견딜만 하지 않을까? 산 속 고요한 캠핑장에서, 수요일일 밤. 두 남자들의 대화가 참 정겹다. 언젠가 나도 한번 친한 친구와 단둘이 평일 캠핑을 즐겨보고 싶다. 짧아서 더 아쉽고 즐거울 것 같다.


"인생 뭐 있나? 즐겁게 사는 거지." 그들의 마인드가 새삼 멋지다. 어떻게 사는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그들은 내 눈에 우리의 정체성인 '지구별 여행자'로 아주 딱 기억에 남을 사진 한 장을 준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본 이색적인 캠핑 중의 캠핑.
수요일 반차를 쓰고, 40분 거리의 산속 캠핑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소주 한잔을 마시며,

자고 일어나 회사로 가는 그들의 짧은 캠핑.



그나저나 내일 일어나면 회사 가기 싫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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