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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y 09. 2023

부모님에게서 떨어져 나오며 비로소 내가 되었다

독립이란 무엇일까?


대학을 가고, 나이가 들어 집을 나가서 스스로 살 수 있게 되면 그때 독립을 했다고 하는가? 결혼을 해서 그만의 가정을 꾸리게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 것인가? 최근에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라는 마음 치유 에세이 한 권을 완성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비로소 나 자신이 되는 경험을 했다. 마흔이 넘도록 나는 그렇게 부모와 한 덩어리가 되어 살면서 이유 없이 마음이 아프고 시리던 시간을 위로하고 치유했다. 책 속에서 나는 다시 그 시절 부모의 삶 속에 속한 내가 되어 몸이 아프고, 술 때문에 아팠던 아빠가 되었다. 그 시절 아빠 때문에 힘들고 암으로 고통받던 시간의 엄마가 되어 같이 아팠다. 같이 아픔에 나뒹굴다 어느새 나도 엄마가 되어 있었고 우리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나로 다시 일어섰다. 그 어떤 부모도 원하지 않을 삶을 살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고통을 자식들이 가져가서 같이 아픈 것 말이다.


 나로 떨어져 나와 다시 사는 법을 배웠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늘 그 자리 친정집에 머물던 내가 이제 진정한 내 가족과 보금자리 속에서 마음을 키워간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때론 고독하고 고통스러우며, 가장 가까운 배우자마저도 소통되지 않고, 진정한 친구 한 명이 없는 것 같은 절망도 스쳐 지나간다. 그럼에도 다시 나를 향해 웃어 보이는 해를 어찌 모른 척할 수 없어서 아침을 다시 또 껴안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선 그 자리에서 조금씩 내가 되어간다. 글을 쓰고 사람을 다시 읽으며, 관계에서 배운다. 아픔이 치유되어 가면서 마음에 비로소 별이 하나 둘 들어와 담긴다. 별 하나, 별 둘, 나를 알아봐 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제대로 보이는 것이다. 자기 슬픔에 잠식당해서 혹은 피해의식에 젖어 타인이 보내오는 따뜻한 동행의 순간을 놓칠 때가 많다. 이제 조금 보인다. 그 소중한 손길이 얼마나 귀하고 큰 의미가 되어주는지 알게 된다.


독립이란, 그렇게 부모님을 분리된 존재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부모님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며 자식들에 대한 부모님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은 중요하고 귀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곧 부모가 되어,  경계가 없이 한 덩어리가 되는 것에서 비극이 일어난다.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부모와 동일시되어버려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우리는 부모로부터 잘 떨어져 나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만의 의미와 소명을 발견하며, 그 답게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 그렇게 하나의 몸이 둘이 되어,  건강하게 분리되어 더 자유롭고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해 거쳐가는 성장통의 시간. 그 시간이 찾아온다면 부디 분리의 두려움을 놓고 잘 이겨내고, 잘 떨어져 나와서 더 밝고 맑고 가볍게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자. 자식이 있는 우리도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일 테니까. 건강한 경계선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그런 적당한 선을 둔 채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될 것 같다.



나로 떨어져 나와 비로소 마흔에 내가 되면서 느꼈다. 나는 더 많이 부모님을 사랑하고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온다는 것은 부모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면서 지구별 여행자로서의 동등한 위치의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부모 자식 간이라도 때론 상처만 가득인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상처마저도 다 바라봐 주고 수용해 줘야 할 과정이다. 부모도 나도 다들 미숙한 내면 아이가 살고 있어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아픈 시간을 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해와 사랑이 찾아와 그 모든 시간을 안아줄 수 있는 날까지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해져 보면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미숙하고 실수하고 그들에게 상처 입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고, 삶을 이해한다. 후회보다는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고 살면 좋겠다. 


어쩌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를 우리의 부모님께.. 묵은 감정들을 털어 내고, 밝은 마음으로 진정한 포옹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자. 부족했던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라도 조금 더 부모님께 다정한 친구가 되어 보자고 말이다. 내 문제에 푹 빠져 살기에는 시간이 참 아쉽고 빠르다. 올해 5월은 더욱더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아빠가 참 그리운 날이다.  오늘도 엄마 아빠의 사랑과 헌신 덕분에 내가 이렇게 존재한다. 낳아주시고 사랑으로 길러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 긴 긴 아픈 시간을 뒤로하고 묵묵히 견뎌 주신,  엄마 아빠가 저의 엄마 아빠여서 참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는 친구로 만나서 많이 여행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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