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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y 22. 2023

휴일엔 어떻게 쉬어야 잘 쉬나요?

리사의 love yourself

나에겐 살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언젠가는 한번 제대로 빼고 싶은 심각한 살이 있다.


바로 역마살이다.


...



그런 이유로 휴일에도 하루 종일 집에 콕 박혀 있으라고 하면 답답해서 죽는다. 그래서 잠시라도 콧바람을 쐬고 와야 머리가 아프지 않다. 이번 휴일에는 좀 제대로 쉬어 볼까 하고 작정을 하였다. 수업과 관련된 큰 일거리가 없었다. 보통은 영어 강사의 특성상 항상 공부도 끝이 없고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이것도 내가 좀 계획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직관형의 성향이라 뭔가 계획을 하면 답답하고 하기가 싫어진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일을 좀 처리하는 편이다. 끝까지 미루다가 몰아서 하기도 하고 나의 일로 인해서 아마도 휴일에도 잘 못 쉬는 성향의 내가 된 것 같다.


 소소하게 책을 읽고 리뷰 써야 할 일들, 블로그 여행 리뷰 쓰기 좋아하는 책 읽기 등의 일만이 있었던 휴일이라 더 마음이 편했다. 와.. 얼마만의 이런 마음 편한 휴일이던가.. 최근에 책 한 권을 쓰는 과정을 탈고까지 마무리 짓고 출간되어 나올 날만 기다리며 더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얼마나 평화롭고 세상이 조용하던지..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마음이 쉬어보는 휴일을 맞는다.



오늘은 늦잠도 늘어지게 자리라. 그러나 눈을 뜨니 7시. 평소 5시 50분 정도에 일어나는데 늦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일단 눈이 떠지면 침대에 누워서 삐대는 것도 힘들다. 허리도 아프고 개운하지가 않다. 조금 더 삐대다가 일어나서 가족들 브런치를 준비해서 같이 먹는다. 아들이 꽃을 사서 친구 생일 파티에 간다고 한다.


"친구 생일 파티에 꽃을 사간다고? "

내가 물으니 아들은

"어, 친구 엄마 선물드리려고, 친구 엄마가 꽃 받으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아들의 말에 또 놀란 나는

"친구 엄마 드릴 꽃을 산다고?"

라고 말했다..


순간 지난 나의 생일에는 꽃을 사주지 않았던 아들에 대한 섭섭함이 1초 정도 올라왔다 내려갔다.

아들이 엄마 생일에 함께 삼척 여행 중이라 꽃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엄마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려고 돈도 많이 썼었기에 그냥 마음을 보고 웃었다.

"친구 엄마는 참 좋으시겠다. 아들 친구가 예쁜 꽃도 사다 드리고."

아들은 내심 뿌듯한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이서 같이 꽃집에 들러서 1만 원 정도를 써서 노란 장미꽃다발을 만들어 사 왔다. 꽃집 사장님도 아들의 예쁜 마음을 들이시고는 첫 손님이라며 1만 원보다 훨씬 더 할 것 같은 비주얼의 꽃다발을 만들어 주신다. 역시 예쁜 마음은 어딜 가도 통하나 보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라 참 흐뭇하고 감사했다.


그렇게 아들은 친구 생일 파티에 가고 남편은 스크린 골프를 가고 나는 동네 인근의 산에 갔다. 정상까지 가려고 하고 갔으나 몸이 어찌나 무거운지 중간 정도 둘레길을 걷다가 천천히 완미의 산행을 하고 1시간 정도 산에 있다가 내려왔다. 그렇게 1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이제 또 뭘 하지.. 아직도 휴일, 일요일 반나절이 더 남았다. 나에겐 이런 휴일이 아주 드물다. 주로 노트북을 싸들고 나가서 책을 잔뜩 들고 할 일을 들고 카페를 돌아다닌다. 등산을 가고 카페에 가서 책 읽고 글 쓰고, 특별한 것이 없으면 이런 주말을 보낸 것 같다. 이제 집에서 제대로 뒹굴거려 보자.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산에를 다녀와서 그런지 책 한 권 최은영 작가의 <애쓰지 않아도> 들고 침대에서 읽다가 스스를 잠이 들었다. 꿀맛 낮잠. 꿈속에서 최은영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나서 같이 영화를 펼친다. 숲 속에 내가 있다가 다시 고양이를 잃어서 슬픈 내가 된다. 낮잠이 이렇게 달콤하던가. 정말 꿀처럼 달달한 낮잠을 그렇게 책과 함께 했다. 눈을 떠도 또 2시. 나는 또 책을 본다. 그렇게 뒹굴거리며 저녁이 온다.


휴일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내는 걸까? 아주 아주 오랜만에 휴일에 낮부터 침대에서 뒹굴대며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휴일이 참 좋았다. 휴일마저도 뭔가 남는 것을 해야 한다던 나의 내면의 심판자에게 조용히, 음소거를 먹이며 나는 이번 휴일 정말 제대로 시간을 잘 낭비한 것 같다. 저녁에 가족들과 다 같이 치킨을 시켜 먹고, 라면을 하나 끓여 나눠 먹으며 아들, 딸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그 아이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엄마, 너무 맛있어!"

"엄마, 같이 자자."

"엄마 팔 느낌이 너무 좋아."

"보들보들 엄마 팔이 세상 최고야."


자면서 엄마 팔을 만지며 잠드는 아이들, 이제 커서 얼마나 더 이런 시간이 있을까?

모처럼 아무것도 중요한 것을 하지 않고 흐르는 이 고요한 시간, 그동안 중요하다고 값어치를 크게 두던 그 일들에서 '중요한 일'의 꼬리표를 떼어 다시 '가족과 함께 하는 소소한 시간'으로 옮겼다. 충분히 가치 있고 아깝지 않은 삶의 시간을 보내며. 이번 휴일은 제대로 정말 쉰 것 같다.


  그렇게 뒹굴대며 하루를 보내고 9시가 넘은 시간 가족들이 배부르다며 다 같이 나와서 잠시 산책을 했다. 그 밤공기는 또 얼마나 좋던지. 벌써 여름밤 냄새가 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밤. 한낮의 열기를 다 삼키고 찹찹하고 시원한 청량함이 있는 여름밤, 그 밤을 먼저 느껴보며. 잊지 못할 우리들의 평범한 휴일이 흘러갔다.


내일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팬케이크'를 아침으로 해 줄 것이다. '메이플 시럽'을 곁들이고 바나나를 썰고 예쁘게 접시에 담아 또다시 시작될 아침을 그렇게 축복으로 맞이하련다. 휴일을 잘 쉬고 나니 가족들 속에 사랑이 채워진 것 같아서 또 한주가 힘이 난다.



휴일엔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일까? 정답은 없지만, 죄책감 없이, 또다시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을 가져보자. 그럴 자격이 있는 우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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