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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Aug 16. 2023

엄마, 잘 살았어요!

리사의 love yourself

"얘들아..엄마 요즘 좀 복잡해. "

"엄가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엄마는 '프로 실패러' 같아"

아이들에게 푸념하듯 말했다.


요즘 내 마음이다. 약 8개월 간 새로 시작한 가맹점을 이번 달까지 하고 내려놓기로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나의 마음에 따른 것이었다. 그 가맹점 교육을 하면서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나의 만족감으로 일을 해 온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돈이 된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못하는 것이다. 돈 버는 쪽으로 나는 정말 미숙하다.


나는 그렇게 긴 시간 공부를 하고서도 큰돈을 안정적으로 벌지 못하고 여기저기 돈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까지 뭔가 배우느라 쓴 돈이 정말 많았다. 삶의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한 줄 경험치로 쌓였으나, 이런 나를 가끔 한심하게 보기도 한다. "너 이제까지 뭐 했니 도대체?" 고작 그만한 돈을 벌고 있다니...


또 한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프로 실패러'가 된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한 무수한 시도들은 많은 부분 실패했다. 실패란 무엇일까? 들인 돈에 비해 돈을 많이 벌어 들이는 결과를 낳지 못했다고 본다면 실패가 분명하다. A사업을 하느라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 나의 30대 초반, 마음공부를 하고 사업이 끝났다. 다양한 온라인 강의를 등록해서 들었다. 뭔가를 찾고 있었다.


나를 해방시켜 줄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수익화되지 못한 그 많은 강의들, 마음 공부하느라 읽었던 책들, 타로마스터 강좌도 그의 연장선상이었다. 심리 치료에서 내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미술치료 전공의 사이버대 학사 편입해서 3학년을 보내고 4학년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


심리 치료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내 마음의 치료가 먼저인 것을 알았다. 내 마음이 아픈 것 마저 미술치료사가 되어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내 스펙 쌓기에 이용하려 한 나였다. 한 번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여 주지 못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렇게 나를 만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를 하며 3년이 흘렀다. 뭔가 나를 증명하기를 내려놓고 나는 나로서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로 존재하면 된다. 존재만으로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다. 온전히 이 이야기들을 내가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애쓰는 나.


결과는 내가 써 내려온 많은 양의 글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는 자유로워지고, 내가 되어 간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못 이루고 형편없는 나를 책망하는 나를 글로 만나며 위로한다. 그 과정에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라는 나의 첫 에세이가 나왔고, 나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냈다는 것을 알았다. 표면적으로는 허송세월만 보낸 것 같은 시간이지만 사실 그게 아니란 걸 안다.


오늘 던진 엄마의 푸념에 아들, 딸이 말해 준다.


"엄마, 엄마는 잘 살았어요! 영어도 정말 잘 가르쳐 주시고, 책 수업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우리는 엄마에게 정말 감사해요."


아이들이 감정조절에 서툰 엄마를 이렇게나 어른스럽게 위로해 준다. 정말 잘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 참 답답하다. 남들처럼 방송도 잘하고, 뭐든 돈 되는 일을 척척 잘하는 나이고 싶어 괴로움이 밀려올 때, 오늘도 나에게 말해준다.


"너답게 살아. 더뎌도 너는 너라서 멋지고 아름다우니, 조바심 내지 말고 끊임없이 네 안의 목소리를 따라가렴. "


언제나 삶은 내게 꼭 필요한 경험과 꼭 필요한 사람들로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 같다. 오늘 만난 목소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엄마, 잘 았어요!" 충분하고 감사한 그 사랑가득한 음성.



"고마워, 아들, 엄마가 더 열심히 살아 볼게. 너희들에게 훗날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도록. 느린 걸음이라도 엄마는 한걸음 한걸음에 진심으로 살아 보려고 해."


모든 시작과 끝에 경의를 표하며. 삶은 그렇게 나에게 사건들로 답을 주었다. 더 행복하고 울림이 있는 일을 따라 삶을 궤적을 옮겨 놓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글쓰기는 결코 포기하지 말자. 오늘도 이렇게 나와 만나는 시간이 있어 나는 다시 우울한 마음으로부터 살아났다.


늘 다시 살기 위해 글을 쓴다. 오늘도 백번을 망설이다 글을 만났다.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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