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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Aug 15. 2023

이름을 안다는 것-나의 해방일지 단상

리사의 love yourself


"이름이 뭐예요?


리사의 현존하기 프로젝트. 리사의 지구별여행, 오후의 편지. 나의 해방일지를 느꼈던 단상을 드라마 속 명대사와 함께 써내려 가본다. <나의 해방일지 >14화와 함께..



구씨와 염미정이 헤어져 보내게 된 시간이 무려 3년이 흘렀다니 여러 가지로 14회는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구씨는 왜 그렇게 연락을 하지 못했으며, 그 시간 동안 염미정이 보냈을 시간이 참 아팠기 때문이다.

엄마를 잃고, 구씨를 잃고 홀로 남아 외로움을 견뎌내었을 염미정의 마음이 사무치게 아리도록 아팠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염미정이 개를 잃어버렸다며 서럽게도 울더라'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엄마의 마음이 되어 나도 울었다. 엄마는 딸의 아픈 마음을 그렇게 가슴속에 묻은 채 가족들에게 한마디 인사도 없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것이다.


행복에 적당한 때란 없다


엄마의 죽음을 통해.. 행복에 적당한 때란 없다는 말, 어쩌면 행복이란 바로 '지금, 여기'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답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였다.


엄마가 그렇게 갑작스레 가족을 떠나고 나머지 가족들의 모습이 클로접 되어 드라마 속에 흐른다. 말이 없어도 그저 그 얼굴 표정으로 눈빛으로 시선하나하나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들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 오면서 가족을 잃은 아픔을 다시 또 꺼내어 나도 슬퍼지는 장면이었다. 준비되지 못한 이별은 염씨네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자 죄책감을 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세 자녀가 시골 살이를 끝내고 서울로 들어가게 되는 계기를 주면서 각 인물들 마다 엄청난 변화의 시간을 맞았으리라.


엄마의 죽음으로 행복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해 보게 되었을 것이다. 행복에 적당한 때란 없다는 말이 참 공감 간다. 무엇을 하고 나면 그제야 찾을 수 있는 행복은 어쩌면 위험한 시선이다. 왜냐하면 무엇을 다 끝낼 때까지 삶이 이렇게 우리를 기다려 주지 못할 일도 충분히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삶이다. 예측 불허의 전개.. 그것을 이해하고서 우리는 다시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또 나의 마음을 울린 장면은 아버지 염제호의 모습이었다. 아내를 잃고 모든 것을 다 잃은 비통함을 느꼈을 그는 자식들에게 얼마나 많은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한탄, 씁쓸함, 죄책감으로 힘들었을까? 그 시절 아버지들의 절제된 감정에 더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 염제호가 말한다.

다 내가 건사하며 사는 줄 알았지.
집사람 떠나고 나서 알았어.
집사람이고, 애들이고..
다 날 건사하며 살았던 거야..


아마도 아내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꼈을 인물이 바로 염제호이지 않을까. 구씨가 뒤늦게 3년이 흐른 후 찾아왔을 때 염제호(극중 아버지)의 표정이 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염미정의 새 휴대폰 번호를 건네는 마음도 딸과 그의 애틋한 사랑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전하였을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14회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뭉클하고 행복하게 했던 장면이다. 구씨와 염미정이 3년 만에 재회하는 이 장면이 그렇게 마음이 따뜻하다. 그동안 서로가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했을까...

비로소.. 염미정은 구씨에게 이름을 묻는다.


이름이 뭐예요?


이름을 묻는다는 것, 이름을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드디어 둘은 서로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의 김춘수 시인의 <꽃>의 시구절이 떠오른다. 나의 해방일지에는 곳곳에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염미정이 키우던 염소를 잡아먹은 이야기를 구씨에게 한다. 그때 구씨가 어떻게 키우던 것을 잡아먹을 수 있냐고 이름 불러가며 키웠을 것 아니냐며 말한 부분이 있었다. 그때 염미정은 말했다. 이름 같은 것 없었어. 이름, 없었어.

그렇게 이름에 대한 시선이 나를 잡는다. 결국 누군가의 이름을 안다는 것,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단순이 명명하는 것의 차원을 넘어선다. 비로소 그 대상이 아주 아주 특별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자경과 염미정은 서로에게 더 특별한 의미가 되어 그동안 그리워했던 만큼 그만큼 더 많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구씨 : 어떻게 지내시나?

그동안 해방은 되셨나?

미정 : 그럴 리가..

구씨 : 추앙해 주는 남자는 만나셨나?

미정 : 그럴 리가..

구씨 : 보자..


구씨와 미정의 통화 장면, 대화 하나하나가 정말 심쿵하는 장면이었다. '구씨'다운 대사가 흐르고 둘은 드디어 3년 만에 재회한다.


구씨의 '보자!'라는 그 말에 내 마음도 함께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다. 너무나 기다렸던 그와의 만남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그 기다림.. 우리는 요즘 그리움을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연락하고 싶으면 언제든 닿아있는 요즘, 구씨과 염미정은 서로 닿지도 않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었을까? 그리움은 사무치면 상사병이 된다. 그들이 이렇게 다시 재회하여 그간의 그리움을 정말 사랑으로 뜨겁게 위로하고 위로받길 바란다. 염미정의 그 무표정한 얼굴이 활짝 환하게 펴지는 그 순간이 바로 구씨와의 시간임을 알기에 그녀가 더 많이 행복해지면 좋겠다.



우리가 바라는 해방이란, 결국 사랑으로 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가져본다. 해방되고 싶은 상태는 결국 사랑의 부재이고 사랑 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살아있는 뜨거움으로 염미정의 저 해맑은 미소를 띨 수 있다. 그 어느 한순간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다. 당신의 해방은 무엇일까? 나의 해방도 그녀의 해방과 다르지 않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람들 속에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할 자유가 허락되는 그런 삶을 해방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들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도 활짝, 마음속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리사의 해방일지, 이제부터 나도 나만의 해방일지를 써 내려가보려 한다. 다름 아닌 글 뒤에 숨은 나를 만나는 시간. 염미정과 구씨 못지않은 뜨거운 재회를 꿈꾸며. 오늘도 쓴다.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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