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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Aug 19. 2022

아들의 열한 번째 생일날 11년 전의 나에게

리사의 치유의 서재



아들의 열한 번째 생일이다. 정말 처음으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친구 초대하는 게 뭐라고 지금까지 한 번을 못해줬는데 별것 거창하게 파티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가 정말 아침부터 설레는 모습이 엄마가 봐도 참 기분이 좋다


음식이야 아이들 좋아하는 것들로 배달을 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그냥 집으로 친구들이 자기 생일날 놀러 와서 축하받고 놀고 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나도 어릴 적을 떠올려 보면 초등시절에 집에서 생일파티를 한 기억이 없다. 있는데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이후론 학교 앞 유명한 분식점, 해 뜨는 집, 혹은 즉석 떡볶이집, 순대집 이런 곳에서 생일 파티를 했던 것 같다. 추억이 돋는 그런 시간이다.


아들도 나중에 이런 시간을 기억할 것 같다. 오늘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는데 뭔가 마음이 뭉클하다. 십일 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슴 한편이 아릿하기도 하다. 그날 주혁이를 안고서 참 눈물이 났었다. 행복한 눈물일 것이다. 많이 부족한 엄마이지만 나는 두 아이들의 엄마로 13년을 살아왔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행복하다 생각하는 날들이 여러 장면 있다. 오늘은 나의 지난 11년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과 생각들을 안다면 얼마나 기절초풍할 것인가 하면서 혼자 웃는다...그게 너 였더라..미치지 않고서 살 수 없었던 시간이라 얼버무려 둘게..직접 겪어봐야 그 기분을 헤아릴테니 그때의 너는 알리가 없다.



다시 한번 11년 전 너에게
!!


깜짝 놀랄 일들..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삶.. 그 자체인데..
그래서 삶이 참 더 재미있지? 그날 네가 아기 핏덩이 주혁이를 안아들고 얼마나 행복했니. 뭉클하고 뿌듯하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던 것 기억해. 친정 아빠 엄마도 첫 아들 손주에 아주 기뻐하셔서 네 마음이 더 행복했지?



 그때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주혁이 장난감 사준신다고 계속 하신거 돈도 없는데 됐다고 그냥 사지마라고 한거..두고 두고 후회 되니까..다시 돌아가면 아빠가 그 선물 주혁이 사주시게 나둬..


그리고 아들.. 키워보니 더 딸 보다 힘들더라..
아들이 든든하면서도 키우기 힘들다..각오해야해..ㅎㅎㅎ
왠만하면 그런 일 (네 마음에 걸리는)다시 겪지 말고.. 물론 그런  후회의 순간은 예고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다시 찾아 올테지만. 사고처럼 말야.. 그럼에도 늘 최선을 다해 나은 삶을 선택하길.. 나중에 후회가 덜하도록..
사람한테 집착하지 말고.. 너를 더 사랑해줘 .



그간 아빠도 돌아가시고, 코로나 시국도 펼쳐지고 아픈 친구 일도, 남편과의 일, 별의별 일들이 내 삶에 펼쳐졌는데.. 많이 울기도 웃기도 한 날들이었다.. 고맙고..그래도 아직 잘 살고 있잖아.. 아직 살아갈 날들도 많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야 할 모든 행복할 시간들을놓치지 말고 잘 살아가자.. 사라질 생각일랑 버리고 이제.. 책 속으로 고이 넣어 책갈피처럼 간직하면 될 일이야..


그동안, 잘 살았고,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주혁이 많이 사랑해 주고,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이라 수빈이 보다 키우기가 더 힘들었을 거야..앞으로는 너에게 좋은 일들이 더 많을 테니 너를 힘들게 했던 그 경험도 그 감정의 풍파를 겪게 된 코로나 시즌도 다 너에게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음에 틀림없으니 부디 후회 말고 글을 써..




글을 써서 승화시면 그 시간이 또 쌓여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테지... 그냥 혼자 경험하면 너 죽을 때 다 사라져버니. 네가 글에 너의 온기와 위로를 더하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가닿아서 생명력으로 영원히 사는 것이니까.. 영원히 살고 싶은 욕심은 없으나, 영원히 내 마음의 흔적이 누군가에게 가 닿고 싶은 욕심쟁이인 너를 내가 다 아니까.. 부지런히 써라..
손을 놀리지 말고.. 글을 쓰길 바라..




11년 전 너에게...

이제 마흔 하나 된 네가...


엄청난 내가, 더 엄청날 내게, 놓는 엄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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