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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Nov 09. 2022

작가의 정체성은 글 쓰는 사람이다

리사의 치유의 서재

브런치 작가가 되고 여러 편의 글을 발행했다. 발행이라는 말이 낯설어 아직 어색하다. 뭔가 글이 거창하고 훌륭해야지만 발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압박감이 발행하기 전 나를 괴롭힌다. 다시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날로 돌아가 나와 대화한다.



"너는 왜 작가가 되고 싶니? 그가 답한다.."나는 나의 생각과 느낌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싶어. 그리고 그 생각들이 받아들여지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 혼자서 일기처럼 쓰는 글 말고 말이야."


그렇다. 나의 1번 욕구는 표현하고 싶은 욕구였다. 그동안 나의 INFP의 성격 기질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가 늘 조심스러웠기에 억눌린 내 마음들은 급기야 마흔에 가까워지면서 우울과 무기력이 되어 날 삼켜버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살기 위한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나는 글을 '발행'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말 너무나 감격스럽고 통쾌하고 기쁜 순간이었다. 나의 글이 받아들여지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작가로 매일매일을 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오늘은 먼저 긴 길을 간 또 다른 미래의 내가 나와서 한마디 하고 간다. 참고로 나는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은 다중우주, 혹은 미래의 내가 나와 소통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다. 아직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이것은 어떤 느낌 같은 것에 가깝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자 하는 나의 욕구도 어쩌면 이런 내 안의 '더 큰 나' 혹은 '직관'의 영역이 살아나서 하는 일인 것 같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명상과도 가까운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던 우리의 수많은 삶의 패턴 앞에서 잠시 깨어나는 순간이다. 다시 근원의 나로 돌아와서 삶을 조망하고 바라보는 자의 위치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게임 세상 속에서 게임 캐릭터에 빠져서 자신이 캐릭터인 줄 알다가, 다시 게임을 하는 자의 정체성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글쓰기는 진정한 내가 되는 수단이며, 신성한 순간이다. 이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게으름 혹은 삶의 문제들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저항으로 글쓰기의 자리를 피하는 나를 보며 그 마음을 껴안는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끊임없이 우리의 에고는 두려움을 먹이 삼아서 자신을 우리 앞에 세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진실하고 당당한 내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 거침없이 마음의 소리를 등불 삼아서 글로 나아간다. 긴 긴 고통이 지나가면 그 끝은 통쾌함과 후련함, 혹은 텅 빈 즐거운 공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비어있을 때가 가장 편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언제나 글쓰기는 자기 해방의 시간이고,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뿌리가 되는 시간이다.



작가란,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매일매일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껴안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자. 작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잃지 말자. 자신이 스스로를 정의 내리는 바대로 살아갈 때, 삶은 물살을 거스르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배 한 척과 같이 그렇게 편안하게 흐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답이 있고, 그 내면이 주는 길을 따라가면 힘들이지 않아도 가야 할 곳으로 닿게 마련이다.



오늘도 작가로서 건승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미래의 네가, 오늘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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