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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Sep 25. 2023

쿠키 굽는 밤

리사의 love yourself

쿠키는 굽는 과정이 더 즐거운 것 같아!

아이들이 더 어릴 적, 엄마표 베이킹을 자주 했었다. 이제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된 아이들, 예전만큼 같이 하는 시간이 줄어서 아쉽다. 모처럼 아들과 쿠키를 구우며 생각한다.


'결국, 추억이구나.'


모든 시간이 다 지나가도 엄마와 함께 한 활동들을 기억해 주리라 믿는다. 나 또한 어른이 되고 나서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함께 한 활동들이기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많다.


특히 쿠키는 굽는 과정이 아주 행복하다. 조물 조물 반죽을 하는 것부터, 쿠키를 오븐에 구우면서 슬슬 코끝에 진동하는 맛있는 버터 가득한 향. 이 쿠키 냄새가 솔솔.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고 마구마구 행복해진다.


아들이 특히나 감성적인 편이라 감정 표현을 잘하는데 이렇게 기분 좋은 활동을 하고 나면 더 행복해해서 엄마로서도 즐겁다. 건강을 생각하면 설탕이나 버터가 좀 덜 들어가야 하는데 그냥 정량대로 했다. 맛이 있어야 하니까. 예전에는 건강에 좋은 재료를 가득가득 넣고 맛을 어느 정도 포기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맛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너무나 고소하고 바삭하고 맛있다. 역시 쿠키 굽는 전 과정은 행복, 그 잡채이다. 공감각적 심상이 다 함께 폭발하는 행복한 밤이다. 아들의 행복하고 귀여운 미소가 눈에 아른거린다. 이 모든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나는 관찰자처럼 순간을 마음속 카메라로 찍어댄다.


내 마음에 다 담아 두려 한다.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쑥쑥 자라서 이제는 청소년이 되었는데 또 금방 청년이 될 것만 같다. 그때는 정말 같이 쿠키를 구울 일이 없을 테니, 지금 할 수 있는 행복을 택하기로 한다.


오늘은 아무 걱정이 없고, 아이들도 건강하고 세상만사가 다 평화롭다. 그렇게 현재,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살면 된다. 언제나 두려움과 걱정, 불안이 앞설 때면 이렇게 오늘처럼 현재에 돌아오려 한다. 향기에 집중하고,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는 감각에 집중해서 오늘에 의지해서 살아가련다.


나의 글에 쿠키 향을 가득 첨부해서 담아두고 싶은 날이다. 언젠가 향도 저장할 수 있게 되겠지? 세상은 그렇게 빠르고 상상하는 것들은 다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향후 몇 년 후에는 홀로그램으로 포스팅을 띄우고 그때의 향기까지 다 저장하고 열어 보는 즐거움을 맛볼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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