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달도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국면으로 나의 마음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어떤 계기로 심리 상담을 2시간에 걸쳐서 2회기 받게 되었는데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전문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지속적인 심리 상담을 권하신다. 그래서 다양하게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4년간에 걸친 나만의 마음공부 여정에서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이 좋아졌다 자신을 했다. 그런 마음에 약간의 현타가 온다. 치유적인 책도 썼고 이제 내 마음 보기가 익숙한 것 같다. 그런데 감정은 늘 그렇듯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이런 감정의 기복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상담사님의 말씀은 나에게 위로가 된다. 부단히 노력해 온 나에게 인정과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으셔서 그 부분도 감사했다. 남편과의 갈등은 언제나 풀어야 할 숙제다. mmpi 검사 결과를 통해 나의 심리 상태를 다시 짚어 본다. 인정욕구와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좌절을 경험한다. 내가 바뀌면 다 좋아질까? 상담사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동안 혼자서 부단히 애썼던 것 같아요. 내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수 있을지. 살기 위해 책을 썼고, 마음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아직 제자리를 맴도는 것만 같아서 혼란스러워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바뀌면 좋아질 것인지, 아니면 내가 더 바뀌어 보려 노력을 하면 되는지, 방향을 잘 모르겠어요."
2회기의 심리 상담은 불충분했다. 선생님은 많은 말을 해 주셨는데 결론은 또 내 선택이다. 그런데 사실 내가 다른 상담사를 통해 자기 개방을 하면서 제대로 된 라포를 형성할 수 있을지,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만난 선생님은 내 마음을 열어 두게 최선이셨고,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시 알아보고 상담을 하게 될 새로운 분이 어떨지 두려움과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마음을 밑바닥까지 헤짚어 온갖 감정이 뒤섞인 채로 다시 나는 탁해져서 맑아지길 기다리는 물가 앞의 소녀가 되었다. 여전히 내가 뭔가 문제가 있는 결함 덩어리의 사람이라는 수치심이 든다. 계속해서 맴도는 내 안의 이야기가 나를 괴롭히는데 이제는 그 문제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계속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절대 수용, 절대 공감을 놓지 않으면 된다.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기가 나를 더 온전하고 안전하게 끌어올려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나는 무너질 것 같은 절망 앞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했지 않는가. 그런 내가 나와 함께니, 이번의 질곡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이번 2회기의 오로지 나만을 위한 상담이 큰 계기가 되어 나를 다시 마주 보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눈물이 다 말라서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것이라 믿었는데 나는 상담사 선생님 앞에서 낯선 눈물을 다시 만나고, 나를 다시 만났다. 너무 일찍, 너무 섣부르게 괜찮아지려 하지 말고 느린 과정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자.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저 부단히 애쓰고 살아온 나에게 오늘은 한마디를 따스하게 건넨다.
그만 애쓰고 살자. 때로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허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애쓰던 마음에 좀 쉼을 선물하자. 애쓰지 않아도 되니 오늘은 한잔의 커피와 차분하고 조용한 글쓰기 시간 앞에 겸허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만나 고맙고 뭉클했다면 그것 그대로 온전한 것이리라.
어쩌면, 세상 모든 무겁던 일들은 이렇게 순간, 탁, 하고 내려놓는 한 마음으로 순식간에 다 바뀔 수도 있는 일이 아닐는지..
p.s 글루틴 멤버님들.
한 달간 글루틴 함께 달려오며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이번달에는 집중을 많이 못하고 간신히 글을 썼네요.^^ 다시 좀 쉬었다가 글로 만나려 해요. 감사합니다. 온기 가득 머물러 주셨던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