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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Oct 10. 2023

이상한 소녀에 대해서

리사의 love yourself

아침 출강이 있는 날이다.


나는 영어 회화 강사로 오랜 시간 일하며, 자의 반, 타의 반 그렇게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왔다. 이렇게 아침 출강이 있는 날엔 더 일찍 일어나 기분 좋게 준비를 하고 수업을 나간다.


기업체 영어 회화는 늘 나를 설레고 즐겁게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잘 알고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러나 이런 감사의 마음을 항상 먹은 것은 아니었다. 때론 아침 수업이 버겁고 긴장되고 두렵기 까지도 했다. 다름 아닌 실수 할까 봐.


나는 원어민이 아니다. 교포도 아니다. 영어를 사랑하고 영어를 전공하고 외국 경험이 조금 있는 영어 강사이다. 한국인으로 토종 한국에서 이렇게 영어를 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이 해도 해도 참 부족함이 느껴진다. 오히려 멋모르고 하던 초기 영어 강사 시절이 더 겁이 없었다.


열정 때문이다. 요즘에도 열정은 있으나 그때 20대 시절의 풋풋함과 순수한 열정은 없다. 그 대신 다른 종류의 노련함이 좀 생겼다. 오랜 경험으로 쌓여온 직업적인 경험치가 많아서 두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

'

매일 아침 10명의 학습자들과 수업을 하는데 각자 1분 말하기 준비를 해와서 자기의 주제를 소개하고 영어로 말해본다. 나는 경청하며 피드백을 드릴 것을 정리하고 다른 학습자들은 경청하며 재 질문을 그 발표자에게 할 준비를 한다.


오늘 한 분의 <1분 스피치>가 참 재미있었다.


이상한 소녀에 대한 주제로 스피치를 열었다.

우리는 점점 궁금해진다. 그녀가.

그녀는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듣고, 큰 소리로 화를

내기도 했다가 자꾸만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기도 한다고 한다. 때론 귀엽게 웃고 때론 괴물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요즘 괴물 모드예요, 왜냐면 시험기간이기 때문이에요."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다 알게 되었다.


저분의 '중 2'  따님 얘기였구나. 그 이상한 소녀가 참 사랑스럽게 들렸다.


말하기에도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작하는 말하기가 집중도 되고 갈수록 궁금증이 커져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오늘 문득 나는 어떤 식의 말하기를 주로 하고 있나 생각을 해본다. 영어 말하기든, 우리말 말하기든 말의 속성은 이렇게 같다.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하고, 전달방식에 집중에 되도록 해야 하며, 청자를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학습자들과 1분 말하기를 즐겁게 나누며 한 뼘 성장한 우리가 되었다.


아침 수업 시간, 나는 그들과 함께 성장한다. 그들의 영어도, 나의 가르치는, 수업을 이끌어가는 기술도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오늘 그 학습자분처럼 엉뚱하지만 궁금할 법한 주제나 제목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 봐야 하겠다.



모든 것이 나에겐 영감의 원천이고, 이 모든 상호작용이 참 재밌다.


영어를 통해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참 감사하다. 오늘의 글은 소소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그냥 이렇게 내 삶을 사랑해 보려고 한다. 나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내가 하는 하나하나의 작은 일들, 큰 일들을 마음을 열고 즐긴다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은 수업에서 황당한 실수를 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른 날의 풍경을 전하도록 하겠다. 수많은 강의 장면 속의 나를 떠올리며, 오늘의 나도 능수능란하게 수업을 이끌며 마무리 까지도 즐겁고 에너지 가득해서 참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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