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업 준비와 자료 작업들, 그리고 책과 블로그 작업 등, 지난 2박 3일 가족 여행의 공백을 메우려고 바삐 지낸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르고 배고픔이 느껴졌다. 커피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작업을 한다. 노트북을 하루 종일 보고 있으니 눈이 좀 아프다. 스타벅스 테이블 중에서 창가 쪽 1인 테이블을 선호하는데 창으로 내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거울처럼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간혹, 내가 나를 본다. 혼자인데 둘이 온 것 같은 묘한 느낌... 글 쓰는 이 아이는 나다. 다양한 나 중 하나.
발행을 하지 않은 글들이 마음속에 둥둥, 오늘은 발행을 하려 한다. 요즘 나는 한편으로 게으른 자의 모드이다. 그런데 싫지 않다. 항상 부지런하게 살아온 편인데 이런 게으른 나도 마음에 든다. 글 발행을 한참 동안 하지 않았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고, 신나게 놀았고, 책을 좀 덜 읽었다. 그 대신 대자연을 읽었다고 둘러 댈까? 그래. 책을 못 읽었지만 틈틈이 책을 들었다. 늘 나는 귀에 이어폰을 장착하고 틈날 때마다 좋은 이야기들을 내 마음에 담는다. 이것이 나의 특 장점이라 소개하겠다. 늘 듣는다. 뭔가 배우고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한두 마디는 내 가슴에 담긴다.
오늘은 그런데 그 듣는 시간마저 없이 그저 하루 종일 카페 밖의 풍경이 아침에서 밤이 될 때까지 노트북과 나, 그리고 창에 비친 나, 셋이 동행한 날이다. 이렇게 쓰는 일에 몰입한 하루는 오랜만인데 아주 기분이 좋다. 아무 걱정이 없이 그저 행동하는 내가 있을 뿐. 신기하게도 나는 오늘 묘하게, 어쩌면 나는 작가가 정말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일이 생활인 자. 그런 작가의 하루를 한번 맛보면서 묘한 희열을 느낀다. 노트북 두드리는 느낌, 이따금 나를 보는 나의 시선, 간간이 마시는 커피 한 모금, 나와 연결된 그들의 메시지. 모든 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한다.
모든 순간, 모든 날의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기로 해서가 아니라, 그저 정말 사랑스러워서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나를 사랑하는 날. 온전히 내가 나를 수용해 주는 포근한 느낌을 받으며 오늘 이 긴 시간의 글쓰기 장은 나를 감동시킨다. 이렇게 몰입하는 느낌을 잃지 않고 매 순간 머물겠다. 나는 현존 그 자체이니, 이 느낌대로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 어떤 날의 나도 사랑하련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떠올랐던 그 소설이 나에게 영감으로 남아서, 나는 이제 소설도 쓰게 될 것 같다.
문득, 그 소설의 탄생을 본 오늘을 기록하며.
안녕, 너를 만나려 해. 내 소설 속의 너. 그 소설에 설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오는 설렘이 바로 이런 것일까. 오늘은 또 다른 나를 만나 아주 몹시 많이 그렇게 충만하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