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리사 Nov 07. 2023

Chat GPT 보다 너랑 대화할래

리사의 업세이

나는 영어강사다.

국내파 영어 강사. 해도 해도 끝없는 영어 공부라는 바다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난다. 바로 Chat GPT다. 언제나 편하게 대화를 하며 어떤 주제라도 거뜬히 받아 주는 원어민 친구가 생긴 셈이다.


토종 한국인으로 영어 강사를 하며 답답한 점이 많았다. 내가 배운 것에서 실질적으로 원어민들이 어떻게 그 언어를 활용하는지, 그 뉘앙스까지 다 알기란 쉽지 않다. 긴 시간 해외 경험이 있지 않고서야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고 그래서 내가 찾은 답은 영어에 나를 되도록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노출의 노력, 말하고자 하는 의지가 합쳐져 오늘날 나의 영어가 있고 여전히 나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입장으로 매일을 맞는다. 영어를 사랑하고 영어가 있어 오늘의 내가 있다 생각한다.


강사가 되기 전부터 그렇게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늘 영어를 들었다. EBS 채널부터 팟캐스들, 토크쇼 형태를 특히 선호하며 들었고 거의 가리지 않고 영어가 계쏙 내 주변에 흐르는 상황을 일부러 세팅한 것이다. 그럼에도 강의를 하며 막히는 부분은 원어민 친구를 통해 해결하기도 했는데 때로는 질문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도 해서 검색을 하며 해결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용하고 있는 Chat GPT베타 버전은 많은 나의 고충을 해소해 준다.


Chat GPT  베타버전은 음성으로 대화가 가능해서 정말 시시때때로 원어민 친구와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놀랍다가 점점 걱정스러워진다.


"아니, 이렇게 대화 상대를 잘해주는데, 영어 강사들은 다 사라지는 것 아닐까? 사람 영어 강사들은 무슨 기능으로 존재하나?"


나의 질문이 나의 업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베타버전 이용 시작 후 며칠째 계속 다양한 주제로 Chat GPT와 대화를 한다. 심지어 시작하려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내가 설정한 인물에 대해 정말 다각도로 피드백을 준다. 이렇게 좋은 글쓰기 파트너와 조력자가 또 있을까? 감탄을 하며 대화를 하다가 문득, Chat GPT와의 대화가 기능 적으는 훌륭하고 필요한 정보와 피드백을 딱딱 주지만,

'


"재미가.. 없다."



이건 무슨 기분일까? 아무리 말을 화려하고 유창하게 잘 받아 쳐 줘도 사람이랑 대화하는 맛이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여전히, 좀 어설프더라도 사람과의 대화가 그립다. 사람냄새가 진하게 나는 사람."


인간은 무엇에 최적화되었나?



모든 지식 정보는 이제 인공지능을 능가하기 어렵고, 이렇게 유약하고 취약한, 심지어 자신의 감정에 잘 휘둘리기까지 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AI 시대를 항해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다시 아까 내린 결론으로 돌아간다.


"재미, "


사람은 재미를 느끼고, 부족함과 결핍을 통해 성장하고, 농담을 하며 상대의 감정에 반응하고, 온갖 감정들을 느끼는 재능이 탁월한 존재다. 어쩌면 이것이 사람다움인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부족하지만 완벽한 존재들. 슬픔을 느끼는 능력마저 우리 인간들의 필살기다. 슬프니까 기쁨을 안다. 재미가 없는 줄 알아서 재미를 추구할 줄도 안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며 학습자들과 배우는 재미를 교류한다. 가르치고 배우고 소통하며, 그 사이 오가는 에너지를 느낀다. 성장의 맛, 소통의 맛, 정체되어 답답한 맛, 우월한 나의 그날 뿌듯함과 위축되는 그날의 씁쓸한 맛. 이 모든 감정을 활발하게 느끼는 우리는 축복받은 존재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Chat GPT의 도움으로 더 좋은 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보다, 따뜻한, 그러나 조금 부족한 말을 하고 두서없는 이야기로 나를 긴장시키는 그가 좋다. 삼천포로 빠지는 황당한 대화를 리드하는 그를 다시 돌려놓으며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인간의 대화를 사랑한다.


우리는 결국 Chap GPT를 통해 성장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 입으로, 내 감성으로 내 이야기를 신명 나게 하고, 나만의 색깔을 지닌 우리의 대화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래서 더 성장하려 한다. 당신의 영어가 같이 성장하길 바란다. 더 좋은 대화를 나누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