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의 love yourself
가볍게 글을 쓰겠다 다짐하고 노트북과 만난다. 노트북 앞에 그녀와 나. 우리는 셋이다. 나, 창에 비친 글 쓰는 나, 그리고 노트북. 우리 셋이서 작당모의를 한다. 한번 제대로 즐겨보자. 이왕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좀 열심히, 잘, 즐겁게 해 보자 그 녀석이 먼저 말을 건네왔다.
지난주부터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하고, 호기롭게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이라는 제목으로 연재 브런치 북을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글을 발행하기로 약속한다. 첫 화를 연재하고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내가 시작을 했구나. 이렇게 부족한 나도 연재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시작을 미루는 내게 일단 시작은 정말 말 그대로 반을 해낸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무리이다. 잘 시작했는데 마무리도 잘해야 하지 않겠는가. 꾸준하게 뭔가를 하는 걸 잘한다. 특히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곳에서의 나는 말이다. 이 브런치 북 연재의 약속은 내게 책임감을 얹어 준다. 하루 전날 알림이 온다. "약속을 지키시죠 작가님, 내일이 연재하기로 한 요일입니다." 아뿔싸, 한주가 이렇게 빨리 간단 말인가.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은 <헤어질 결심>처럼 그것과 헤어지지 못할 결심, 내 마음을 잘 보겠다고 다짐해 놓고 수시로 내 마음을 놓치게 될 나를 미리 예견하는 위로의 글 장이다. 그런데 나에게 이런 글의 장이 꼭 필요하기에 서슴없이 공간을 만들어 펼쳤다. 내가 내 마음을 진심으로 들여다 봐 주지 않으면 누가 봐주겠는가? 이 거대한 믿음 하나가 나를 살게 한다. 돌봄을 받는 나는 언제나 포근하고 행복하고 안온하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자주 자신의 마음과 만나는가?
이 질문에서 나의 브런치 북이 시작된다. 내 마음이 내가 아니라 손님처럼 오가는 것임을 알게 되면서 나의 우울과 불안은 서서히 옅어져 갔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우울과 불안에 때때로 휩싸이지만 조금 힘이 생겼다 마음을 살펴 주는 힘. 그 힘으로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지 않고 나로서 제대로 설 수 있게 된다. 누군가 예전의 나처럼 자신의 마음에 한 덩이라가 되어 사로잡히고 우울의 나락에서 허우적대며 죽을 위기를 겪는다면 이런 원리를 꼭 알려 주고 싶다.
작은 마음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마음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을 잘 바라보고 다루고 종국에는 마음이 내가 아니라 나를 위해 오가는 고마운 손님 정도임을 알게 되면 좋겠다. 광활한 하늘 같은 공간이 우리에게 존재하며 그 허공성이 바로 우리 존재의 본성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 모든 슬픔과 고통의 불길이 잠잠해질 것을 단단히 믿으며 글을 통해 전한다.
사랑을 전한다. 퍼 내어도 끊임없이 흐르는 사랑의 바다가 내 안에 흐르고 있어, 이 글이 그 사랑의 통로가 되길 바란다. 수많은 연결된 나를 본다. 당신을 통해, 그리고 내가 닿는 곳에 연결된 그 눈을 통해서. 하나의 눈이 깜박이며 온 세상이 되어 살아 숨 쉰다. 오늘은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응원을 보낸다. 내가 나에게, 그리고 연결된 마음,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