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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Nov 24. 2023

매력적인 뚱뚱이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

"여보, 나 뚱뚱하지?"


...

대답이 없다..


"나뚱뚱해?"


그가 입을 연다.

"아니, 당신은 통통하지.."


"매력적인 통통이야.."


"음..."

그러니까.. 뚱뚱하다는 말 맞지?





외모에 있어서 한 번도 나 스스로가 매력적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안의 자의식 패러다음은 뚱뚱한 사람이다. 쭉 ~ 오랫동안 아주 어릴 적부터 마흔 초반이 된 지금까지.. 그런데 신기한 일이 내 안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뚱뚱한 나라도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게 된다. 살을 빼야지만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비로소 될 수 있다고 늘 생각했다. 나는 표준 체중에서 대략 15kg 정도가 더 나가는 과체중이다. 출산하고 아이 키우면서 더 찐 것도 있지만 사실 20대 시절에도 나는 표준체중에서 10kg 정도는 늘 거뜬히 더 나가는 과체중이었다.


키가 큰 편이고 워낙 하체 튼튼 체형에 뼈가 굵은 편이라,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사람들이 말해주지만, 역시나,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무섭다. 늘 뚱뚱하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채 나는 뚱뚱한 여자 사람으로 낮은 자존감으로 긴 시간 살았다. 술을 좋아하니 저녁엔 술을 즐겨 마시고 채 소화도 시키지 않은 채 잠드는 날이 많아서 이런 몸매 유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는 어떨까?


여전히 바뀐 것은 크게 없다. 아직 술을 즐기고 싶은 내면이 있고, 이따금 사람들 만나는 것이 좋다. 낮에 산을 타고 걷기를 하는 운동을 넣어서 루틴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유지 중인 것이다. 이쯤 되면 거의 최소 10년을 넘게 이런 내 모습인데 이제 그만 나를 받아들여 줘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지금의 뚱뚱한 나에게로 옮겨 가며, 이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이 빠져도, 안 빠져도 너는 멋지다고", 서서히 비로소, 나는 매력적인 뚱뚱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살을 빼야 할까?'


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식습관을 바꾸고 살을 빼야 다. 그 모든 당연함 앞에 일단 나는 지금의 나를 진심으로 받아 주었다. "너는 뚱뚱하지만 아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 진심이다. 내 진심이 내 내면아이에게 가 닿았을까? 좀 집착이 줄어드는 것 같다. 먹는 것, 특히 저녁에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줄어든다. 예전에 비해서 분명 나아지고 있음을 안다. 아마도 나는 이런 나라도 나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저 맑고 수수하여도 눈부시게 예쁜 나의 20대, 그리고 조금 더 여성스럽고 어른스러워진 30대를 지났다. 이제 누가 보아도 40대라고 보이는 이 시절의 나를 어여쁘게 봐주고 싶다. 머리숱이 더 없어지고, 탄력이 점점 줄어들며 얼굴에 잔주름이 점점 늘어가는 이 모습, 있는 그대로 매력적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익어 가는 것이라는 나이 듦에 대한 글귀가 문득 떠오른다. 아직 익어감에 대한 얘기를 할 정도로 나이가 많지도, 성숙하지 못했지만, 조금은 나도, 이제 멋진 중년의 아줌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올해 내가 해낸 많은 일들을 떠올리니 이 뚱뚱한 매력덩어리 여성이 참 존경스럽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면 나는 참 멋지다. 누구보다 용감하고, 마음의 소리에 충실하게 살아가며, 슬픔과 기쁨에 투명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풍요로운 감정의 소유자이기에..



이제는 남편의 인정과 사랑이 20, 30대의 나처럼,  절실하지 않은 성숙한 40대의 내가 되어 간다. 결국 내가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가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우치는 마흔의 시간. 이 시간의 내가 있어 나의 50대도 60대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이미 내 안에 충분히 있으며, 내가 나를 예쁘게 바라보면 다른 사람들도 예쁘게 보듬을 수 있는 그릇을 갖추게 될 것이다.



오늘 거울 앞에서 나를 보자.

어떻게 보이는가?


있는 그대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하이파이브를, 혹은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면 좋겠다.


"너 참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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