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리사 Nov 17. 2023

개처럼 잘 받는 마음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

당신은 누군가의 호의를 혹은 무언가를 잘 받으시나요?




오늘은 받는 마음에 대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주는 것과 받는 것, 그중 무엇이 더 좋을까? 나로 말하자면 주는 것이 더 편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뭔가를 그들에게 주면 기분이 밝아진 그들은 나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느낌이었다. 사랑받는 기분이 좋다. 사랑받고 싶은 나의 내면 아이는 그래서 주는 마음에 늘 환호한다. 


그런 내가 이제 잘 받는 사람이 되어간다. 내 마음을 돌보며 시작된 자기 사랑의 여정이 작은 결과를 보여 주는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아도 마땅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지며, 그들의 호의로 베푼 마음에 부담을 내려놓고 '개처럼' 받는다. 생각해 보라, 개들이 주인에게 음식을 받으면 어떠한 모습일까? 정말 순수하고 밝고 맑게 그 음식에 기뻐한다. 그 호의에 기쁘게 반응하니 주인은 다음에도 더 좋은 걸 주고 싶다. 개들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다. 온전히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는 자들이다.


반대로 잘 받지 못하는 마음의 사람들은 부담을 느낀다. "나도 뭔가를 돌려줘야 해, 부담스러운데, 저 사람이 왜 나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지? 나를 제대로 알고 나면 저 마음을 철회할지도 몰라, 수치스럽기 싫어, 나는 상처받기 싫다고. 그리니 호의를 애초에 받지를 말자. 그게 답이야." 아마도 이런 마음들이 잘 받지 못하는 사람의 머릿속 말풍선에 떠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마음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올라오는 모든 마음에 무조건적인 수용을 준다는 것이다. '이 마음은 좋아, 나빠, '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허용해 주는 것. 그것이 그 마음 아이들(내면 아이)에게 필요한 사랑의 모습이다. 오늘 바라본 '받기 힘든 마음', 그 안에는 자기 자신은 온전한 사랑을 받기에 부족한 존재라는 무의식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왜 자신이 사랑을 받을 수 없는지로 거슬러 가면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존재한다.



나의 경우도 부모님의 관계 역동에서 눈치를 많이 보는 내면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빠는 늘 술에 살고, 돈을 잘 벌어 오지 못했으며 몸이 아팠고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분노와 실망감, 무력감이 있었다.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보다는 실망하고, 희생하고 아프고 슬픈 느낌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어른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된 나는 그것이 잘못된 관념임을 깨달았다. 어느 어른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아서 온전한 존재들이다. 돈을 많이 벌든 아니든, 몸이 아프던 아프지 않던, 그저 모든 존재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모든 생각은 우리의 마음에서 분별이라는 형태로 거짓 스토리를 지어내는 에고의 목소리이다. 아빠는 인생 게임에서 허무하게 살다 갔다는 내 안의 에고의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아빠는 아빠의 있는 그대로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우울증을 겪은 나도, 무기력증에 허우적대던 나도 있는 그대로 온전한 존재였다. 사랑을 갈구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사랑이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니, 모든 사람이 빛나 보인다.


개처럼 받는 마음, 그 밑바닥에는 자기 자신을 타인과 분별하여 깎아 내리거나 싫어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 있는 그대로 순수한 본성으로 존재하는 나 자신은 언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훼손되지 않을 맑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게 호의를 베풀며 다가오는 그들에게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것은 바로 이런 순수하게 내게 온 것을 받는 맑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줄 것이 거대한 바다의 풍요와도 닿아 있는데 언제까지 거절할 것인가? 감사하게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행복하게 받자.

'

이것이 현존이다. 지금 여기, 내게 주어진 것을 행복하게 받는 마음. 그렇게 더 큰 것을 받을 수 있는 마음 그릇을 키우면 될 일이다. 당신은 충분히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니까. 오늘도 받는 마음에 충실하길 바란다. 충분히 채워지고 채워지면 또 그 그릇이 흘러넘치고 당신도 모르게 주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오늘도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죽음을 준비 할때, 나는 애도의 책을 준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