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아가리라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그 후

by 김리사

"작가는 무슨, "


"책 한 권 썼다고 뭐, 다 작가냐? 몇 부나 팔렸어??"


"맞춤법 오류 투성이에, 일기장 같은 글을 들고 와서 책 내면 개나, 소나, 아무나 다 작가 되지?"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나는 들어보았다.


단연코, 내게 직접 대놓고 누군가 저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자기 불신과 혐오의 목소리를 받아 적은 것이다. 참 지독스럽게도 나는 나에게 상처를 내고, 무너뜨리기 일쑤였다. 첫 책을 쓰고 해냈다는 출간의 성취감과 감동, 희열을 넘어 수치심까지 만나며 나는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쓰지 않던 나로..'

마음이 힘들면 '사라져 버리고 싶어..'

'그저 처음부터 없던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하는

아주 작고 소심한 목소리를 만나던 그때로 말이다.



"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지?"

"책 한 권을 쓰면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 줄 알았는데.."

"왜 나는 똑같은 거지?"



그렇게 질문하고 나를 돌아봤다.


"그 이전과 똑같잖아!"

"너 헛수고했어!"

"다신 글 같은 거 쓰지 마, 수치스러워!"

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에고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내 일아차리고 있었다.


"아, 바뀐 것이 있구나.."

"나는 에고의 목소리를 전보다 더 잘 알아차리고 있어.."


적어도 전보다 나는 더 밝은 힘을 내는 나의 진짜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에서 작은 성공을 쌓아 올리며, 문제가 없던 시절의 내가 아닌, 문제의 스토리텔링을 잘 알아차리는 내가 된 것이다.


"그래, 삶은 문제들의 연속이야."

"내 삶도 죽을 때까지 문제들이 찾아들 것이고,

그럼 나는 또 선택을 하면 돼."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는 자아의 이야기를 들을까?"

"선택은 더 큰 나인 '참나'가 내릴 것이다."



'더 큰 나'는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나아가리라.




내 글이 아무리 하찮고, 인기 없고, 몇 사람 읽어주지 않는 글이라 해도 말이다. 글재주가 없으면 반복하면서 고치면 된다. 무엇보다 글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면 마음은 한결 가볍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누군가에게 잘 읽히고 팔리는 글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전에 한 사람을 먼저 감동시 켜고 가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글을 써야 한다. 성실하게 꾸준히 글을 쓸 인내심도 갖춰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글의 방향성은 '힐링'이며, 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힐링'의 순간이 찾아들길 바란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의 목적을 다시 점검하며, 결심했다.


평생 할 일인데 한걸음에 배부를 수 있으랴. 진정으로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순간, 내 글은 더 반짝이며 빛날 것이다. 먼저 내 가슴속에서, 그리고 독자들의 가슴속에. 반짝이는 보석이 되어, 한 순간과 순간이 만나 영원으로 물들 것이다. 그런 일을 사랑한다. 한 순간이 영원이 되는 일.



오늘도 부족해서 한걸음 더 걸어본다.

하늘에서 내리 꽂히는 천재의 영감이 없으면 어떠랴.

이미 글 쓰는 과정이 행복이고 내겐 힐링이다.



어쩌면 이 세상은 '가장 지독하고 악랄한 평론가'인 '나'라는 존재를 만족시켜야하는 게임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 스스로를 속이지 않아도, 멋지다는 이야기가 천둥소리처럼 들릴 때까지, 그렇게 나아가는 거다.



매일 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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