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힘으로 책 한 권 썼더니 2부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영어 강사로 오랜 시간 업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 대화를 했다. 영어 회화 수업은 여러 대화를 하는 와중에 결국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게 되는 여정이다. "주말에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하고,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왜 그런 생각을 하나요?" 끊임없이 강사는 학습자에게 당신을 주어로 삶을 묻게 된다. 이런 직업 덕분에 나도 자기 탐구를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 일에는 최선으로 살아가는 것과 별개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일을 등한시하는 분들이 참 많았다. 돈 버는 일에 바빠서 정작 그 돈을 버느라 고군분투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을 때 마음이 병이 스멀스멀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우울'과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더 살고 싶지 않아, 사라지고 싶어'라고 하는 목소리를 만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5년을 넘게 글쓰기 속에 파묻혀 살다 보니 깨달은 바가 이었다.
결국, 인간은 글을 쓰면 쓸수록 자기 자신의 깊은 목소리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가슴속에 아주 깊이 묵혀둔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빙빙 돌며 돌며 겉 핥기 정도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결국 내면의 그 아이는 속내를 비춰주고, 글은 그 순간을 포착한다.
내가 내 마음을 받아 주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였다.
5년 전, 코로나 19 시절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일기글 같은 단상을 쓰며 속이 후련하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다. 일기장에 쓰는 글과 다른 점은,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에게 내 마음이 닿았으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보는 누군가가 공감해 주었으면, 그리고 혹여나 나처럼 힘든 누군가가 있으면, 너 혼자가 아니라는 유대감도 주고 싶었다.
내 의도는 정확하게 누군가에게 가 닿았으며, 그때 나는 한 두 개의 댓글을 받고 힘을 내었다. 혼자만 아는 일기장 글보다 훨씬 더 통쾌하고 재미있다 생각했다. '힘든데 재미있는 일이 또 세상에 있구나.' 영어 외에도, 내게 흥미로운게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어쩌면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돈이 되는 일이 아닌데도 '그냥'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의 글쓰기는 그렇게 블로그에 다양한 주제로 단상을 쓰며 시작되었다. 단상 쓰기 외에도 밥집 리뷰, 카페 리뷰, 여행지, 숙소 리뷰 등을 함께 했다. 이것은 아는 분에게 배워서 한 것이고, 이렇게 하다 보면 협찬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따라 해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협찬에 성공했다. 블로그 쓰며 그렇게 두 번째 희열을 맛보았다. 광고가 올라오는 내 포스팅에 방문자가 늘면서 현금으로 일정 광고비를 돌려 받는 에드포스터 수익, 그리고 포스팅을 대가로 한 협찬이었다.
적긴해도 현금성 소득에, 다양한 밥집과, 카페, 체험, 심지어 고가의 숙소까지 협찬을 받게 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랄까? 블로그가 마치 요술방망이가 되어 "밥 내놔라, 뚝딱!" 하면 밥을 주고, "숙소 내놔라, 뚝딱!" 하면 숙소를 주다니.
이렇게 좋은 거였어? 매번 리뷰를 정성 들여 쓴다는 것은 때론 귀찮은 일이지만 이 보상만큼은 나의 손을 더 바삐 일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협찬과 에드포스터 수익은 지금까지도 나를 열심히 블로그를 쓰게 한다. 숙소와 식당, 카페, 체험에 돈이 들지 않으니 삶에 여유가 생기고, 사람들에게 사줄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주는 자", "기버"의 삶을 살게 된 것 같아 참 뿌듯하고 기뻤다.
그렇게 한걸음 더 나아가니, 나처럼 블로그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였다. 물론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 몇 안되지만 나와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을 만나 같이 블로그 쓰기를 알려주며 동반 성장하는 기분도 좋았다
아직도 갈길이 먼 블로거이지만 여전히 내 삶에 블로그는 삶의 활력이고 기쁨이다. 같이 블로글 쓰는 사람들이 있어 더 힘이 나고, 누구라도 블로그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오늘도 글을 쓴다.
그렇게 블로그는 글쓰기 전문 플랫폼 브런치스토리로 이어졌다. 브런치스토리 속에서 성장하며 개인 저서 출간도 하게 되다니, 블로그 첫 단상 쓰던 그날 어찌감히 상상할수 있었으랴..
그렇게 나는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를 쓴 에세이스트가 되었다.
글을 쓰는 일은 가장 사소한 일이면서 가장 위대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나 다 하긴 어렵다. 글을 쓰는 벗들과 함께 남은 평생도 즐겁게 글 쓰는 여정을 살고자 한다. 단 한 명이 내 곁에 글벗으로 남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지만, 단 한 명이 아니라 수십, 수백, 수만 명이 같이 자기 탐구의 글쓰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것도 내 큰 바람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