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이라는 산을 넘어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그 후

by 김리사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치유의 책이 끝나면 그저 평온할 줄 알았다. 출간을 하며 맛본성취감과 해방감이란 이로 말할 수 없는 대자유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간이 갈수록, 내 책을 읽은 이 가 늘어갈수록,

나는 거대한 수치심을 만났다.

특히 예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들이 내 책을 읽었다고 하면 더 마음이 요동쳤다.


내가 괴물 같은 책을 낳은 것인가?

출간을 출산에 흔히 비유하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책이라는 아이를 낳은 것인가?


출간 당시만 하더라도 그 책은 내 눈엔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왜 사람들의 반응은 싸~~ 한 것일까?

이 느낌은 도대체 무엇일까?


"책을 잘 읽어 보았다, 책 쓰느라 수고했네, "라는 말은

지인들 쪽에서 보다는 내가 어른이 된 이후 알게 된,

한 다리 건너 아는 분들이 더 많았다.

마음속에 섭섭함이 싹트고 묘한 다른 감정도 올라왔다.


그 감정의 정체를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것이 수치심이라는 것을.


책을 쓰는 과정에는 그저 내 이야기 속에 푹 파묻혀 살아서 몰랐다.

그저 책 속에서 위로받으며 성장하던 나 자신만을 보았지 내가 살아온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다른 이에게 어떻게 비칠지 도무지 감이 없었던 것이다.


1장에서 내면아이의 상처를 가감 없이 꺼내놓으며,

많이 울었던 시간이 그들에게도 가닿아서 많이 낯설고

불편했던 것 같다.


차분하게 잘 살고 있던 친구의

깊숙한 속마음을 엿본 후의 불편함이랄까?

평소 속마음을 내색도 잘하지 않던 친구가

불쑥 자기 집의 고통스러운 현장을 상세히 묘사하면

나라도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서툰 모양으로 나는 나를 드러냈고, 첫 책 속에서 나는 내면아이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며

다시 삶 속으로 떠올랐다.


원하고 바랐던 독자들의 따뜻한 후기가 비록 적었지만

충분히 나에게 충실했고, 나를 아껴준 시간이었으며,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수치심에 관심이 없다.

오직 내가 안고 가야 할 수치심이지, 그들의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그 감정으로 오래 아파하진 않았다.


살면서 꼭 한번 넘어야 할 산이었던 나의 수치심을

그렇게 만나며, 알코올 의존증에 암투병을 하던

아빠와, 힘들었던 엄마의 시간도 글 속에 소환했다.

내가 어떻게 세상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싶었는지도

상세히 적었다.


그 모든 나를 아프게 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는 참 평온하고 자유롭다.


곁에 아빠도 이제 계시지 않고,

그토록 간절했던 사랑, 지극히 나를 떠받들며 사랑을 퍼부어줄 사람이 없는데도, 나는 행복하다.



늘 그런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랑을 먹고 나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더 강하고, 더 독립적인 한 여성이었다.


나를 그렇게 떨어져 바라보며,

내가 했던 그 모든 일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따라가 보며

나는 비로소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

늘 사랑받고 싶었으며,

사랑이 삶의 이유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랑이 사라지면 마치 곧 죽을 것 같은 절망이었음을.


그녀의 사랑은 외부에 있지 않았으며,

오직 그녀 안에 빛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여정.


오랫동안 억눌려온 수치심을 만나 풀어주고 나니,

더 큰 사랑이 되어 살아가는 그녀.


그녀를 늘 이렇게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적어보는 일이 가장 행복한 일일 줄


책을 쓰기 전에는 도저히 몰랐다.



수치심과 치유 책 쓰기는 한 세트였다.

그래, 결국 그 모든 여정은 오직 나를 위한 선물로 예비된 것들이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어떻게 그런 책을 쓰게 되었나요?"


이제는 당당히 답하겠다.


"삶이 저에게 선물을 줘서 받은 것뿐이에요."

"포장을 열어보니, '자유'라고 쓰여있더라고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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