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의 마음 카페
오늘도 책 한 줄을 읽고 마음을 써본다.
박웅현의 시 강독 《천천히 다정하게》를 펼쳤다. 그 속에서 만난 반칠환 시인의 <노랑제비꽃>은 새해의 시작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노랑제비꽃 화분이다
반칠환, <노랑제비꽃> 전문
가냘픈 꽃대 하나를 밀어 올리기 위해 온 숲이 힘을 보태고, 온 우주가 통째로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시인의 시선에 그만 마음을 뺏겼다. 지구가 통째로 노랑제비꽃의 화분이라는 시인의 선언적 문장 앞에서 한참을 감탄했다. 시를 읽다 노랑제비꽃 모습이 궁금해졌다. 찾아 본 사진 속 노랑제비꽃은 작고 가녀리지만 우주의 온 정성을 독차지하고 있는 듯 당당하고 사랑스러웠다.
이 시를 읽으며 자연스레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떠올랐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 - 장석주 -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노랑제비꽃에게는 우주가 필요했고, 대추 한 알에게는 천둥과 벼락이 필요했듯이, 세상에 '그저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우리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 내가 짓는 미소 한 번에도 수많은 인연과 시간의 궤적이 닿아 있을 것이다. 나라는 한 사람의 꽃을 피우기 위해, 그리고 내 삶이라는 열매를 둥글게 빚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은인들과 바람과 햇살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까.
새해 아침, 루틴하는 카페에 앉아 고요히 머물며 깨닫는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우주가 되어주고, 누군가의 대추를 붉게 익히는 볕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품은 씨앗에 햇살로 다가가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화분이 되어주는 이 경이로운 연결 속에서, 올 한 해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믿는다.
세상과 통하고 우주를 품은 채, 나라는 꽃도 당신이라는 열매도 각자의 빛깔로 눈부시게 익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