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의미의 축제

리사의 마음 카페

by 김리사

삶이 벼랑 끝에 선 듯 위태로울 때, 나는 지독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 고통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무엇을 위해 이 힘겨운 아침에 눈을 떠야 하는가."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을 것 같은 절박함이 있었다. 이번 글은 인생의 의미찾기에서 내려오며 비로소 얻은 행복해 대한 글이다.

‘인생에 의미란 없다’는 해방감과 나무가 가르쳐준 '그저 존재함'의 경이

기미시 이치로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는 책 말미에 단호하게 말한다. "인생에 의미란 없다"라고 말이다. 단지 우리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뿐이라는 그의 논리는 오랫동안 ‘거창한 소명’을 찾아 헤매던 나에게 경악에 가까운 선언이었다.

박웅현의 《천천히 다정하게》에서도 비슷한 울림을 만난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인용하며, 삶은 본래 의미가 없기에 오히려 그 무의미함을 즐기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던 '정답'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은 절망일까, 아니면 해방일까.


인간은 때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혹은 무언가 원대한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스스로를 괴롭힌다. 나 역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차오르던 시절, 필사적으로 나선 산책길에서 비로소 그 질문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딱 5분만 걷자'며 나선 길 위에서 만난 나무들을 보며 깨달음의 순간이 온 것이다.


산책로의 나무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지 않은듯 보였다. 그들은 그저 제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부단히, 그리고 묵묵히 해내고 있을 뿐이다. 온몸으로 사계절을 맞이하며 새싹을 틔우고, 여름 내내 잎을 키워 그늘을 내어주다가, 겨울이 오면 미련 없이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꽃을 피우고 다시 초록으로 돌아가는 그 순환 속에는 '왜'라는 질문 대신 '존재함'이라는 실존만이 가득하다.


어쩌면 삶의 이유를 묻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자연의 다른 존재들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광활한 우주와 유구한 자연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찰나의 존재일 뿐이다. 그 억겁의 시간 속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지구별의 공기를 마시며 잠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이 거듭된 우연의 겹침은 그 자체로 이미 축복이다. 삶은 증명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누려야 할 축제임이 분명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다시 한번 삶의 의미를 찾던 시선을 거두고 나무가 되어 본다. 올 한 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무처럼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냈다. 때로는 비바람에 흔들리고 때로는 잎을 떨구어야 했지만, 그 모든 과정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찬란한 축제의 일부였다.


새해에도 태양은 떠오를 것이고, 나무도 우리도 다시 사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삶이 끝나기 전까지 이 축제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회한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며 존재의 기쁨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올 한 해, 각자의 자리에서 깊게 뿌리 내리느라 참으로 수고 많았다. 당신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한 해였다.


https://youtube.com/shorts/v1dOApIQFSI?si=-iXGDogb1AJF_b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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