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것을 하라

리사의 마음 카페

by 김리사

나의 모든 문장은 결국 하나의 질문을 향해 흐른다. ‘어제보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오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얼마나 다정한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는가?’라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물음이다.


지독한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보았거나 우울의 그림자 아래서 허덕여본 이들은 안다.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소음은 타인의 비난이 아니라, 내 안에서 울리는 가혹한 목소리라는 사실을. 그 목소리는 누구보다 잔인하고 집요하게 가장 아픈 곳만을 골라 정확히 찔러댄다.


나 역시 그 목소리와 함께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그것은 늘 나를 깎아내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우쭐대지 마라’며 조소했고, 잠시 숨을 돌리려 하면 ‘그렇게 쉬다간 낙오될 것’이라며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에고(Ego)의 목소리는 나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기보다 끊임없는 증명의 장으로 내몰았다

.

그 견고했던 소음이 옅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것의 정체를 마주하고 화해하며 마음의 바닥을 나뒹군 지 5년 만의 일이다. 글쓰기와 성찰의 시간을 통해 나는 중요한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 진정한 나 자신은 잔인한 말을 쏟아내는 ‘에고’가 아니라, 그 모든 재잘거림을 고요히 지켜보고 있는 ‘본연의 나’라는 사실이다.

이제 ‘본연의 나’는 안다. 에고의 가혹한 말들은 사실 거대한 ‘불안’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음을. 에고는 그저 사랑받지 못할까 봐, 홀로 남겨질까 봐 걱정하던 내면 아이의 비명이었을 뿐이다. 분리라는 착각에 빠져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웠던 날 선 가시였던 셈이다.


이러한 인식의 지평 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미움받을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그곳에는 어떤 허물조차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따스한 수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인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이 이미 내 안에서 나를 향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삶의 결핍은 비로소 충만함으로 채워진다.

눈부신 생의 찰나는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내면의 빛을 마주하는 순간, 삶은 이미 그 자체로 결점 없는 온전함에 가닿는다. 그렇다면 이 존재의 원리를 깨달은 나는 오늘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답은 자명하다. 지금 내 곁의 사람을, 내 손에 들린 일상을 온 힘을 다해 뜨겁게 사랑하는 것뿐이다.

“지금 그것을 하라.”

내 눈앞의 생동하는 진실을 껴안고, 그 결마다 사랑과 충만함을 채워 넣으면 된다. 하늘의 푸르름에 환희를 느끼고, 생의 길목에서 마주친 인연을 온 마음으로 품어내는 일. 오늘 내가 할 일이 이토록 단순하고 명료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홀가분하다.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은 채, 이미 내 안에 깃든 온전함을 응시한다. 충분하다. 지금, 이대로의 나로도.


https://youtube.com/shorts/sDJ8CnOTAUI?si=41pLRc8JCtvfRU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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