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지 나쁜지 어찌 알겠나

by 김리사

좋은지 나쁜지 어찌 알겠나: 고통을 대하는 지혜



2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 아침이다. 설 연휴를 지나 3월을 코앞에 두니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출근길 차 안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류시화 시인의 문장을 떠올린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어찌 알겠나.”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에 너무나 쉽게 꼬리표를 붙인다. 예상치 못한 행운에는 ‘좋은 일’이라며 환호하고, 계획이 틀어지거나 고통이 찾아오면 ‘나쁜 일’이라며 절망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 판단이 얼마나 섣부른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의 삶도 그랬다. 마흔을 넘긴 지금 돌아보니, 과거의 나를 힘들게 했던 아버지의 투병이나 깊은 우울의 늪은 그 당시엔 분명 ‘나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혹독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며 내 마음의 그릇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타인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는 공감력이 생겼고, 이는 현재 강의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 가장 귀한 자산이 되었다. 그때의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고통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 오직 고통 그 자체에만 매몰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지 나쁜지 지금은 알 수 없다’는 원리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면, 거센 풍랑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조금은 덜 흔들리며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일이라 해서 지나치게 우쭐할 필요도, 나쁜 일이라 해서 한없이 좌절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중도(中道)’의 마음으로 나에게 오는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일이 훗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축복의 씨앗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오는 모든 일은 다 저마다의 의미가 있어서 온다. 그 믿음 하나를 품고, 오늘도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3월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껴안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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