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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r 11. 2022

아픈 나도 껴안아야지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위로

  



  마음공부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한 채, 나는 하루하루 삶을 살 아내기 위한 마음공부를 시작하고 있었다. 마음이 지옥인 사람들은 아마 아침이 온다는 것의 의미를 알 것이다. 그것은 지독한 기분이다. 아침이 왜 또 오는지 아침부터 괴로움 한가득이다. 이런 괴로움을 덜기 위해 일단 내가 시작한 것은 미라클 모닝 루틴을 세우고 계획성 있게 아침을 살아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하게 되기까지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것을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임을 잘 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침에 7시에 시작하는 새벽 영어수업 강의가 주로 있어서 이 아침의 괴로움을 일을 위해 일찍 시작하는 아침을 열 수밖에 없는 일상이 있어 그럭저럭 벼텼던 것 같다. 일 때문에 대부분 아침에 힘들어도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러면서 늘 내 삶이 불안한 것에 흔들리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코로나가시작되면서였다.



  코로나로 아침 수업들이 사라졌다. 나의 아침의 정신줄을 부여잡게 해 준 그것이 바로 새벽 수업 루틴이었는데 그것마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엄청난 마음의 방황으로 들어간다. 더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빠져나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렬히, 그렇게 내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대로 마음공부가 시작되게 된 계기를 준 코로나이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다 존재한다고 하였는데 극하게 공감한다.


  코로나로 잃은 것은 일자리였지만, 얻은 것도 굉장히 많다. 나를 돌보고 나와 비로소 친해지게 되는 엄청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언제나 일에 숨어서 내 내면이 걸어오는 말을 무시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지독히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자 말을 걸어오는 그 녀석의 목소리가 굉장히 잦아졌던 것이다. '이제는 정말 맞짱을 뜨자. 그래, 너의 말을 들어볼게, 왜 자꾸 나타나서 달려가고 싶은 나를 주저앉히는 것인지 좀 대화를 하자'는 마음이 선다.




  그렇게 나는 나와 마주하기 시작하면서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따라 내면을 탐구하였다. 아침에 30분만 일찍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아티스트 데이트>를 한다. 이것은 내면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노트 세 페이지 정도를 휘갈겨 쓴다. 하고 싶은 말들을 그냥 주제 없이 쓰는데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솔직한 말이 나오지 않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나의 속내가 나온다.


  내면의 비판자가 사라지고 이제 드디어 나의 깊은 속의 그 아이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다. 대부분 내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나 힘들고 힘들었어. 왜 알아주지 않았냐고, 나 사라지고 싶은 날이 정말 많아, 네가 나를 그렇게 몰아넣었잖아,' 등의 힘든 내면의 하소연이었다. 가족들 때문에 힘들었던 이야기도 나오고 친구나 지인과의 관계 문제로 마음이 힘들었던 것도 터 놓았다. 생전 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 그 노트가 다 받아주고 있었고 나는 비로소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져 갔다. 그렇게 아침 루틴을 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지도 하였다.



                                   그렇게 조금씩 내면의 상처를 글로 쓰면서 나를 만나다.



  그렇게 쓰고 바라보면서 나를 알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아티스트 데이트, 즉 내 안의 영감의 원천인 그 내면 아이, 꼬마와 단 둘이 나만을 위한 하루 또는 반나절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낯선 곳이어도 좋고 유치하고 어리지만 내면의 꼬마가 꼭 필요했고 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도 시간을 선물한다. 이 아티스트 데이트는 정말 낯설지만 큰 영향을 주며 사라져 가는 나를 다시 살려내는 큰 역할을 한 치유작업이다.



  그리고 또한 나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게 된 계기도 주었다. 오히려 마음이 더 울렁이면서 급기야는 1일 당일치기로 떠난 영남알프스 아티스트 데이트 날에는 귀갓길 고속도로 차 안에서 짐승처럼 목놓아 울게 되기도 하였다. 아마도 만나지 못한 나의 내면의 깊은 그 아이와 닿아서 이제야 서로 합일의 과정을 거치며 감동하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지금 돌이켜 보아도 그 순간들이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내가 나를 만나고 알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처럼 아름답다. 고통스러운 순간마저도 돌이켜 보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진흙탕에서 한껏 더러워진 보석을 꺼내서 쓱쓱 닦아주며 빛을 내주는 순간이다.




  결국 미라클 모닝 아침 루틴을 하며,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 조금씩 지하실에 갇혀 있던 나를 만나가는 과정 속에 나는 꺼져가던 나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결국 마음공부를 하라는 것은, 내 내면이 보내는 살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구나. 버려진 나를 다시 껴안는,


                                          나를 사랑하는 길로 나아가는 시작이 되어주었구나..




  이제 나는 나를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그동안 그렇게 나 자신이 꼴 보기 싫고 답답하였는데, 그간 얼마나 애쓰며 노력하고 살아왔는지를 진심으로 인정해준다. 그것이 이제 기나 긴 내 삶의 여정의 시작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내가 버려둔 나의 내면과 같이 삶을 나아가는 시작, 마음공부의 시작이 이렇게 코로나 시즌과 함께 우주가 주는 선물처럼 펼쳐졌다. 결국 나를 사랑하는 길로 가는 것이 마음 공부인 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좌충우돌 길을 헤맨다. 하나의 거대한 길잡이 별 하나 가슴에 안은 채, 오늘도 내 눈앞에 펼쳐지는 삶을 나아간다. 내가 알게 된 그 길잡이 별이 바로 나를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자기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면서 놀라운 일들이 펼쳐지고 비로소 세상 만물이 다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모든 경험들이 다 나의 성장을 위해 펼쳐지는 우주의 선물이라고 길잡이 별이 이야기한다.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내가 온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우주가 존재하는 이 자리,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모든 일들이 펼쳐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괴로움도 결국 나이고 즐거움도 결국 나이고 세상 모든 것들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내 안에 아직도 합일해 가야 할 수많은 억눌린 무의식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나를 멈추게 하고 주저앉게 하는 저항이다. 저항은 결국 수용받지 못한 마음의 에너지들이다. 막힌 에너지들을 풀어놓는 방법은 더 많이 그 감정들을 느껴보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느끼고,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내 안다. 이 것은 잠시 지나가는 에고의 불안함의 목소리일 뿐, 결코 그 불안함이 내가 아니라고 말이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내 마음과 소통하며, 천천히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만끽한다. 내 등 뒤로 내려오는 오늘의 햇살은 지금 이 순간뿐이고,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잡답 소리조차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이 완전하고 완벽한 세계임을 알려준다.


  지금 이대로, 이 모습 그대로 온전하고 완전하다. 더 많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사랑하여 궁극에는 마음의 괴로움이 사라지고 생로병사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가볍고 경쾌하게 지복 감이 있는 상태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그 길이 많이 멀고 깜깜하여도, 결국 자기 사랑이라는 길잡이 별과 함께 라면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오늘도 보이지 않더라도 하늘에는 별이 늘 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든든하게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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