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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r 22. 2022

나홀로 여행, 길에게 길을 물었다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위로



준비라는 것이 없이 시작된 마흔,

요동치는 마음에 살기 위해 시작한 마음공부

여섯 번째 이야기




마음이 답답할 때는 길을 떠난다. 길 위에 있으면 살아있는 것만 같다. 정해진 답이 없어도 그 모호함 마저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이라고 길에게 답을 는 것 같다. 묻고 싶어 떠났으나 아무 생각이 없이 그냥 울다 돌아오는 것이 마흔의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결혼 10년 후 처음으로 해운대로 떠난 여행, 그 이후로도 혼자 몇 번을 더 여행했다.



반나절의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영남 알프스였다. 밀양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편안하게 산 자락의 가을 풍경을 만끽하고 정상을 좀 걸었다. 창원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이라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프리랜서라 낮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감사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도 사서 가고 커피와 음료로 챙겼다. 소풍 나들이 기분을 제대로 느끼며 기분 좋게 길을 떠났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산에 영남 알프스 속에 있으면서 갑자기 이상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외롭다고 말하는 그 아이였다. '또 찾아왔구나, 올 것이 왔어'라고 또 다른 한 생각이 올라온다. 영남 알프스 케이블카 장소로 찾아가는 동안에는 설렘만 있었는데 막상 목적지에 도착여서 산속을 걷다 보니 온갖 이상한 마음이 올라온다. '혼자 오니 좋아?부터 시작해서 왜 이제 왔어? 나도 좀 봐줘', 하며 온 마음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점점 미쳐가는 것일까? 이 시끄러운 소리들은 뭐지?' 이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어떤 마음이 느낌의 형태로 보내는 그런 목소리였다. 그리고 점점 내가 피하고 싶었던 내 죄책감으로 다시 내려간다. '그때 말이야.. 왜 그랬어? ' 불쑥 다시 찾아온 그 아이와 대적하다가 그만 나는 포기하고 항복해 버렸다. 내가 너무 미안해, 하면서 펑펑 울기만 하였다. 울고 있는 나를 또 내가 보았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 나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나와 더욱 진하게 화해를 한 것 같다.



돌보지 않는 마음들은 다시 지하의 마음 감옥으로 갇힌다.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책이나 드라마가 정말 실감 나게 와닿는다.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마음들이 살고 있구나. 내가 바라봐주고 느껴 봐주는 마음은 양지에 산다. 그리고 자유롭다. 언제들 오가며 자기 삶을 살다 간다. 그러나 외면하고 억압하는 마음들은 지하 감옥에 갇혀 무거운 에너지로 나를 어둡게 만든다.



이런 마음들을 만나보기 좋은 시간이 바로 나 혼자 떠나는 여행 었다. 이번처럼 반나절을 여행도 좋고 여유가 된다면 하루 잠을 자고 오는 여행도 좋다. 나는 처음에 해운대에서 혼자 1박을 하며 결혼 후 혼자 여행을 시작하였는데 이번에는 밀양 영남 알프스로 반나절 정도의 여행을 했던 것이다. 이번 여행은 숨겨둔 나의 죄의식과 우울한 마음 이들과 만나 한바탕 대환장 파티를 하며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준 그런 시간이었다.



마음들과 만나면 어김없이 눈물이 흐른다. 흐르면 흐를수록 자유로워지는 눈물이라 감사하다. 영남 알프스 여행 이후로 정말 많이 편안해졌다. 끝끝내 피하고 싶었던 나의 아픈 마음과 만나서 진하게 머무르며 다독여 주었더니 그 마음이 위로받고 이제 나타나지 않는다. 정말 지금 돌이켜 보아도 참 신기하다. 그날 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그렇게 아프고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야 했는지 터져 나오는 눈물로 나는 이해했다.



나는 다시 또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면 길을 떠날 것이다. 길에게 또 내가 고민하는 것에 대해 물을 것이다. 그러면 길은 어김없이 어떤 형태로든 답을 준다. 마흔이 되면 왜 인생이 이렇게 요동치고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는지 모르겠다. 큰 안목에서 삶이라는 항로를 바라보니 마흔은 중간 기점 즘 되는 것 같다. 한번 크게 항로를 바꾸며 나라는 생명이 온 곳으로 돌아가는 변환점이라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마흔, 그래서 또 감사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나답게 이제 진짜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 수 있어서 아픈 만큼 감사한 시간이 바로 마흔이다. 아직 아무런 느낌이 없이 편안한 마흔을 맞은 분들이라면 아직 심리적 마흔이 다가오지 않아서 일지 모르겠다. 누구나 한쯤 삶이라는 항로에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 아닌가, 나의 마흔이 내게 답을 한다.



눈부시게 살아가라고, 삶은 숙제가 아닌 축제이니..

 부디 오늘도 순간에 머무는 지혜로운 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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