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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쌓아 올리다

제주 돌담에 관한 이야기

by YECCO


돌, 여자, 바람이 많은 삼다도로 알려진 제주도에서는 어디를 가도 쉽게 돌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주 전역에 있으며, 겉보기에는 다 같은 것처럼 보이는 돌담은 제주도의 자연과 제주도민의 생활양식, 즉 제주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주도를 쌓아 올려 만든 돌담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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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sung An ©배용한

제주도는 화산섬입니다. 화산활동으로 수 만년동안 섬 곳곳에서 분출된 용암들이 굳으면서 형성된 바위인 빌레가 섬 전역을 덮고 있습니다.


이러한 척박한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 위해 제주도민들은 바위를 조각조각 캐내었고, 그러한 돌들이 쌓여 돌담이 된 것입니다. ※빌레: 넓적하게 펼쳐진 암반을 이르는 제주방언



그림3.jpg ©제주의 소리

돌담을 들여다보면 돌담의 돌과 돌 사이에는 구멍이 있습니다. 돌을 가공하지 않고 원 상태의 돌을 쌓아서 돌담을 만들기 때문에 돌담에 구멍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돌담은 쉽게 잘 무너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되려 이 구멍들로 바람이 분산되어 제주도의 거센 바람과 태풍에도 돌담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돌담의 구멍을 시멘트로 채운 조경용 돌담이 바람과 태풍에 더 쉽게 무너진다고 합니다.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님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대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바람을 어르고 달래는 것... 허술해 보이는 구멍 속에 선조의 지혜가 녹아 있다.

돌담에는 거센 제주의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제주도의 거센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또 거센 환경을 이겨내는 돌담은 도민들에 의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또 다용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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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매거진 ©제주문화연구소장 김유정

밭담은 거센 바람과 가축으로부터 밭을,

산담은 들불과 가축으로부터 무덤을 지켜줍니다.

돌담이 도민의 삶과 재산을 자연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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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제주환경일보

환해장성은 해안선을 따라 지어져 바다로 침입해 오는 외적으로부터 백성을 지켜주고,

집담은 집의 경계선이 되어주는 동시에 외부인으로부터 도민을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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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타임즈제주 ©브런치 Teaterrace

원담은 얕은 바다에 만들어져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가두어 도민의 생계에 도움을 주고,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며 쉬는 곳으로 도민의 삶에 편의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돌담이 도민들의 삶을 도와준 것입니다.


이외에도 잣성, 성담, 올렛담, 통싯담, 잣담, 우영담 등 정말 다양한 종류에 돌담이 제주 전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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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영 ©이강현

이렇게 제주의 삶을 담아내며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돌담을 보고 조선시대 선비는 마치 흑룡 같다고 하여 흑룡만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만리라고 표현할 만큼 많고 길었던 돌담의 총길이는 36,355km로 약 40,000km인 지구의 둘레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입니다. 정말 길지요?


그만큼 돌담은 제주의 문화양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돌담은 사시사철 바뀌는 제주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luna kim.jpg ©luna kim

어디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했기에, 모두 똑같은 것이라고 여겨 돌담에 눈길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제는 조금 더 호기심 어린 시각으로 제주 돌담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고 긴 돌담을 쌓아 올린 제주도민분들께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폭삭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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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콘텐츠팀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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