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혜와 건강을 우리다,

한국의 전통차 이야기

by YECCO


차는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의 삶에 녹아있었습니다.


삼국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차 문화는 조선에 이르러 변화합니다. 잎을 활용한 녹차에서, 인삼, 생강, 길경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대용차 문화로 변모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보다 다양한 차가 기록에 등장하게 되었고,

이 차들은 한국의 ‘전통차’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역사적 기록에 등장하는 여섯 가지 차를 알아보며 그 속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한 번 살펴볼까요?




“약차(藥茶)”의 관점에서

그림11.png
그림12.jpg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 ©UNESCO / 약재와 탕 ©아사달


조선시대 차는 ‘약’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의보감』과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민간과 왕실 모두 차를 ‘약’의 관점에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나무 잎을 우린 것만 차로 생각했던 중국과 달리,

조선은 과일과 곡물을 우리는 것,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끓이는 것 모두 ‘차’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듯 ‘차’의 범주가 넓었기에 ‘탕’과 ‘차’가 종종 혼용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약차’가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여섯 가지 전통차


첫 번째 전통차 – 생강차

그림10.jpg
그림11.jpg
생강 ©한국교육방송공사 / 생강차 ©jcomp
『향약집성방』 “구토하는 자는 치자생강탕으로 치료한다.”
『동의보감』 잡병편 “곽란으로 죽으려는 경우를 치료한다.”
『구급양방』 “풍한의 사기에 상한지 3일이 못되었을 때에는 궁소산(芎蘇散)을 쓰는데 생강 3편, 총백 2촌을 인경약(引經藥)으로 삼는다.”

생강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위장을 진정시킬 때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습니다. 곽란은 급성 위장병, 풍한은 몸에 찬 기운이 들어온 것을 뜻합니다.



두 번째 전통차 – 인삼차

그림1.jpg 인삼 ©한국교육방송공사
『동의보감』 내경편 “오장의 기가 부족한 것을 보한다. 또 기가 약한 것, 숨이 짧은 것, 기가 허한 것을 치료한다.”
『조선왕조실록』 영조 33년 “곤전(坤殿)이 피를 토한 것으로 인하여 원기 (元氣)가 갑자기 가라앉았는데, 연달아 삼다(蔘茶)를 올렸다.”

인삼은 몸을 보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으며 달이거나(탕약) 가루 내거나(환약) 졸여서(고약) 먹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차가 바로 인삼차입니다.



세 번째 전통차 – 오미자차

그림7.jpg
그림8.jpg
오미자 열매 ©한국교육방송공사 / 오미자차 ©박동식
『동의보감』 잡병편 “기침하고 상기가 되며 몸에서 열이 나는 경우를 치료한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39년 “오른손 삼부맥은 어제와 같고 심열과 입이 마른 것은 전처럼 그치지 않았다. 건갈(乾葛)·승마(升麻)·황련(黃連)·맥문동(麥門冬)·인삼을 첨가한 강활산(羌活散)과 오미자 차(五味子茶) 및 비단(秘丹)을 올렸다.”

오미자는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약재로, 기침을 완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의보감』 내경편의 다른 부분을 보면, 꿀과 함께 끓인 후 따뜻한 물에 타먹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네 번째 전통차 – 도라지차(길경차)

그림6.jpg 도라지 ©한국교육방송공사
『동의보감』 내경편 “폐기를 다스리고, 폐열로 숨이 가쁜 것을 치료한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2년 “중궁전에는 가미강활산 한 첩 및 산사 길경차[山査吉更茶]를 달여서 올렸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14년 “이날부터 변비증(便秘症)이 있어서 길경지각탕(桔梗枳殼湯)을 올렸다.”

길경차는 말린 도라지와 감초에 꿀을 넣어 만든 차로, 감기와 복통에 좋습니다. 순조 2년에 처방한 산사 길경차는 길경과 산사나무 열매를 모두 넣고 끓인 차입니다.



다섯 번째 전통차 – 대추차

그림4.jpg
그림5.jpg
대추 ©한국저작권위원회 / 대추차 ©azerbaijan_stockers
『동의보감』 내경편 “오장을 보한다. 달여서 마시면 좋다.”
『방약합편』 “대추는 성미가 달며 온갖 약과 잘 조화된다. 기를 보익하고 비를 길러주지만 속이 더부룩할 때는 먹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대추는 면역력 증진, 진정 효과가 있고 다른 약재들과 잘 어울려, 탕의 재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섯 번째 전통차 – 매실차(오매차)

그림3.jpg 매실 열매 ©한국교육방송공사
『동의보감』 내경편 “담을 없애고 갈증을 멎게 한다. 차로 마신다.”
『의방합편』 “목구멍이 건조하면 오매차(烏梅茶)를 많이 먹는다.”

오매는 덜 익은 푸른 매실을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으로, 차로 마시면 갈증을 없애고 위장을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장 한국적인 차(茶), 약차(藥茶)


조선시대 차는 여러 기록에서 볼 수 있듯,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건강을 돌보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졌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개방 이후 들어온 차들과 달리 한국의 전통차는 건강한 음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인지 전통차를 단순히 ‘옛 것’이나 ‘추억의 음료’ 정도로만 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우리의 전통차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옛 기록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 현대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림1.jpg
그림2.jpg
문경 오미자 축제 ©문경관광공사 / 유자 얼그레이 블렌디드 티 ©오설록

티 전문 브랜드들이 전통차에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새로운 형태의 전통차를 만들고, 각 지역은 전통 재료를 활용한 축제를 열어 전통차를 소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통차는, 더 이상 생소한 과거의 유물로 존재하지 않고, 약차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대 식음료 문화에 융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차를 지키는 노력이 계속되어, 전통차가 가장 한국적인 형태로 계속해서 사람들의 곁에 남아있길 기대합니다.


.

YECCO 콘텐츠팀 차누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주도를 쌓아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