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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han Ahn Dec 21. 2017

비트코인 투자의 심리학

코인을 사는 순간부터 당신의 머릿속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


아마 여러분들 중에도 꽤 많은 분들께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빗썸 월 거래액이 코스닥과 비등한 정도니깐 말이죠.


제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과 친구들이 소위 ‘코인판’에 뛰어들었답니다.


어떤 전설적인 제 '친구의 친구'는 억 단위를 벌었다고 하고요, 친구 중에는 천 단위 혹은 백 만원 정도 번 친구도 있습니다. 반면 꽤나 벌었다가 다시 번 만큼 잃어서 재미를 많이 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요,

약간 손해를 본 친구도 있습니다.


많이 잃은 친구는 아직 없네요,


아, 아니면 아직 손해 실현을 하지 않고 소위 ‘존버’ (존X게 버티는)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 그럴 수도 있죠.


물론 버핏 형님이 이런 얘기를 했을리는 만무합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코인판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코인 거래소 가입이 쉽다는 점이 일단 크지만,


종목이 몇 백 개가 되는 주식시장에 비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이하 잡코인 (리플 미안여...)’으로 나뉠 정도로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시작해 볼 엄두가 쉽게 나기(?) 때문이기도 하죠.


또한 우리는 보통 나 자신에 대한 Wishful thinking (희망적 사고)을 하기 때문에, 누군가 돈을 따면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는 - 제로섬 게임 - 이라도 '나는 딸 수 있을 거 같아'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에, 누가 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가장 기저에는,


단순히 정직하게 일해서 버는 소득으로는


가정을 꾸려서,

집을 마련하고,

애를 키우고,

평안하게 사는,


그런 소박한 미래조차 잘 그려지지 않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현실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으니 뭔가 돌파구를 찾게 되는 거죠.


물론 저도 다방면으로 돌파구는 찾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코인 투자는 제 돌파구 옵션 중 하나는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코인판에는 뛰어들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이 가진 예금을 털어 5백만원을 비트코인 가격이 2천만원일 때에 투자했다 가정해 봅시다.


이후 여러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말이죠.






첫째, 예측이 되지 않는다.
Pure 도박이다.


두둥. 


2천만원 가격대에 사자마자 30분 만에 5%가 하락했습니다.


아악!!!


25만원 손해를 본 셈입니다.

30분 만에 짜장면 50그릇이네요.


왜 떨어졌을까요?

모릅니다.


3일 정도 가지고 있으면 오를까요?

모릅니다.


그러는 사이 다시 2천만원을 회복하고 거기에 3% 추가 상승하여 15만원 이익을 보는 가격이 되었습니다.

 

오옷!?

흠.. 근데 지금 팔아야 할까요?


아니면 내일 비트코인이 더 오를까요?


잘 모르겠어서 일단 놔둬보자 하는 사이에 다시 가격이 빠지길래 겁먹고 1% 시점에서 5만원 수익을 보고 팔았습니다.


쫄보 인증ㅠㅠ


그 후에 피곤하여 잠이 들었습니다.


....

......

....


자고 일어나서 빗썸을 켭니다.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볼까...'


헉,

헉!!


자고 일어나 보니 가격이 20% 상승했네요. 


'놔뒀으면 100만원 수익이었는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다음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다시 코인판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그랬어야 했어..' 하는 순간을 계속 만나게 될겁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여러분은 결과적으로 5만원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Decision making을 할 때 사실 내가 뭘 알고 한 것은 없습니다. 코인의 가격은 순전히 투자자들이 사고파는 코인 양과 그 타이밍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데, 어떤 큰손이 언제 팔아버려 가격이 폭락할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5만원을 땄지만 어느 순간 잃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큰손은 알죠, 자기가 결정하면 되니깐요.




둘째, 따라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매 순간, 매 순간이 새로운 도박이다



사고팔고를 100번을 해보면 다음번에 더 좋은 타이밍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저는 회의적입니다.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무지한데 어떻게 실력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코인 매수를 한 순간부터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가격의 파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20% 올랐을 때 팔면 좋은 선택일까요? 만약 내일 아침에 50%가 오른다면 팔지 않고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그걸 지금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20%가 떨어졌다고 생각해봅시다. 지금이라도 손절매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일까요? 하루에도 20% 떨어졌다가도 40% 반등하는 코인판에서는 뭐가 맞는 선택인지는 18% 하락 시에도, 25% 하락 시에도 알 수 없고, 늘 새로운 선택입니다. "가즈아~!" 해보다가 50% 하락에서 결국 못 버티고 나와 버릴 때도 있고, 50% 하락된 가격에서 돈이 묶인 채 하염없이 반등만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과 시간의 방' 수준...






셋째, 기회비용: 시간과 정신, 에너지


코인판에는 폐장이 없습니다. 주식시장은 아침 9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면 끝나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쉴 수가 있지만 코인은 24/7 입니다.


5만원 투자해서 하는 거면 잠은 잘 오겠지만 몇 백씩 넣은 상황에서는 잠이 잘 오질 않습니다. 어느 순간 누가 새벽 3시 반에 돈을 왕창 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몇백에서 천만원 이상 투자해놓은 많은 친구들은 코인을 시작한 이후로 직장에서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퇴근 후에도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저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코인 투자로 5백을 투자해서 따고 잃고 해서 결국 본전이라도 건졌다고 한다면 본전을 건진 걸까요? 


아뇨, 그 사람은 실제로는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시간과 정신력으로 할 수 있었던 많은 다른 일들을 기회비용으로 잃은 것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잃은 머리카락도 말이죠.


눙물이...ㅠㅠ






넷째, 따도 문제다: 늘 다시 돌아오게 된다.


설령 운이 좋아, 아니면 실력이 좋아서 몇백만원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해봅시다.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다만 윙클보스 형제 정도로 1조 단위로 번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은 어느새 쓰게 됩니다. 혹은 돈을 따고 보니 더 큰돈을 따고 싶게 될 수도 있고요.


인간은 경험의 동물입니다.


따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렵고 필요한 순간이 있을 때 그 과거의 성공경험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자연스레 상승해서 보통 두 번째는 조금 더 크게 배팅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크게 성공한 사람이 그 후에 크게 망하는 것이나 카지노에서 처음에 딜러가 조금씩 져주다가 나중에 크게 잃게 만드는 경우를 보면 말이죠.


저번에 땄다고 해서 나의 코인 투자실력이 향상되었을까요?


아닙니다.


투자 실력이 늘지 않았기에 크게 배팅할 경우 크게 잃을 확률이 코인을 처음 투자해보는 시점과 비교해 보았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에 자신을 노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 그래도 할 사람은 한다.


길게 얘기했지만 그래도 할 사람은 합니다. 하하. 

주변에 그렇게도 따는 사람이 많으니깐 안 하고 배길 수가 있나요:)


저는 비트코인 투자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주세요.


주변 누군가 천만원을 며칠 새 벌었다는 말은 나머지 99명이 30만원, 50만원, 혹은 몇백만원씩을 십시일반 잃었다는 이야기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리고 그 99명이 한 명보다는 더 많다는 것을 말이죠.


그럼,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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