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어쩌면 성공적인 회사생활로 이끄는 마법의 주문일 수 있다!?
‘나는 무조건 이 회사에서 짤려서 나올 거야’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일견 부모님께서는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저의 한쪽 가슴에 늘 품고 다니는 의지를 표현한 말입니다.
저도 100% 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장에서 어떤 선택의 순간에 있을 때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생각이라 여러분들께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우리는 많은 어려움들에 마주치게 됩니다.
대학생 때는 사람들이 나를 가능성으로 대해줬는데, 회사에 가니 저는 그저 막내이자 신입일 뿐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나는 작은 존재이고, 조직은 크고 높아서 의사가 반영되기도 쉽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도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기도 하고요.
일이 다 끝났지만 상사 눈치로 인해 퇴근하지 못할 때도 있고, 불공평한 업무 배분 때문에 과중한 업무에 야근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회식 후 노래방은 상사 한 분의 의지로 팀원 모두가 가서 부르고 싶지 않은 노래들을, 부르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2시간씩 부르게 되고요.
어쩌면 외압에 의해 부조리한 일들이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될까요?
‘아.. 때려치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내가 이것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라는 자기검열이 회사에서의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상사들이나 회사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파고 들어가보면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상사 맘에 안들 것 같은 행동 -> 나쁜 평판 -> 나쁜 평가 -> 나쁜 커리어 -> 낮은 성공확률 -> 남들보다 빠른 해고
결국 밉보여서 이 회사에서 실패할까봐 걱정하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이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자 실패는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퇴사입니다.
국민일보가 2016년도에 모바일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신입사원들의 생각’을 조사한 결과 입사 1∼2년차 25∼34세 신입사원 858명 중 62.8%(539명)가 ‘사표를 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퇴사를 원하는 500명에게 견디기 힘든 점을 물었더니 ‘정시퇴근 및 휴가가 자유롭지 못한 눈치 문화’(68.4%·복수응답)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신입사원들은 ‘조직 및 직무 적응’(49.1%)을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습니다. 상사 눈치 때문에 할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남아 있거나 휴가 얘기를 꺼내기 부담스러운 분위기를 힘들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해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나오는 것과,
그 반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서 최악의 결과로 짤리게 되어 나오는 것.
둘의 결과는 회사를 나오게 되는 것으로 같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왕 나오게 될 거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는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총대를 매 보는 거죠. 최악의 경우 짤리겠지만, 그래도 후회는 남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최악의 경우는 잘 일어나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한 가지 예를 들려드릴게요.
저희 회사는 매년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합니다. 저희 회사는 그래도 좋은 회사라 그 조사 결과를 항목 별, 팀 별로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죠, 한국 지사가 전 세계 중에 가장 만족도가 낮은 지사 중 하나라는 것을요. 전부터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설문을 하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도 얘기했다가 괜히 찍힐까 봐(?) 얘기를 하지 않고, 그러니 매니저 레벨에서 정확한 피드백 없이 탁상공론 식으로 얘기하다보니 효과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게 되는 일이 몇 년간 반복되어서 그랬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총대를 매 보기로 했습니다
약 7-8페이지 정도의 설문 결과 분석 보고서를 만든 것이죠.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나름의 해결책도 분석하여 적었습니다. 인사부랑 사장님께 내려구 말이죠.
친한 선배에게 얘기하니 선배가 말렸습니다.
괜히 찍힌다고요.
하지만 저는 ‘나는 꼭 이 회사에서 짤려서 나갈 거야’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기어코 인사부 상무님과 사장님께 투서하였습니다.
그런데,
인사부 상무님과 사장님 두 분 다 생각보다 좋게 보시더라구요, 지금까지 이렇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의견 제시를 해준 사람이 없었다면서요. 그래서 결국 따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bottom-up으로 해결책을 만들어보라고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팀에 합류하여 같이 대안들을 만들어 제안하고, 결국 사무실에 마사지 의자를 설치하고 임금상승률도 높아지는데 기여하는 등 꽤나 좋은 변화들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인사평가도 좋게 받았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물론 제가 다니는 회사가 다른 회사들보다 열려있는 회사여서 가능한 면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아직은 가고 싶지 않은 회식에 끌려가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조금 더 자유롭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최악이래봤자 짤리기밖에 더하겠어?" 라는 생각이 남들이 하지 못하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미국의 국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의 타이틀 곡인 ‘My Shot’이라는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Don’t be shocked when your history bookmentions me,
I will lay down my life if it sets us free.
너의 역사책에 내 이름이 나올 때 놀라지 마.
나는 내 생명을 내려놓을 거거든,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면.
우리가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있는 곳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은 오히려 내 생명을 내려놓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제 글을 읽고난 한 애독자 분의 매우 공감가는)
한줄요약:
눈치보다 못견뎌서 나가느니, 그냥 나간다 생각하고 눈치 안보면 더 오래 & 잘 다니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