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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han Ahn Oct 09. 2017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서 마음잡기

취업시장 지원 결과를 앞두고 있는 청춘들에게



뽑히느냐, 떨어지느냐.

우리의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는
늘 어딘가에 지원하고,
발표를 기다리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선 대학 입시가 그렇고, 장학금이나 취업, 대학원 진학이나 회사 내부 프로젝트 참여나 이직도 마찬가지이죠.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그 때마다 늘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대졸 취준생 100명 중 2~3명만 기업 채용 합격한다"

최근 나온 기사의 헤드라인입니다.


그래도 예전 아버지 학창 시절만 하더라도 동사무소에서 나와서 공무원 지원서를 나눠주면서 뽑아줄 테니 지원만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9급 공무원 만 명 뽑는데 22만 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이런 구직난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마음은 초조합니다.


저도 학창시절에는 개인적으로 ‘럭키가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원하는 것들을 이루며 살아왔지만, 졸업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는 숱한 탈락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탈락의 경험이 쌓일수록 자괴감도 커지고,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뭘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중, 저는 우연한 기회에 재단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합격과 탈락에 대한 강렬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럼스펠드 재단에서는 중앙아시아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인재들을 뽑아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로 초대하여 여러 정계, 재계, 학계의 인사들을 만나고 배우는 프로그램이었죠. 저도 인턴으로 지원서류 검토를 돕는 일을 했었는데 사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뛰어난 지원자들도 많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지원자들도 있었습니다.


지원서류들을 검토한 후에 마지막으로 최종 선발자들을 뽑는 회의에 럼스펠드 씨와 스텝들, 그리고 저도 같이 배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는 분명 그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뽑히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예상과는 다르게 선발자들이 좁혀져 갔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A가 B보다 뛰어난 스펙과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B가 선발되었습니다. 


왜냐구요? 


왜냐하면 A는 카자흐스탄 사람이었거든요. 이미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람은 2명이 선발되어 있었습니다. 장학 프로그램의 취지가 많은 국가의 선발자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키르키즈스탄 출신의 B가 뽑히게 되었습니다.


또 여자였던 C가 남자였던 D 대신 뽑혔죠, 전체 지원자의 남녀 비율이 너무 남초였기 때문에 C를 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 또한 이미 럼스펠드씨가 자기소개서를 보고 무조건 뽑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같은 나라 출신이었던 F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죠.



결국 그렇게 합격자가 최종 결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실력 때문에 붙거나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붙으면 자만하고 떨어지면 자책하고 의기소침해집니다.


하지만 사실은 실력이 다가 아닙니다. 선택을 결정짓는 데에는 실력 외의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외부자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조직의 상황,

 

의사 결정자의 인생에 걸쳐 형성된 개인의 선호와 경험,


다른 구성원들과의 역학관계…


이 모든 변수들의 방정식을 통해 그 찰나의 선택의 순간에 어떠한 '하늘의 섭리'같은 것이 개입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각자가 가야할 곳'으로 인도한다는 것이죠.


그건 실력과 100% 맞아 떨어지는 결과는 아닙니다.


그래서 수학에서의 2+3 은 언제나 5 이지만 인생에서는 2+3 = ±5 인 것이죠.


물론 하늘은 기본적으로,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죠.

 

하지만 운명의 장난(?)또한 역사 속에서 늘 볼 수 있습니다.






저의 삶에도 한동안 모든 영역에서 또 다시 탈락의 경험, 실패의 경험은 찾아올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그렇구요.


그때 우리는 또 분명 우리 자신에게 화살을 돌릴 것입니다.


에게 실망하고, 또한 부족함을 채우려고 채찍질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 다음에는 하늘 탓을 좀 해도 됩니다.



'하늘이여!
이번에는 제게 빅엿을 주셨군요..
하지만 지금보다 더 알맞은 때에는
꼭 제 실력에 더해 +를 던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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