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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han Ahn Aug 01. 2016

당신은 왜 약속시간에 늦는가?

'프로지각러'의 자아성찰 보고서


당신에게 낯설지 않은 장면



후... 오늘도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낸다...


차단하셨나여... 실땅님.. (출처: http://blog.ncsoft.com/?p=5415)



'하... 5분만 일찍 나왔어도 되었는데!' 

'10분만 일찍 나왔어도 가면서 늦을까 걱정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었는데..ㅠㅠ'

후회하고,
내 자신을 자책하며,
내 다음 번에는 무조건 여유있게 나오리라 다.짐.하.지.만,


같은 '지각'을 반복한다.. (출처:http://www.ddengle.com/entertainment/635506)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이 글을 볼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






누구도 '의도적'으로 늦어서 상대방을 엿먹이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하다.

사실 누구도 지각하려고
작심하고 늦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다면 그 사람은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리 중에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늦게된' 것 뿐-


누구도 늦어서 미안하단 말을 하거나,


더운날 땀흘리며 뛰거나,


자신의 평판을 망치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린 이미 지각하지 않는 법을 안다는 점이다.


지각 하지 않는 법은 무엇인가?


늦.게. 출발하지 않으면 된다.


힘 빠질 정도로 너무 자명한 사실 아닌가?

다만 우린 늘 안할 뿐이다. 왜! 왜? 왜!?


프로 지각러인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하였다.


왜냐하면 지각은 나의 사회적 지위명성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작하게 된 자아성찰 결과,
몇 가지 Root Causes (근본적인 원인) 을 깨달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나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각하지 않는 10가지 TIP' 

이런 걸 얘기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몰라서 지각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명히 자각하게 되면 방법론은 자연스레 각자에 맞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첫번째 원인: 너무도 낙관적인, 혹은 비현실적인 소요시간 계산



출근 시간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집은 목동이고, 회사는 서울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9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고,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이 걸린다면, 8시에 출발하면 된다.


너무 간단하다.


근데 지각러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소요시간'의 계산을 정말 못한다는 것이다.


소요시간의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순수 소요시간 + '알파(a)'


지각러의 문제는 저 뒤의 '알파(a)' 간과하거나,

혹은 너무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는데에 있다.


예를 들면 회사갈 때,

1) 버스: 목동 집 앞에서 신도림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2) 지하철: 지하철을 탄 후에, 신도림에서 서울역까지. 가서,

3) 도보: 서울역에서 걸어서 회사까지 가야한다고 할 때 소요 시간 계산을,


집에서 신도림역까지 버스 순수소요시간 15분 + 신도림에서 서울역까지 순수 이동시간 18분 + 역에서 회사까지 도보 10분
= 총 45분


으로 잡고 8시 15분에 나가서 장렬히 지각을 하는 것이다.


약속 시간이 7시 반이니깐... 7시 29분에 나가면 되겠다 (출처: http://www.someecards.com/)



지각러가 간과한 'a' 를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했어야 했다.


꽤 많다..

보통 우리 지각러들은 저 모든 사항에 대해:


1) 간과하거나

2) 굉장히 이상적으로 딱딱 맞아떨어져서 가장 빨랐던 한 번의 경험을 토대로 계산한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버스는 서지 않는다, 특히 당신이 늦었을 때라면 더욱.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다만 계산을 정말 못할 뿐.






두번째 원인: 내가 기다리긴 싫다.



내 시간을 낭비하긴 싫다. (출처: www.jarofquotes.com)


그러나 조금 더 파보니, 그것만이 나의 지각의 원인이 아니었다.


한가지 더 발견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의외로 우리 사회가 덕목으로 내세우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효율성'이었다.


나는 효율적으로 나의 하루를 쓰고 싶었고,

단 15분이라도 쓸데 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예를 들면, 먼저 도착해서 멍하니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실 약속 시간까지 여유있게 출발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던 과제를 조금 더 하다가,

보던 티비를 조금 더 보다가,

하던 운동을 조금 더 하다가,

한 줄의 책을  읽고 출발하다가 늦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늦어서 결국 상대방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내 시간은 낭비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시간은 허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를 깨닫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 자리를 빌어 주변 사람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마니 미안하다능... (출처: rallyandbroad.com)






결론: 동생과의 대화



이 글을 쓰면서 동생과 한 대화의 일부다.


참고로 내 동생은 약속 시간에 절대 늦지 않는 그런 부류의-나와는 다른-사람이다.


(아, 요즘에는 사람들이 너무 늦어서 그것까지 계산해서 가기도 한다고 한다)


나: 이번에 지각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어.

동생: 잘 쓰겠네, 형은 프로니깐.

나: (버럭하며) 야 그래도 나 요즘에 거의 안 늦어~!

동생: (한숨) 형, 거의 안 늦는거부터가 틀린거야. '원래' 늦으면 안되는거야.


그렇다.


동생이 옳다.


나의 '거의 안 늦어!' 라는 말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신 당신,

우리 반성하고, 돈비레이뜨



PS1. 지각러들아, 그래도 내가 하나 알아낸 가장 쉬운 TIP을 공유하자면,

네이버 지도 에서 출발도착지 찍고 나오는 총 소요시간이 꽤 여유있게 잡아서 믿을만 한 것 같다. 아마 네이버 지도 만든 팀도 괜히 이거 보고 늦었다는 컴플레인 듣고 싶지 않아서 보수적으로 만든 것 같다(내 추측).


그러니 당신을 믿지 말고, 네이버 지도를 믿어보라.



PS2. 제 동생처럼 '나는 안 늦는데, 주변 사람 중에 늦는 사람이 있는' 당신.

그런 지각러들이 이해 안 되시겠지만, 그들이 엄청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도움이 필요한 것이니 너무 노여워 마시고 살포시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어쩌면 여러분의 공유가 대한민국을 코리안타임의 오명에서 벗는 날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도 있답니다.


아, 혹은 여러분의 수명 연장도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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